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절감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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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3.25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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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 가천대학교 교수 (경제학박사)

2019년 발표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르면 첫번째 과제가 에너지효율 제고를 통한 에너지소비구조 혁신이다. 산업, 건물, 수송 등 전분야에 걸쳐 에너지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에너지가격 합리화, 에너지효율 의무화(EERS) 등을 통해 2030년, 2040년까지 최종 에너지수요를 기준수요 대비 각각 14.4%, 18.6% 줄이는 목표를 설정하였다. 2020년 12월 수립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력수요 즉, 기준수요(BAU)는 2034년 647.9TWh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러나 설비계획 수립의 토대가 되는 목표수요는 기준수요 대비 14.9% 즉, 96.2TWh가 수요관리 목표량으로 설정으로 인해 크게 줄어들었다.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에너지절감을 통해 대폭 줄이겠다는 정책목표를 천명한 것이다.

우리나라 1인당 전력소비량이 일본이나 유럽의 주요 선진국보다도 높아진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문제로 에너지 갈등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에너지절약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이 없다.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을 얘기하지만 모두 이런저런 공급기술과 설비건설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다 보니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에너지수요를 근본적으로 줄이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저탄소 전원이나 기술을 확대하더라도 수요가 늘어나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최근 코로나 등 여러 요인으로 전력수요 증가추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우리사회의 에너지 과소비 구조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석유화학, 철강과 같은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 아직도 에너지효율이 낮은 공정, 건물이나 시설의 과도한 냉난방, 저렴한 전가요금 등을 주된 요인으로 들 수 있다. 오랫동안 고효율기기보급, 기술 및 건물기준을 통한 규제, 에너지절약 캠페인을 벌려왔지만 아직도 장애요인이 적지 않다.

이를 극복하고 국가계획에서 제시된 에너지절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몇가지 요건을 제시하자면, 첫째, 객관화된 방식과 달성가능한 정책수단을 통해 목표의 실효성을 담보하여야 한다. 매번 국가계획 수립시마다 제시되는 의욕적인 에너지절감 목표는 실제 얼마나 달성되었는지 확인조차 되지 않는다. 계획이나 새로운 정책을 수립할 때는 이전에 제시했던 목표의 달성 여부를 정량적으로 평가하여야 한다. 전력수급계획에서는 수요전망을 위해 수요관리 목표를 높여왔다, 과거 목표년도 기준으로 12% 수준이었으나, 최근 계획에서는 15%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이러한 목표설정의 근거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정책의지나 이전에 수립된 계획에서의 목표수준 고수와 같은 도식적인 목표설정 방식에서 탈피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절감대상, 적용가능한 기술, 이를 뒷받침할 정책수단이 정교하게 설계되고 또한 이에 수반되는 비용도 적절하게 반영되어야 한다.

둘째, 효율향상을 보다 확실하게 담보할 수 있는 정책수단과 제도적 인프라가 마련되어야 한다. 에너지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에너지절약을 위해 노력해 왔다. 건물이나 기기의 에너지효율기준이나 최저효율제 등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절전형 가전기기, 보온단열이 뛰어나 건축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정책수단과 수행주체의 혼재로 인해 효과적인 목표달성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에너지절감목표 달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선진국형의 에너지효율의무화제도(EERS)의 도입이 시급하다. 에너지 공급자에게 일정기간 동안 의미있는 수준의 절감목표를 부여하고 제도적 장치를 통해 절감량을 확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제도의 운영관리를 당사자나 시장참여자가 아닌 중립적인 기관에게 담당케 함으로써 필요한 인프라 구축과 시행성과를 높여나가야 한다.

셋째, 에너지절감을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와 관련된 산업과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10년 전에 시작된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이미 수많은 시장참여자와 관련산업이 만들어져 있다. 마찬가지로 에너지절감도 시장을 잘 설계하고 적절한 유인책을 제공한다면 얼마든지 관련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에너지절감은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비용효과가 더 높기 때문에 전기요금에 미치는 부담도 훨씬 적다. 보다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음에도 에너지절감과 효율향상사업을 소홀히 하는 것은 산업에 미치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단순한 판단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소비자가 가지고 있는 수요자원, 효율자원, 분산에너지와 같은 수요측 자원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공급과 수요자원이 다양한 형태로 활용될 것이며, 에너지에서 새로운 산업과 생태계가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절감을 위한 접근방식과 개념을 확대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에너지공급과 수요를 가능한 쪼개고 분리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왔다. 예로써 공급은 전기·열·가스로 나누고, 수요는 가정·건물·산업·수송 등으로 나눈 것이다. 이렇게 하다 보니 절감수단도 정해진 에너지원과 정해진 용도에 국한되는 단순 기기중심에서 벋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소위 섹터커플링을 통해 에너지간의 통합과 시스템적 접근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는 개별기기를 교체하는 과거방식에서 벋어나 빌딩이나 공장, 단지의 에너지공급과 소비를 통합하여 분석하고 진단하여 절감방안을 수립하는, 입체적이고 통합적인 새로운 접근 방식이 요구된다.

수요관리도 이제 그럴듯한 계획보다는 실효성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아울러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과 시장 활성화를 통해 성과를 높여야 한다. 목표달성이 가능한 제도설계와 시스템을 통하여 수요관리의 실효성을 높이는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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