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아르빌을 다녀와서
이라크 아르빌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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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8.1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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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말 한국에서 한국-미국-이라크 3국 조인트벤처 'BMO'를 출범시킨 뒤, 이라크를 방문해서 후속 조치와 현안을 논의해달라는 이라크측 파크너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김선일씨 피살 사건과 김천호 가나무역사장과의 관계에 발이 묶여 차일피일 이라크 방문이 미뤄지고 있었다.

김선일씨 청문회 일정으로 말미암아 이라크 파트너인 바라니그룹(Barhani Group)의 바라니(Barhani)씨와 암만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고 이에 전화와 메일로 무사히 약속을 연기했다고 생각했는데, 새벽에 바라니씨로부터 만나기로 했던 암만 쉐라톤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왜 안 오냐?'는 연락이 왔다.

30분간 국제 전화로 사과를 한 후, 8월 2일 국회 청문회 증인 출석이 끝나면 다음날로 이라크 근처로 가자는 생각을 굳히고, 청문회가 끝난 8월 3일 이스탄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새벽에 이스탄불 공항에 내려 이라크측 파트너와 통화를 하니 이라크 밖으로 나오기가 어려운 상황이고 더욱이 쿠르드가 지배하는 북부지역을 아랍인 출신 이라크 사람이 국경을 통과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라크 아르빌(Arbil)에서 만날 것을 제안했다.

일단 이라크 북부 국경과 가장 가까운 DBX가 열렸던 디야르바키르市까지 가기로 하고 터키 국내선 표를 구했지만 여름 휴가철인 관계로 정상적인 표를 구하는 것이 불가능해 발을 구르던중, 접근해 온 터키 여행사 여직원에게 부탁하여 웃돈을 주고 앙카라를 경유해 대기했다가 다시 비행기를 타고 디야르바키르에 내렸을 땐 이미 저녁이었다.

자이툰 부대측에 이라크 아르빌에 들어갈지도 모른다고 미리 이야기를 해뒀지만 다시 입국확인을 하려는데 한 한국인이 자기도 데려가 달라고 하면서 부탁을 해왔다. 그는 자이툰 부대에 식품을 납품하는 회사에 관련된 사람이었는데 어떻게 아르빌에 가야할지 전혀 지식이 없었다.

부대 관계자와 전화 통화를 마치고 이제는 좀 쉬려고 했지만 이라크 입국과정에서 입국안전에 관한 조치를 취하다 보니 밤늦게까지 자지 못하고 여기저기 전화하며 날을 샜다.

다음날 국경도시 시즐레까지 300Km를 5시간에 걸쳐 달려 검문소에 출국신고를 하고서 다시 70Km를 달려 관문인 실로피에서 다시 신고를 하고 30Km를 더 달려 국경에 이르렀다.
4단계의 신고 동안 무려 3시간 이상이 소요되었는데 이조차도 한국인에 대한 터키측의 관용으로 새치기 등이 허용된 결과였다. 국경에는 수천대의 트럭이 수십Km를 줄 서 있었는데, 이에 대해 쿠르드인들은 쿠르드 자치지역과의 물량소통이 늘어날 것을 우려한 터키측의 의도적인 지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천신만고 끝에 터키 출국절차를 마치고 티그리스 강을 건너 이라크 쪽 국경에 가니 여기서는 한국인의 입국을 불허한다고 했다며 또 시간을 끌었다. 이 곳에는 벽에 쿠르드 민주당 지도자이자 사실상 쿠르드 자치정부의 배후 최고 실력자인 발랄자니의 초상화와 쿠르드 자치 정부 깃발이 걸려있었고, 쿠르드 자치 정부의 군인이 국경을 관리하기 때문인지 입국허가 스탬프에도 '이라크 쿠르드지역'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국경을 건너 휴게소에 이르니 아르빌 측 쿠르드 사업가가 경호요원을 10여명을 데리고 차로 마중을 나와 있었다.
최북단 주이자 주도인 도훅을 지나 아르빌로 향하는데 무려 5시간 이상이 걸렸고, 아르빌 칸자르호텔에서 만나기로 한 바라니씨와는 시간이 너무 지체됐지만 따로 연락할 방도도 없어 자이툰 부대 내에 오래 전부터 거주하던 지인인 최광범씨에게 부탁해 바라니씨와의 통화와 접촉을 부탁했다.

저녁 9시가 넘어 칸자르호텔에 도착하니 바라니씨는 이라크인은 출입이 금지된 호텔이라 문밖에서 기다리다 돌아갔는데, 다행히 최광범씨와 접촉이 돼 만나기로 했다며 그와 함께 차를 바꿔타고 아르빌 시내 다른 호텔로 이동했다. 최광범씨 차에는 쿠르드 민병대 5명이 자이툰 부대의 지원으로 경호차 동행하고 있었다.

시내 호텔에서 만난 바라니씨는 무척 걱정을 한 듯 반갑게 맞이했고 그의 아들 하이더와 비서 자발도 같이 나와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을 아는 지인에게 낮은 목소리로 대화했다. 아무래도 자신들이 쿠르드인이 아니기 때문에 무척 조심하는 어투였다. 적어도 아르빌을 비롯한 쿠르드 지역은 이라크와는 분리된 별개의 지역이었다.

바라니씨와 간단히 인사를 마치고 11시까지는 한국 민간인은 모두 부대 국영지로 귀대해 부대 막사에서 자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내일 오전 사업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고 자이툰 부대로 향했다. 부대는 광활한 평원 가운데 있었는데 천막으로 임시 숙소로 쓰고 있었고 민간인 막사에 들어가니 소령 한 분이 와서 주의사항을 통지하고 있었다.
막사 안에는 자이툰 부대 건설회사, 식품납품회사 및 아르빌지역의 사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 등 민간인 20여명이 있었으며 옆 막사에는 프리랜서 여PD 1명이 거주하고 있다고 했다.

군을 제대한지 20여년만에 다시 부대 막사에서 밤을 자는 둥 마는 둥 새우고 다음날 이른 새벽 부대를 나와 칸자르 호텔로 가서 샤워를 하고 바라니씨와 만나기로 한 호텔로 갔다.

'BMO'조인트벤처에 관한 후속 사항과 공동 관심사에 대한 논의를 마치고 바라니씨는 황급히 바그다드로 돌아갔고, 나는 쿠르드 지역 유지인 'D'그룹 사장단과 만나 향후 쿠르드 지역재건 사업에 관해 논의를 했다. 쿠르드 지역의 사업가, 지도층, 정치인 등은 거의 모두가 유럽과 미국으로 피신했다가 다시 귀국해 상류층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들은 영어를 매우 잘했으며 쿠르드의 자치 국가 건설과 문화, 역사, 언어 고통에 대해 자세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이들의 저녁식사에 초대받아 전원 식당에 갔는데 스크린에는 영화가 상영되고 분수와 놀이터가 있는 아름다운 식당에서 가족단위로 휴일 저녁 식사를 나누고 있었다. 도저히 전쟁지역이라 믿어지지 않는 광경이었다. 또한 아르빌 거리에는 저녁마다 사람들로 넘쳐났고 곳곳에 빌딩, 도로 등이 신축되고 있는 활기찬 모습이었다.

다음날 새벽 일찍 출발해 국경을 지나 10시간 후에 터키 메르딘에서 비행기로 앙카라를 거쳐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호텔에서 여장을 풀고 TV를 보니 우리가 거쳐 온 디야르바키르, 메르딘에서 각 테러와 폭탄 폭발이 일어나 경찰이 죽고 테러리스트가 체포되었다는 방송이 톱뉴스로 나왔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지난 며칠간의 고단한 여정이 눈앞에 스쳐지나갔다.

이라크에서의 사업은 정말로 힘들고 위험하고 고단한 사업임이 틀림없지만, 그러하기에 도전해볼만한 가치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장수 / (주)오무전기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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