건강 칼럼(9) - 건강의 신화와 건강을 위한 조건
건강 칼럼(9) - 건강의 신화와 건강을 위한 조건
  • 에너지데일리
  • webmaster@energydaily.co.kr
  • 승인 2004.04.18 10: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살인 광고

고속도로나 국도의 휴게소 화장실에 수도 없이 붙어 있는 광고가 있다. 식이 섬유 광고다. 식이 섬유는 변비가 심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는 한다. 그러나 이 광고가 문제가 되는 것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무서운 광고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살인 광고이다. 광고 문안 중에 가장 심각한 것은 식이 섬유를 먹으라고 권유하는 대상 중에 “변이 검거나 가늘며 잔변감이 있는 분”이라는 문구다.

왜 위험하며 살인 광고라고까지 말을 하는가? 변이 검거나, 가늘며 잔변감이 있다면 의사라면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대장암의 가능성이다. 참고로 인간의 위장관은 입-식도-위-소장-대장-직장-항문으로 연결되어 있고 소장까지를 상부 위장관, 대장이하를 하부 위장관이라고 한다.

그런데 변이 이유 없이 검다면 대부분 이는 상부 위장(소장)이나 오른쪽 대장에서 출혈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럴 때 대량 출혈이라면 장이 헐었을 가능성이 더 많지만 대량 출혈이 아니면서 변이 검다면 암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변이 이유 없이 가늘어졌다면 이 또한 직장이나 항문 쪽에 무엇인가 양성이든, 악성이든 종괴가 생겼을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 있고, 잔변감 또한 마찬가지다. 어느 쪽이든 반드시 암의 가능성을 꼭 확인해야 한다. 그러함에도 식이섬유를 먹으라고 권하는 것은 살인 행위가 아니겠는가?

더구나 기가 막힌 것은 이러한 선전, 광고의 밑바탕이 의학적으로 완전히 부정된 숙변설을 기초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광고 문안을 보자 “숙변은 오래된 변으로 장벽에서 계속 부패하여 독소 및 가스를 배출,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 근원이 되는 것이다.”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매우 유감스럽게도 숙변설을 말하는 사람이라면 사이비 돌팔이라고 보아도 틀림이 없다.

왜 숙변이 불가능한가? 나무껍질과 뱀의 허물을 생각해보자. 뱀이 허물을 벗을 때 당연히 뱀의 겉에 붙어 있는 것이 있다면 같이 떨어질 것이다. 나무 껍질을 벗겨지면 마찬가지이다.

이와 같이 우리 몸의 위장관의 내부도 끊임없이 세포가 탈락하고 새로 생겨나고 있다. 즉 뱀이 허물을 벗듯이 우리 몸의 위장관의 내부도 벗겨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위장관 안에 변이 오래도록 머물러 붙어 있겠는가?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허위와 공갈이 숙변설임에도 불고하고, 숙변설은 수도 없이 많은 사이비와 돌팔이들이 식이 섬유, 다이어트 식품, 건강 식품을 선전할 때 사용되고 있다.

수없이 많은 사이비와 돌팔이들이 그렇듯 식이 섬유 또한 만병통치약이 된다. 기미와 여드름도 고치고, 피부가 거친 것도 좋아진다고 한다.

더구나 심각한 문제는, 이 식이섬유가 대기업인 LG상사의 이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식이 섬유의 수입원은 LG 상사이며, 성분은 질경이 씨앗(혹은 씨앗의 껍질)이다.

대기업인 LG 상사가 수입했다는 것으로 사이비들과 돌팔이들은 신뢰성을 얻으려 하고 있으며, LG도 이러한 사이비와 돌팔이, 심지어 살인 광고에 이용되었다는 점에서 책임을 묻지 않을 수가 없다.

단 식이섬유가 단순 기능성 변비, 즉 다른 신체기관에 특별한 질환이 없는 단순 변비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식이섬유가 기능성 변비에 사용하라고 광고·선전만 한다면 필자도 아무런 할말이 없다. 물론 의사의 진료가 먼저라는 것은 의사로서 당연히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글의 끝에 독자들에게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러한 사이비, 돌팔이들의 광고에 속아 귀중한 생명과 건강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는 올바른 건강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음에는 올바른 건강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김승열 / 강릉 동인병원 응급의학과장,
영동 응급의료 정보센터 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명칭 : (주)에너지데일리
  • (우)07220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38길 13-7 주영빌딩 302호
  • 대표전화 : 02-2068-4573
  • 팩스 : 02-2068-45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병훈
  • 제호 : 에너지데일리
  • 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06719
  • 등록일 : 1999-07-29
  • 인터넷등록번호 : 서울 아 01975
  • 등록일 : 2012-02-16
  • 발행일 : 1999-09-20
  • 발행인 : 양미애
  • 편집인 : 조남준
  • 에너지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너지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nergydaily.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