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EU Taxonomy의 의미, 제대로 알자
[E·D칼럼] EU Taxonomy의 의미, 제대로 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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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7.1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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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진 / 주한덴마크대사관 선임상무관

6일 유럽연합 의회는 EU 택소노미에 원전과 가스를 포함시킨 보완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원전이 ‘친환경에너지’로 분류되게 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원전이 친환경이라는 점만을 강조하는 몇몇 언론들의 기사를 보며 보며 실소를 금할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EU의 금번 결정은 현실적으로 당장 원전과 가스발전소를 가동 중단할 수는 없으나, 향후 신규 원전과 가스 발전소는 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생각한다. 더군다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발생한 사상 초유의 에너지 가격 폭등 상황을 감안하면, 어짜피 두 발전원의 신규 건설 진행이 어려울 텐데 요즘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두 발전원의 택소노미 배제 결정을 통해 정서적인 충격을 더할 필요는 없을 거라는 현실적인 판단도 작용했을 거라고 본다. 근거는 아래와 같다.

유럽의회를 통과한 택소노미 보완법안(CDA)은 원전을 택소노미에 포함시키면서도, 사고저항성 핵연료 적용, 2050년까지 고준위방폐물 처분장 운영계획 제시, 최신기술기준 적용을 조건으로 달고 있다. 3개 조건 모두 원자력계가 실행하기 어려운 매우 까다로운 조건이며, 실제로 유럽원자력산업협회(FORATOM)은 지난 1월 보완법안 초안에 발표되었을 때 강력하게 이 조건들의 철회를 요구하였다.

양이원영 의원실에 따르면, 원전사고는 주로 냉각에 실패하면 발생하는데 핵연료가 수천도까지 올라가면 핵연료를 감싸는 ‘지르코늄합금’이 녹아 내려 수소가 발생하면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어 수소폭발이 일어난다. 이 ‘지르코늄합금’이 녹지 않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사고저항성 핵연료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강정민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에 따르면 "설령 사고저항성 핵연료 개발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핵연료 설계가 변경되면 원자로 핵설계 코드, 열수력설계 코드 등 원자로 안전운전과 관련된 컴퓨터 코드 시스템을 갱신하고, 코드가 안전한지 심사해 면허를 부여해야 한다"며 "기존 핵연료 공장이 제조 공정을 변경해야 하는 등 상용화에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에너지부가 2025년을 목표로 추진하는 사고저항성 핵연료에 참여하는 웨스팅하우스, 프라마톰은 목표를 2030년까지 수정 전망하고 있으며, 상용화 시기에 대해서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고준위방폐물 처분장은 핀란드와 스웨덴만 확보했고 두 국가는 이미 50년 전부터 처분장을 준비했다. 원전밀집도 전세계 1위인 우리나라는 1986년도부터 방폐장 부지 확보에 노력해왔지만 주민반대로 부지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모든 가정에 핵폐기물을 나눠서 보관하지 않는 한 우리나라에서 2050년까지 고준위방폐물 처분장을 짓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최신안전기준 적용원칙은 과거 911테러(2011) 이후 미국과 유럽 모두 항공기충돌 대비책을 실제 원전 안전규제에 적용한 사례와 같은 효과를 갖는다. 에너지전환포럼에 따르면, 항공기충돌 대비규제는 미국의 AP1000과 프랑스의 EPR원전의 건설공기를 지연시킨 주요 요인중 하나였다. Nuclear Energy Agency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동 기술을 적용한 원전의 경우 공기를 5년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는 9년에서 많게는 16년이 소요되었으며, 발표단가 역시 예상 대비 2배에서 많게는 5배 가량 폭등한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체르노빌 및 자포리치아 원전에서 군사적 교전이 발생한 사건은 향후 군사적 공격에 대비한 원전안전대책이 새로운 안전규제로 도입될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는 원전 건설의 또다른 지연 요소로 작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천연가스 발전의 경우, 1kWh 발전량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70g까지 인위적으로 낮춰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붙었다. 이 정도 수준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려면 세계적으로 이미 여러 번 상용화에 실패한 탄소포집저장 장치를 달아야 하거나 다른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경제성이 낮아진다. 여기에 더해 유럽 배출권거래제는 발전 부문의 탄소배출권을 100% 유상할당하기 때문에 탄소배출권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러한 요인으로 가스발전소의 경제성이 낮아진다면 이에 대한 투자요인이 있을까 싶다.

EU 택소노미 결정의 요지는 한마디로 하면 원전과 가스발전소를 지을 때 안전과 환경성을 최우선의 기준으로 적용하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그러한 기준에 부합하는 원전이나 가스발전소를 새로 짓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원전은 이미 사양산업인데다 이러한 기준 적용시 관련 기술이 언제 상용화 될지 모르고, 공기도 길어지고 비용도 늘어나는 발전원은 투자대상으로 자리매김하기 어렵다. 친환경으로 분류했다고 단순히 좋아할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K-택소노미 역시 유럽 택소노미에서 규정한 원전과 가스발전 관련 금융지원의 조건을 준용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지 않다면 안전과 환경성은 유럽에서만 지키고 우리나라에서는 예외로 적용해야 한다는 모순을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환경부는 K-택소노미 관련 발언에서 국내의 현실을 감안해 유럽의 조건들을 반영하지 않고 원전을 포함시킬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 에너지전환포럼에 따르면 현재 국내의 대표적 신규원전인 APR1400은 이번 택소노미 보완법이 지원조건으로 제시한 사고저항성핵연료, 2050년까지 핵폐기장 운영계획 제시, 최신기술기준 적용은 물론 2009년 유라톰조약이 규정한 극한 재난대비 안전조치(코어캐처, 이중격납), 항공기충돌 대책조차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원전 수출국 강대국을 만들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이 시행되려면 국내 원전기술도 EU 택소노미 기준에 부합되어야 할것이다. 원전을 신규 건설하는 중국, 러시아, 인도는 자체 기술 보유로 수출시장이 아니고, 원전을 늘리겠다는 체코나 폴란드 등 유럽시장이 주요 타겟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7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킨스)이 원자로 격납건물 콘크리트 곳곳에서 빈 구멍인 공극이 140개나 발견돼 5년째 정지돼 있는 원자력발전소 한빛 4호기에 대해, 건물 상부에는 공극이 없을 것이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구조적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려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지역 주민과 탈핵단체에서는 “부실공사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한빛 4호기 재가동 절차에 들어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으며, 공학적인 평가를 할 때 가정을 바탕으로 내린 결론은 부적절한 공학적 판단이라는 업계 전문가의 지적도 있다.

안전은 특정 산업계의 이해에 따라 차별적용되어서는 안된다. EU 택소노미 관련 결정에 대해 원전이 친환경이라는 점을 부각하려면 원전의 안전한 운영에 대한 담보가 전제됨을 동일하게 강조해야 한다. 안전없는 친환경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원전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 사고는 최선을 다해 지켜내야 하겠다.

※ 칼럼의 내용은 주한덴마크대사관의 공식 입장이 아니며, 박의진 선임상무관의 개인적인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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