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국전기연구원(KERI) -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전문 연구기관
[기획] 한국전기연구원(KERI) -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전문 연구기관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22.01.01 0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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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연구원, 탄소중립 기술 개발에 '청신호'를 밝히다
'공중 풍력·액체수소 생산 및 장기 저장·SF6 대체 개폐장치' 관심
해당 기술 '응용성·수용성·친환경성·경제성' 확보… 상용화 박차
경남 창원시 성산구 '전기의길'(성주동)에 위치한 한국전기연구원 본원
경남 창원시 성산구 '전기의길'(성주동)에 위치한 한국전기연구원 본원

[에너지데일리 송병훈 기자] 한국전기연구원(KERI, 원장 명성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이며, 또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전기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이다.
특히 최근 모든 일상에서 전기가 중심이 되는 일명 ‘전기화 세상(Electrified World)’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KERI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많은 관심을 받는 탄소중립 및 그린뉴딜의 핵심 역시 에너지고, 에너지의 중심에는 전기기술이 있다. 전기를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잘 응용하고 활용하느냐가 탄소중립 및 그린뉴딜 정책 실현의 관건인 것이다.
국내 유일 전기전문 연구기관인 KERI가 지난해 선보인 대표 친환경 기술을 소개한다.

국내 최초 연처럼 하늘 나는 ‘공중 풍력발전’
국내 최초 연처럼 하늘 나는 ‘공중 풍력발전’

하늘을 나는 '공중 풍력발전'

공중 풍력발전은 높은 고도에 연(Kite) 등을 띄워 전기를 생산하는 일종의 ‘하늘을 나는 발전소’다. 공중 풍력발전은 비행기나 드론 등에 프로펠러와 발전기를 장착해 하늘에서 전기를 생산해 지상으로 보내는 ‘공중발전’ 방식과, 연 혹은 글라이더 등이 공중에서 줄을 당기고, 이에 줄이 감긴 지상의 드럼이 회전하면서 발전기를 구동해 전기를 만드는 ‘지상발전’ 방식으로 나뉜다.

대한민국 전기기술 및 산업계를 대표하는 KERI와 한국전력공사(한전), 그리고 경남 창원시가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하는 분야는 지상발전 방식의 공중 풍력발전이다. 한전이 예산을 지원해 KERI가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고, 창원시가 마산해양신도시 부지를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공중 풍력발전의 장점은 에너지원의 잠재력이 크고 장소의 제한이 적다는 점이다. 공중 풍력발전이 획득할 수 있는 잠재적 총 에너지는 이론적으로 1800TW다. 이는 타워형 풍력터빈 대비 4.5배에 이르며, 전 세계 에너지 수요(약 20TW)의 90배에 달한다. 높은 고도의 바람 에너지는 강하면서도 더욱 광범위하게 분포되기 때문에, 그동안 바람이 약해 타워형 풍력터빈의 상업성이 확보되지 않았던 지역에서도 공중 풍력발전 방식을 통해서는 높은 고도의 강한 바람을 활용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또한 해상에 구축할 때에도 기초 비용을 좌우하는 수심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사실상 지구 대부분의 지역에서 발전이 가능하다.

경제성과 친환경성도 매우 뛰어나다. 동일 면적에서 연간 발전량은 타워형 풍력터빈 대비 6배 이상 높고, 각종 구성품(기초, 타워, 블레이드 등)이 1/10 수준으로 재료와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절반 이상 감축할 수 있다. 환경 훼손, 소음, 진동, 경관 등 발전소 설치에 따른 주민 수용성 확보에 장애가 되는 문제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이같은 장점들을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공중 풍력발전에 관심을 두고 타당성 검증연구를 수행하고, 상용화 및 대용량화를 위한 관련 기술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연구 책임자인 KERI 이주훈 에너지시스템 제어기술팀장은 “공중 풍력발전은 활용 목적과 장소에 따라 이동식부터 대규모 발전까지 다양한 용량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어 응용성이 매우 높다”며 “향후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자동 운전기술을 실현하고, 창원 지역 내 300여개 전기관련 기업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실증단지의 구축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액체수소 생산 및 장기 저장기술
액체수소 생산 및 장기 저장기술

안전한 '액체수소 생산 및 장기 저장기술'

KERI 전력기기연구본부 하동우·고락길 박사팀이 극저온 냉각 기술을 응용, 액체수소를 효과적으로 생산하고, 안전하게 장기간 저장할 수 있게 만드는 '제로보일오프(Zero Boil-off)' 기술을 개발했다.

현재 전국의 60여개 수소 충전소는 모두 기체(가스) 형태로 수소를 저장한 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액체수소'는 수소가스를 매우 낮은 온도로 냉각해 액화한 것으로, 부피는 기체 형태 대비 무려 800배나 작아 보관 안전성이 높고, 운송 효율도 7배 이상 높다. 하지만 액체수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소가스를 극저온(-253도)으로 냉각시키고, 무엇보다 수소가 다시 증발하지 않도록 손실 없이 최소화하면서 오랜 기간 저장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는 안정성·효과성·경제성 등 많은 부분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 난이도가 매우 높다.

KERI가 개발한 ‘액화수소 제로보일오프(Zero Boil-off)’ 기술은 액화수소 보관 용기 안에서 기화되는 수소를 자동으로 다시 액체로 만드는 기술이다. 일정 온도 변화로 수소가 기화되더라도 극저온 냉각을 통해 다시 100% 재응축, 액체수소로 만들어 보관한다. 연구팀은 약 40리터의 액체수소를 만들어 2개월 이상을 손실 없이 보관하는 데 성공하며 개발 기술의 성능을 증명하기도 했다.

액체수소 상용화의 가능성을 연 이번 성과는 경제적 관점에서 그 의미가 대단히 크다. 액체 형태의 수소는 가스 대비 부피가 작고 고압의 위험성이 없기 때문에, 충전소 등에서는 수소를 보관하기 위한 부지는 대폭 줄이고 수소의 저장량은 늘릴 수 있다. 또한 수소 저장의 안정성도 높아 주민 수용성 확보에도 용이하다. 운송 개념에서는 기존 가스를 옮기던 때보다 수소를 액체 형태로 훨씬 많은 양을 안전하게 옮길 수 있어, 전국적으로 수소의 보급을 크게 확산시킬 수 있다.

KERI 고락길 책임연구원은 “액체수소의 장점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만들고 장기간 보관하는 기술이 관건이었는데, 최고 수준의 극저온 냉동 기술을 활용해 이러한 난제를 매우 간편하면서 효과적으로 해결했다”며 “액체수소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생산·저장하는 것을 넘어, 장거리 이송과 폭 넓은 활용까지 가능하게 할 기술로,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와 탄소중립 정책 실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가스를 이용하는 72.5kV 31.5kA급 개폐장치
친환경 가스를 이용하는 72.5kV 31.5kA급 개폐장치

SF6 대체 '저탄소 가스 및 개폐장치'

KERI 전력기기연구본부 송기동·오연호 박사팀이 대기오염의 주범인 SF6(육불화황)를 대체하는 친환경 가스 및 72.5kV 31.5kA급 개폐장치 설계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SF6 가스는 전기가 통하지 않게 하는 절연성능과 계통에 고장이 발생할 경우 고장전류를 차단하는 아크소호 성능이 다른 어떤 가스와 비교해 월등하게 뛰어나 전력기기 분야에서 50년 넘게 사용돼 왔다. 그러나 SF6는 지구온난화 지수가 CO2(이산화탄소)의 2만3500배(CO2의 온실효과가 1일 때 SF6는 2만3500)에 이르고, 한번 대기에 누출될 경우 무려 3200년을 존재하면서 지구 대기환경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리고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SF6를 대체한 개폐장치의 개발 노력이 있었지만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KERI는 환경오염의 주범인 SF6를 대체할 수 있는 ‘저탄소 가스’와 이를 적용한 ‘72.5kV 31.5kA급 개폐장치’ 설계기술 개발이다. 가장 큰 특징은 인공적으로 합성한 물질이 아닌, 지구상 자연에 존재하는 CO2(이산화탄소)와 O2(산소)를 적절한 비율로 혼합한 가스를 적용한 개폐장치를 개발했다는 것이다. 가스 비용도 기존 SF6 가스 대비 절반 가까운 수준으로 저렴하다. 연구팀은 또한 절연성능과 차단성능을 예측할 수 있는 설계기술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지구온난화 지수가 2만3500인 SF6 가스를 적용한 개폐장치와 비교했을 때 KERI의 개폐장치 활용은 지수가 '1 미만'일 정도로 매우 친환경적이며, 인체에도 무해하다. 이를 우리나라 전체 72.5kV 개폐장치에 적용할 경우 연간 온실가스 600만톤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예상하고 있다.

KERI는 개발한 개폐장치를 소규모 분산전원 간 계통 연계를 위한 송전선망에 주로 활용할 예정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각종 전기기반 각종 제품·기기들이 등장하며 전력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그린뉴딜 및 분산전력 확대 정책을 적극 지원한다는 목표다.

연구 개발자인 오연호 박사는 “SF6 대체가스와 이를 적용한 전력기기는 그동안 해외 선진업체가 주도해 온 고난도의 기술 영역이었지만,  이보다 더욱 친환경적이고 인체에도 무해한 가스 및 개폐장치를 개발했기에 수입대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개발된 기술은 72.5kV급 이하 배전급 개폐장치 뿐만 아니라 145kV급 이상의 초고전압 기기에도 확장 적용할 수 있어, 기술이전을 통해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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