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19) - 건강의 신화와 건강을 위한 조건
의사가 지옥에 간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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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지옥에 간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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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7.1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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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열 / 강릉 동인병원 응급의학과장, 영동 응급의료 정보센터 소장

도둑과 의사가 한날 한시에 지옥의 시왕 앞에서 살아 생전의 일에 대해 심판을 받게 되었다.

염라대왕이 도둑에게 먼저 물었다. ‘그대는 살아 생전 어떤 일을 하였는고?’ 도둑이 가로되 ‘소인은 사바세계에 부자의 재산을 가져와 빈부 격차를 줄이는 일을 하였나이다.’ 이에 염라대왕 가로되 ‘참으로 좋은 일을 하였구나, 마땅히 극락에 갈지어다’

다시 의사에게 물었다. ‘너는 살아 생전 무슨 일을 하였는고?’ 의사 답하여 가로되 ‘소생은 죽을병에 걸린 많은 사람을 고쳐 살게 하는 일을 하였나이다.’

이에 염라대왕 크게 노하여 가로되 ‘너 이놈, 바로 너와 같은 놈들 때문에 염라국에서 많은 혼란이 생겼었노라, 죽을 때에 왜 오지 않는 사람이 많은가 하였더니 바로 네놈 때문이었구나, 마땅히 무간 지옥에 감이 옳으리라’

한 낱 우스개요 농담이지만, 농담만이 아니라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옳고 그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일이 수도 없이 많아진다. 어떤 면에서 보면 지극히 좋은 일이며 아름다운 일이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나쁜 일이거나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옳지 않은 일이 되는 일들이다.

그 한 예가 의료계에서 일어나는 면허 밖의 의료 행위다. 의료인이 아닌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의료인도 면허 외의 의료 행위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쉽게 말하면 의사는 한의학적 진료를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면허외의 의료 행위를 금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의료 행위가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위한 고도의 전문적인 행위이기에 엄격하게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규정한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불교 종파인 조계종의 기관지인 불교 신문 2004년 6월 22일자 2041호 4면에는 ‘불자약사보리회’ 종묘공원 무료투약 현장을 “약사여래의 분신들 이웃치료에 나서다”라는 제목으로 한 면을 거의 다 할애한 기사가 게재됐다.

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기가 막힐 지경이다. 무료 투약을 하는 불자약사보리회의 약사들은 약사가 아니라 의사의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내용을 보자 “어디가 편찮으세요?

-중략-

상담이 끝나고 처방전을 적은 종이를 받은 노인들은 -중략- 증상에 따라 약을 분류하고” “불자약사보리회가 무료투약 봉사를 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상담이다”
참고로 필자는 응급의학 전문의이지만, 관절염이 있는 환자에게 처방은 할 수 있지만, 먼저 꼭 정형외과 전문의에게 자문을 구한다.

솔직히 약사들이 얼마나 경험이 있는지 모르겠지만-경험이 있다면 의약분업이 된 현재는 경험 자체가 불법이다- 이런 약사의 진료와 처방에 대해서는 참으로 걱정스럽다. 의사들 중에서도 정형외과 전문의가 따로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사실 문제는 약사들의 오진이 아니라 선행과 봉사라 하더라도 약사가 의사 노릇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떠한 문제 의식도 가지지 않는 것이다.

의사와 약사가 따로 있어야 하고 약사들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약사들이 의약 분업에 대해 얼마나 강경하게 주장했는지는 이미 충분히 아는 바가 아니겠는가?

필자는 선택 분업을 주장했지만 그토록 강력하게 의약 분업을 주장한 약사들이, 선행과 봉사라 하더라도 명백한 불법행위를 하고, 처방을 한다는 이 기사는 얼마나 황당한가? 약사의 진료를 막아야 하는 이유는 의료 행위가 고도의 전문적인 행위이며 인간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좋은 일이라 하더라도 명백한 불법 행위를 하는 약사와 불교 신문에 대해 염라대왕은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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