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17) - 건강의 신화와 건강을 위한 조건
미국, 유럽과 한국의 의료 제도
건강 칼럼(17) - 건강의 신화와 건강을 위한 조건
미국, 유럽과 한국의 의료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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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6.28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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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아들이 아버지에 대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면, 대부분의 한국 사람은 아들이 엄청난 불효자거나 콩가루 집안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그러나 사실은 어떨까? 미국 사람들은 법에 대한 신뢰가 깊다.

이들은 가정이건, 어디에서이건 문제가 발생하면 법이 갈등을 해결해줄 것을 기대한다. 말하자면 법에 대한 관념이 우리와 다른 것이다. 우리는 법을 처벌로 생각하지만, 미국인, 유럽인들은 법을 갈등을 해결하는 조언자로 보는 것이다.

즉 아들과 아버지 사이에 갈등이 있다면 두 사람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잘 모르니 법이 해결해 줄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전적으로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우리의 문화적 차이, 구체적으로 말하면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를 계약에 가깝게 보는 미국과 절대적인 인륜으로 보는 한국의 차이가 본질이겠지만, 법을 보는 시각도 문화적 차이가 있음은 틀림없다.

거의 모든 문화에서 서구 문화권이라면 미국이든, 유럽이든 비슷한 부분이 많지만 의료 제도를 보면 미국과 유럽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미국은 철저한 자본주의를 기본으로 한다. 미국의 건강 관련 보험에 들지 않고 미국의 병·의원에서 치료를 받아본 한국 사람이라면 너무나 비싼 치료비에 입을 벌리게 마련이다.

출산 비용이 천만원에 이르고, 아무리 간단한 수술이라도 수백만원, 감기약 처방전 하나에 십여만원을 지불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 미국이 자본주의 사회임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저소득층이 보험에 들지 않고 진료를 받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이로 인해 미국의 민주당 집권 때 우리의 의료보호제도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려고 하였지만 돈이 없으면 치료를 못 받는 것을 어느 정도 당연하게 보는 자본주의로 인해 좌절된 바 있다.

현재 미국에서 빈민층, 저소득층의 의료문제는 심각한 문제다. 물론 보험에 들었거나, 고가의 치료비를 낼 수 있는 사람들에게 미국의 진료는 최선에 가깝게 신속하고 환자 편의 위주임을 말할 필요도 없다.

반면에 캐나다나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사회주의 의료 체제가 도입된 나라는 어떨까? 이러한 나라의 의료 제도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싱가포르의 절대 권력자인 이광요(리콴유) 전 수상이 부인과 함께 영국 방문 중에 수상 부인이 뇌졸중이 발생하였을 때 일어난 사건이다.

언론에서도 보도됐듯 일국의 절대 권력자의 부인이 뇌졸중이라는 심각한 질병이 발생하였음에도 병원을 찾아가니 병원의 당직의사가 C.T.(컴퓨터 단층 촬영)를 촬영하려면 3일 후에나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노발대발했으며, 결국 영국 수상에게 연락을 한 후에나 당일에 촬영이 가능했다.

영국의 의료 제도에 노한 이광요 수상은 그 다음날 즉시 부인을 싱가포르로 후송했다고 한다. 또 캐나다에서는 M.R.I.(자기공명촬영)를 하려면 예약 후 3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자본주의이든, 사회주의이든 의료체제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이러한 문제는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의식주 다음으로 인간에게 가장 절실한 의료에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가장 큰 문제가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다.

이에 비추어 보면 한국의 의료제도는 환자를 위해서는 가장 저비용으로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제도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국의 병·의원, 의사를 욕하던 사람도 이와 같이 소위 선진국에서 한 번 쯤 진료를 받아본 후에는 더 이상 욕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의료의 공공성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현재, 과연 어떠한 제도가 최선의 제도인지 유럽과 미국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돈 없으면 치료 못 받는 자본주의, 무료이지만 M.R.I를 찍는데 석 달이 걸리는 사회주의 사이에서 한국은 어떤 제도를 택하여야 할 것인가?

김승열 / 강릉 동인병원 응급의학과장,
영동 응급의료 정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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