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14) - 건강의 신화와 건강을 위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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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5.2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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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poison)보다 해로운 중독(addiction)


사람들은 신기한 것은 무엇인가 놀라운 힘이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또 한가지에 poison과 addiction은 우리말로는 모두 중독(中毒)이지만 영어로 중독은 두 가지가 있다.

poison은 해로운 물질을 먹거나 접촉하여 인체에 이상이 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복어나 독버섯에 중독되는 것이다.

addiction은 탐닉을 넘어선 과도한 집착을 말한다. 예를 들어 도박이나 컴퓨터 게임 중독을 말한다. addiction도 신체와 정신 건강, 그리고 사회 관계에 필연적으로 해로운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말하는 것은 당연하다.

결과적으로 poison과 addiction을 겸한 중독도 있다. 술 중독과 마약 중독, 도박 중독 등이 그것이다.이같은 중독은 몸을 망치는 물질에 대한 과도한 집착, 본인의 노력만으로는 끊기가 불가능한 중독으로 자기자신과 가족, 나아가서 사회에도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주고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게 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poison보다 addiction이 무서운 이유는 무엇일까?

poison은 중독된 사람만 문제가 된다. 대개의 독물에 중독은 급성 중독이다. 물론 중금속 중독과 같은 만성중독은 몸과 정신 모두를 극심하게 해치지만, 대부분의 급성 중독, 예를 들어 복어 중독이나 독버섯 등에 중독되면 죽거나 아니면 큰 문제없이 살게 된다. 즉 중독된 사람 한 사람의 건강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addiction은 자기 자신을 해칠 뿐 아니라, 가족 모두, 그리고 사회를 파괴하게 된다. 도박 중독에 빠지면 자기 자신이 쓸 수 있는 돈을 탕진하게 되면 가족을 부양할 돈, 그리고 나아가서 직장에서 횡령에까지이르게 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인간 관계를 해치고 자신과 가족 모두가 신용불량에 이르기까지 중독에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것을 보고, 그만 두면 되는데왜 그만 두지 못하는 것인가 하고 생각하기 쉽다.

이러한 중독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중독자들은 사회관계, 즉 이 세상에 살면서 다른 사람이나 살아가는 힘을 중독에 의지하려는 성격때문이다. 더 쉽게 말하면 정상적으로 인간관계, 사회 관계를 맺기 어렵기에 도피처로 중독을 선택하려는 것이다.

생리학적으로는 중독에 빠져 몰두할 때의 쾌락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의 대뇌에서는 즐거운 일을 할 때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화학물질인 마약 비슷한 물질이 분비된다. 그런데 중독에 빠진 사람이 마약이나, 술, 도박을 할 때는 섹스를 할 때보다 몇 배, 몇 십 배 강력한 이 물질이 분비되기에 헤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독에 빠진 사람은 온갖 핑계를 대면서 자기를 합리화한다. 이러한 합리화는 이중적이다. 즉 다른 사람에게도 핑계를 대지만, 자기 스스로에게도 핑계를 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술 중독에 빠진 사람은 주위사람들에게는 사업상 어쩔 수 없다거나, 자기 스스로에게는 너무 괴롭기에 어쩔 수 없다라고 합리화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독의 해결책은 없을까? 동서고금의 성현들이 하신 말씀은 거의 비슷하다.

성철 스님은 제자나 신자들에게 항상 하신 말씀이 “속이지 말라”였다고 한다. 또 기독교 성경에는 모든 죄를 용서받을 수 있지만, 성령을 속인 죄, 다시 말해 자기가 죄가 있으면서도 죄가 없다고 하는 죄로 볼 수 있는 성령을 속인 죄는 용서를 받을 수가 없다고 하였다.

의학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중독 환자의 치료가 성공하려면, 자기가 환자임을 알아야 한다. 용서를 받기 위해서는 자기가 잘못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용서 할 수 있는 것처럼, 환자가 치료받기 위해서는 자기가 질병이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첫걸음이다.

중독의 치료가 어려운 것은 바로 다른 환자와 다르게 중독 환자들은 자기가 병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는 이를 ‘병식(insight)’이 있다, 없다라고 하거니와, 보다 많은 중독 환자와 가족들께서 이를 철저히 이해하여 자기 자신과 가족, 사회를 파괴하는 중독의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의사의 한사람으로서 바라마지 않는다.

김승열 / 강릉 동인병원 응급의학과장,
영동 응급의료 정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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