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문화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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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7.29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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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도우미를 혼내는 사회

“돈만 주면 뭐든지 다 하는 노래방 도우미들은 혼을 내줘야 한다”면서 노래방도우미들을 성폭행하고 돈을 빼앗은 일당들이 경찰에 잡혔다. 그들은 “나는 유영철과는 달리 인생을 포기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매춘여성에 대한 태도가 연쇄살인범 유영철씨의 태도와 같음을 보여준다.

그들의 태도는 성범죄불법화론과 관련이 있다. 성매매에 관한 논리는 성매매합법화론과 성매매비범죄론과 성매매불법론이 있다. 사례를 보면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진보적이고 여성인권을 많이 보장하는 국가에 성매매합법국가와 성매매비범죄국가가 많고 보수적이고 여성인권을 억압하는 나라에 성매매불법국가가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익명이 보장되는 게시판에서는 성매매합법화를 주장하는 글들이 많이 보이지만 공개적으로 성매매합법화를 주장하는 경우는 드물다. 성매매합법화를 공개적으로 주장하면 대번에 비도덕적인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성매매를 합법으로 하고 있는 선진국들은 오히려 우리보다 성매매 문제가 더 적다. 성매매합법화는 법의 영역에서 도덕을 독립시킨 것 뿐이지 그것이 도덕에 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성매매가 불법인 상태에서는 피해 여성과 관련 업주들이 불법행위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 웬만한 피해가 있어도 신고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쉬워 인권의 사각지대가 발생하는데, 합법화라면 전제가 달라져서 최우선적으로 보호하는 대상이 성매매 여성이기 때문에 그만큼 인권을 보호할 수 있다.

물론 성매매불법화시스템 아래에서도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나 성매매불법화로 성도덕을 지키며 성매매 여성의 인권도 보호하겠다는 것은 다분히 이상주의적이다. 모든 영업적 성매매를 철저하게 단속하는 것이 어려운데다 단속이 심하면 심할수록 성매매가 은밀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악순환이 발생하여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는데 한계가 생긴다. 그래서 희대의 살인범 유영철씨의 주된 희생자가 속칭 ‘보도방’을 통한 출장마사지사 등 은밀한 성매매여성들이라는 것은 어찌보면 성매매불법화론의 예측 가능한 결과들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성매매합법화론에 관해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매춘여성이 자발적으로 성매매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성매매가 나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다 더욱 상황이 복잡한 것은 자발적으로 성매매하는 여성과 함께 강제적으로 성매매하는 여성이 모두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하고 매춘여성과 성관계를 가지는 사람에게 도덕적인 양심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하기 때문이다.

자발성이나 도덕적 양심등 내면적인 것들을 증명하기란 더더욱 어렵기에 왠만한 경우, 특히 주장하는 사람이 남자인 경우는 성매매합법화론을 주장하기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서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여성이고 여성 가운데에서도 매춘여성이다. 매춘부출신의 여성학자 ‘니키 로버츠’는 이 분야에 기념비적인 글을 남겼다.

그녀의 논지에 따르면 성매매불법화론의 사회는 매춘여성을 처량하게 혹은 나쁘게 보고 구제대상으로 본다.그리고 매춘여성이 말하는 것을 제대로 듣지 않고 비약시켜버린다. 그것 때문에 매춘여성의 존재를 무시해버리고 낙인을 찍는 오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이러한 현실적 사정과 논리적인 오류 때문에 성매매불법화의 사회에서는 계속적으로 성매매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돈만 주면 몸까지 파는 가정주부들을 양산하는 사회, “돈만 주면 몸도 팔고 뭐든지 다 하는 여성들은 혼을 내줘야 한다”며 그들을 비난하는 도덕주의자들이 넘치는 사회의 근저에는 성매매불법화의 논리와 심리가 있다. 경제적으로 발전한 사회가 성매매불법화를 유지하는 한 이같은 현상은 좀처럼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승훈 / 인터넷 저널리스트
인터넷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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