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13) - 건강의 신화와 건강을 위한 조건
건강 칼럼(13) - 건강의 신화와 건강을 위한 조건
  • 에너지데일리
  • webmaster@energydaily.co.kr
  • 승인 2004.05.17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기와 의료

사람들은 신기한 것은 무엇인가 놀라운 힘이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또 한가지에 놀라운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다른 것에도 놀라운 영향을 미치리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예는 전기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에야 자연 방사선 이상의 방사선은 인체에 해롭다는 것을 대부분의 문명화된 사회의 사람이라면 인식하고 있지만, 처음 방사선이 발견되었을 때는 방사선이 몸에 좋으리라고 믿어 건강과 보신을 위해 방사선을 쬐기도 하였다고 한다.

원자력 방사선에 대한 이러한 외경심은 아직도 원자력 병원이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원자력의 엄청난 위력에 경탄을 한 한국사람들에게 원자력 방사선은 질병에도 놀라운 효과가 있으리라 믿었고, 이러한 믿음에 기반해 지어진 것이 원자력 병원이었다. 지금은 원자력과 방사선이 오히려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면서 원자력 병원의 이름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한다.

전기도 마찬가지다. 전기가 처음 발견되었을 때 전기는 만병통치의 묘약으로 여겨져 이를 이용한 의료 사기로 수많은 사람을 속인 사실도 의학사에 기록돼 있다. 전기가 통하는 침대에 누워 전기를 통하게 하면 건강이 증진되고 질병이 치료된다고 선전하였는데, 수많은 귀부인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기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전기장 치료기다. 전기 안마기, 혹은 전동 안마기 수준의 기계에 전기장을 통과시켜 온갖 질병, 특히 만성병이나 난치병을 고친다고 하는 이 기계는 사람들의 무지를 이용한 사기다. 물론 아직 논란이 되고 있는 것들도 있다.

고압 전기선이 통과하는 지역의 주민들이 몇몇 특정 질병이 증가한다는 주장이 환경주의자, 특히 생태주의자들을 주축으로 주장되고 있지만 이 역시 의학적으로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이러한 에피소드를 제외하고 전기가 의료와 가장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전기 화상일 것이다.

이 글이 실리는 전기산업신문의 독자들이라면 사실 전기 화상의 예방법에 대해서는 필자보다 더 전문가일 것이다. 그러므로 일반적인 전기 화상에 대해 말하기보다는 전기 화상에 대해 상식보다 조금 더 깊은 의학적 지식을 언급해보기로 한다.

첫째, 고압전기가 통하였을 때 순간적으로 외상이나 내부 장기의 손상이 없어도 사망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심실 세동 때문이다. 심실 세동이란 심장이 아주 가늘게 떨기만 하면서 심장의 본래 역할인 펌프 역할을 하지못해 피를 인체에 내보내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고압 전기가 통한 뒤에는 항상 심장이 심실 세동을 일으킬 수 있기에 최소 며칠동안은 아무리 이상이 없어 보여도 반드시 입원하여 관찰하는 것이 원칙이다. 만약 고압 전기를 통한 환자가 큰 외상 없이, 의식이 없고, 맥박이 없다면 심실 세동이 생겼을 가능성이 많다.

둘째, 전기 화상을 입은 뒤 며칠이 지난 뒤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는 전기가 통하면서 피와 근육의 성분이 변형을 일으키면서 신장에 문제가 생기게 하여 급성신부전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만약 회복이 안된다면 신장 이식술을 하거나 평생 투석을 해야 하는 만성 신부전이 되는 것이다. 참고로 현재 김대중 전대통령도 원인은 다르지만 만성 신부전을 앓고 있다고 한다.

셋째, 전기 화상 환자는 반드시 다른 동반 외상에 주의해야 한다. 고압전기를 통하는 순간 튕겨져 나가거나 추락 등의 이유로 다른 동반 외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동반손상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바라건대 전기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이 전기로 인한 사고로 건강을 해치고, 생명을 잃게 되는 일이 조금이라도 줄었으면 한다. 아는 만큼 보이듯이 아는 만큼 귀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기에 전기 화상에 대한 의학적 지식이 전기산업에 종사하는 독자들께서 보다 풍부해지기를 바란다.

김승열 / 강릉 동인병원 응급의학과장,
영동 응급의료 정보센터 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명칭 : (주)에너지데일리
  • (우)07220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38길 13-7 주영빌딩 302호
  • 대표전화 : 02-2068-4573
  • 팩스 : 02-2068-45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병훈
  • 제호 : 에너지데일리
  • 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06719
  • 등록일 : 1999-07-29
  • 인터넷등록번호 : 서울 아 01975
  • 등록일 : 2012-02-16
  • 발행일 : 1999-09-20
  • 발행인 : 양미애
  • 편집인 : 조남준
  • 에너지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너지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nergydaily.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