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강요하는 힘
침묵을 강요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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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7.05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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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 우리들이 수없이 경험했던 선거들은 그냥 지나쳐 버리더라도 올해 치른 4.15총선이나 6.5재보선 선거만 해도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인사들이 공천을 받기위해 이당 저당을 기웃거리는 모습을 보아왔다. 하루아침에 당적을 바꿔치기하는 수많은 변신의 모습들을 보아왔다.

정치입문과정이 이해되지 않는 인사들도 많았다. 그들의 정치적 인격에 대해서는 더 이상 점수를 주기가 어려웠다.

어떤 사람에 대한 이미지와 믿음이 무너져 내리는 것은 허망하다 못해 역설적으로 역겹고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부산에서는 대학총장들까지 무더기로 특정 정당 선거도우미로 나서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대학총장들이라고 정치에 참여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그래도 대학 총장이라고 하면 우리 사회의 존경과 신망을 받는 어른들이다.

요즈음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일일이 열거하자면 어디 이뿐이겠는가.

우리 사회가 더욱 더 무서웠던 점은 침묵을 강요하는 막강한 무언의 힘들이다. 때때로 오만함과 독선이 철갑옷으로 단단히 무장한 그런 힘 말이다. 어둠 속 발광체같이 섬뜩한 적의가 번뜩이는 그런 힘 말이다. 그러한 침묵을 강요하는 힘에 대해 언젠가는 사람들이 제각각 제 나름대로 이름들을 붙이겠지만 아름다운 소통을 가로막는다는 현실이다.

요즈음 우리 사회엔 언제부터인가 지식인, 기업인, 우리사회를 희망찬 마음을 불어넣어 주어야 할 그들이 그 무언의 힘의 위력에 무력해지고 말았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말하기가 겁이 나서 입들을 꼭꼭 봉한다는 것. 상대방의 말문을 닫게 하면 그들은 진실과 마음의 문도 저절로 닫게 마련일 것이다. 그것은 진정한 승복이 아니다. 갈등의 잠복이며 대체의 유예일 뿐이다.

우리 사회가 점점 자율화가 아닌 경직된 사회가 되어가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얼마 전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 한편이 개봉되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의 대재앙을 그린 재난영화였다. 이 영화는 지구 환경문제를 등한시해온 부시대통령 쪽에서는 대선 악재가 될 수도 있는 영화였다.

이제 선거도 다 끝났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들 마음속에는 여전히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이 생각된다. 용기 없는 자들의 말문을 닫게 하는 세태는 그대로인 것이다. 현대건설 사장의 투신과 대우건설 사장의 한강투신자살의 교훈도 벌써들 옛날 일처럼 잊어가고 있어 걱정스럽다.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존경을 받고 있는 정신적 지도자이신 김수환 추기경은 언제인가 까만 후배신부와 일부 언론들과 일부세력으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은 적이 있었다.

김수환 추기경은 이렇게 말했다. 그러한 비판을 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다. 옳은 지적이다.

저를 위해서도 교훈을 주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말도 덧붙였다.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칭찬의 말을 너무 많이 들었습니다. 죽어서 하느님 앞에 갔을 때 너는 그동안 칭찬을 다 들었기 때문에 나에게 칭찬들을 말이 없다는 말씀을 하느님께 듣지 않을까. 사실 걱정을 많이 했다. 비판과 욕을 먹는 것이 제 삶에도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얼마나 넉넉한 마음인가? 우리들의 얼어붙은 가슴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훈훈한 말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이 선거판 같은 세태를 치유하는 지혜가 숨어있는 것 같다.



윤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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