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석유소비 어떻게 줄여야 하나 - ②
[기획] 석유소비 어떻게 줄여야 하나 - ②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22.05.23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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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수요 감축 ‘수송부문’에 달려 있다”


IEA, 석유 소비 감축 10가지 단기 방안 제시… 교통부문 집중
고속도로 제한속도 10km/h 줄이면 석유 소비 약 29만b/d 감축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의 영향이 큰 석유시장은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국제유가는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등 변동성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같은 현상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정리한 ‘IEA의 세계 석유소비 감축 방안’을 들여다보자. <변국영 기자>

 

▲고속도로 제한속도 하향

국가별 분석을 통해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현재 기준 대비 10km/h 하향 조정하면 승용차와 상업용 소형차, 트럭 등의 연료 소비를 상당히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고속도로 제한속도는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이지만 대략 100∼135km/h 수준이다. 일례로 미국 도시와 농촌의 평균 제한속도는 약 110km/h이고 일부 고속도로에서 속도 제한이 없는 독일을 제외한 EU에서는 100∼140km/h 수준이다.

제한속도 하향 조정은 중앙정부에 의해 시행될 수 있으며 지난 1973년 석유파동 때도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다수의 국가가 같은 조치를 시행한 경험이 있다. 현재 많은 국가가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한시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활용하고 있으나 대부분 혼잡 방지와 오염 경감, 안전 향상 등을 위한 것이며 도시에서는 대기오염 경감을 위해 속도 제한이 종종 이용되고 있다.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10km/h 하향하는 경우 단기적으로 석유 소비 약 29만b/d가 감축될 수 있으며 대형트럭의 제한속도를 10km/h 줄이면 14만b/d가 추가 감축(주로 경유) 될 수 있다.

 

▲주 3일 재택근무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는 자가용 출퇴근에 따른 석유 소비 규모가 약 270만b/d에 달했다. 그러나 선진국의 일자리 중 약 1/3은 자택에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면 생산성을 유지하면서 석유 수요를 줄일 수 있다.

재택이 석유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지역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며 이는 출퇴근 거리와 자동차 평균 연비에 의해 좌우된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에서 자가용으로 출퇴근할 경우 평균 편도 이동거리는 약 18km이며 이중 75%는 운전자 혼자 탑승한다. 유럽의 평균 편도 이동 거리는 약 15km이다. 자동차 연비 차이가 국가별로 더 큰 격차를 만들 수 있는데 같은 거리를 주행할 경우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는 유럽의 신차 보다 약 40% 더 많은 연료를 소비한다.

자동차 에어컨 사용은 재택의 영향을 증가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 될 수 있는데 날씨가 더 따뜻해지고 에어컨 이용이 잦아지면 자동차 연료 소비도 증가한다. 따라서 하절기에 재택하는 경우 더 많은 석유 절약 효과를 내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봉쇄조치가 내려진 동안에는 많은 국가에서 가능한 경우에는 재택을 도입하도록 의무화한 바 있다. 이같은 조치는 대부분 해제됐으나 프랑스와 같은 일부 국가는 주당 최소 재택 일 수 제한 없이 재택을 권장하고 있다. 고용주는 사회적 고립을 방지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는 동시에 유연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으며 주당 최대 3일간 재택을 실시하는 경우 석유 수요가 감축되고 유류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 현재 출퇴근 시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으면 편도당 약 2∼3 달러가 절약될 것으로 IEA는 추정했다. 주당 1일 재택근무 시에 석유 소비는 단기적으로 약 17만b/d가 감축되고 주당 3일 재택근무 시에는 약 50만b/d를 줄일 수 있다.

 

▲일요일 자동차 운행 제한

스위스와 네덜란드, 서독 등의 국가가 지난 1973년 석유파동 때 카프리 선데이를 도입한 바 있다. 최근 브뤼셀과 에든버러, 밴쿠버, 도쿄 일부 지역 등에서도 보건이나 문화 행사를 위해 차량 운행을 통제한 바 있다. 2021년에는 도시나 타운 3000개 이상이 European Mobility Week에 등록했었는데 이 행사는 차량 운행 중단도 포함됐다.

카프리 선데이는 걷기나 자전거 이용 장려에 도움을 되고 주중에도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줄 수 있는데 대중교통 요금 할인이나 무료 제공이 카프리 선데이 시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일요일에 개인차량 이용을 금지하면 보건이나 웰빙에도 도움이 되는데 대표적으로 청정한 대기, 소음공해 저감, 도로 안전 개선 등의 효과가 있다. 날씨가 더 따뜻해지면, 교통량 감소가 도시 내 열섬현상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며 현장에서 벌금 징수나 도로 폐쇄를 활용하면 더욱 쉽게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도시에서 매주 카프리 선데이를 시행할 경우 단기적으로 석유 소비 38만b/d 감소 효과가 발생하며 매달 1회 시행 시 그 효과는 9.5만b/d로 떨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대중교통 요금 인하

석유 수요를 감소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은 자가용을 이용한 이동 수요를 대중교통과 초소형이동장비, 도보, 자전거 등으로 분산하는 것이다. 대중교통 수단이 있는 경우 버스와 지하철, 경전철 요금 인하를 통해 단기적으로 임시 대응할 수 있다. 일부 미국 도시 등에서 시범 이니셔티브를 실시한 결과 대중교통 요금 인하나 무임승차 가능 시 탑승객이 증가했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는 높은 연료 가격으로 3개월간 대중교통 요금을 50% 인하할 예정이다.

이용자가 몰리는 시간에 대중교통 시스템의 가용성은 국가와 도시별로 다를 것이나 보통 한산한 시간대에는 여유가 있기 때문에 직장에서 유연근무를 허용한다면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문화적으로 수용 가능한 국가에서는 자전거 전용도로나 포장도로 확장 등의 정책을 펼 수 있는데 이들은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거리가 충분히 가까운 경우 도보나 자전거 이용을 장려하는 것도 임시방편이 될 수 있다.

대중교통이 잘 갖춰진 도시에서는 이같은 방법이 대중교통 혼잡도를 낮추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따라서 더욱 쾌적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이동 거리가 먼 경우 전기 자전거 구매 인센티브 프로그램도 효과적일 수 있는데 벨기에와 프랑스, 이탈리아는 거주자가 자전거를 구입하는 경우 공제를 제공하며 금액은 자전거 유형에 따라 결정된다. 추가로 전기킥보드나 전기자전거와 같은 초소형이동장비 공유 옵션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지속가능한 경제회복 패키지를 통해 도보나 자전거 이용을 지원하기 위해 대중교통과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확대됐다. 선진국 정부는 앞으로 2년간 자전거 전용도로와 보행자 통로에 총 약 25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며 추가로 330억 달러를 경제회복 패키지의 일환으로 도시교통 인프라에 투입한다. 예컨대, 프랑스 정부는 자전거도로를 마련하기 위해 ‘Active mobility fund’에 5억 유로를 지원했고 이탈리아는 자전거 고속도로의 설계・개발을 위해 앞으로 3년 동안 연간 5000만 유로를 투입할 예정이다.

뉴질랜드는 2020년 전국적으로 자전거 전용도로에 투자하기 위해 정부 직접 지출로 2024년까지 1억4000만 달러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2021년 밀라노는 당초 자동차용이던 35km 거리의 도로를 자전거 전용도로로 전용했으며 2035년까지 750km 길이의 분리형 자전거 전용 도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파리나 런던, 브뤼셀과 같은 도시는 자동차 이용을 막기 위해 저속 구간을 지정했다. 실행 가능하고 문화적으로 수용 가능한 지역에서 자전거 이용 등을 활성화하는 조치를 시행할 경우 단기적으로 석유 소비 33만b/d를 줄일 수 있다.

 

▲대도시 내 차량 부제 시행

대도시에서 차량 부제는 장기간 성공적으로 시행된 바 있다. 석유파동 기간 동안 이탈리아 정부는 카프라 선데이 대신 차량 2부제를 실시했으며 1980년대 이후에는 아테네, 마드리드, 밀라노, 멕시코시티 등 여러 도시에서 교통 혼잡 해소와 대기 오염 경감을 위해 2부제를 실시했다.

차량 부제 운행을 시행할 때는 대체 이동 수단 존재 여부가 중요한데 이는 부제 운행으로 물류나 공평성에 대한 우려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량 부제 운행은 특히 차량을 한 대 소유한 비교적 가난한 가구에 가장 큰 불편을 초래하나 이 같은 우려는 대중교통 요금 인하나 카풀 촉진과 같은 다른 대안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차량 부제 운행을 장기간 시행 시 여유 있는 가구가 추가로 내연기관 엔진 차량을 구매하면 차량 부제 운행 실시에 따른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대중교통이 풍부한 대도시에서 일주일에 2일간 차량 부제를 실시할 경우 단기적으로 석유 소비를 21만b/d 감축할 수 있다.

 

▲전기차 도입 확대

2021년 말까지 선진국에서는 840만대의 전기자동차가 운행됐다. 이는 유럽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한 덕분이다. 최근 몇 년 간 배터리 가격 하락과 정부 지원 등으로 전기차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와 자동차용 원자재, 배터리 소재, 제조업 등에서 공급망 병목현상이 발생하면서 시장에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 이같은 영향은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지만 단기적으로 소재와 부품 흐름 강화를 위한 물류 공조를 촉진하고 상대적으로 영향을 적게 받는 다른 제조업이 이같은 영향을 흡수함으로써 자동차 산업의 혼란이 일부 해소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빠르게 차량을 공급하고 가능한 경우에는 석유 수요 하락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화물차 주문 건을 우선 처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전기차 도입을 확대하기 위해 취하는 조치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찬가지로 새롭게 판매되는 내연기관 자동차는 반드시 연비가 높아야 할 것이며 연비 목표와 배기가스 배출량이 높은 자동차에 부과하는 세금이 추가적인 연비 개선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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