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패러디의 본질적인 문제
박근혜 패러디의 본질적인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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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8.1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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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조선일보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전 대표가 행정수도 문제와 관해 야합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전도연 최민식 주연의 '해피엔드' 영화 포스터 안에 패러디해서 담은 게시물이 성희롱인가에 관한 칼럼을 필자가 지난 달에 올린 바있다. 요즘도 신문을 보면, 특히 한겨레신문과 진보적인 인터넷신문에서 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에 관해 한 여성문학가가 필자에게 반론을 해오기도 해 박근혜 패러디에 대해 한번 더 쓰기로 한다.

여성주의적 입장에서 볼 때 박근혜는 한나라당 대표 이전에 여성이기 때문에 '성적'으로 대상화한 해피엔드 페러디는 비판받아야한다고 보며 해피엔드 패러디는 성적비하 내지는 성희롱이라보고 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패러디 문화가 여성비하적이고 성을 희화화하는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가장 말이 많아야 할 여성단체에서는 말을 삼가하는 편이다. 이 문제로 가장 많이 시비를 걸고 있는 조선과 동아가 실은 여성비하적이고 가부장적인 태도를 숱하게 보여왔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박근혜 패러디를 강하게 비판하면 조선 동아의 노선을 따른다고 오해를 받을까 두려워해서인지 그다지 말이 없는 상황이다. '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7개 여성단체에서 밝힌 견해는 "박근혜 패러디는 성적 비하 내지 성희롱의 요소를 갖고 있다"이다. 이 말은 얼버무린 것 처럼 보이나 실은 적확한 표현이다.

여성단체들이 박근혜 패러디에 성희롱의 요소가 있다고 말한 것을 성희롱이라고 인정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게 보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성희롱의 요소를 갖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과 '성희롱이다'라고 말하는 것 사이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 성희롱의 요소를 갖고 있다는 것은 성희롱 개념의 개념필수요소를 인정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성희롱이 되기에 충분하지 않다. 아무튼 여성단체는 성희롱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지만, 성희롱인가 아닌가의 계제에서 판단을 유보했다는 것은 적어도 여성단체들은 이번 패러디에 성희롱이라 볼 수 없는 요소가 많다는 것을 인식을 하고 있음을 시사해준다.

일단 표현의 자유는 개인의 명예훼손과 사회 윤리를 침해하면 안된다는 원천적인 한계를 갖고 있는데 이번 사안은 위법성조각사유가 있어 개인의 명예훼손이 되지 않음은 분명하기에 해당사항이 없다. 사회윤리 차원에서보면 성희롱이라 부르기 애매한 상황이기도 하거니와 야합하는 상황인 남자(최민식의 조선·동아)와 여자(전도연의 박근혜·한나라당)를 모두 비하하고 있기에 남녀평등의 사회윤리가 침해된다고 볼 수도 없다. 표현의자유의 내재적 한계, 원천적인 한계의 문제는 극복된 상황이다.

남성과 여성을 모두 성적으로 우스꽝스럽게 비하하는 패러디에서 더 많은 비하감을 느끼는 쪽은 남성 쪽인 조선·동아라기보다는 여성과 박근혜 한나라당인데 이는 박근혜 대표가 클로즈업되어 표현되어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애초에 우리 사회가 성적으로 불평등하고 여성을 비하하는 문화에 젖어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중산층에게 가난하다고 말하면 그냥 재미있게 받아들이지만 극빈자에게 가난하다고 말하면 모욕과 비하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남녀평등의 문화가 보다 많이 확산돼있다면 성적으로 왜곡과 과장, 비꼼과 비하함으로 느껴지는 패러디의 쾌감이 그대로 전해지지만 남녀불평등의 문화 속에서는 똑같은 표현에서 왜곡과 비꼼의 비하는 없고 참담한 현실이 반영된 표현으로 인식되어 고통스러울 뿐이다.

한편 여성단체에서도 내부의 젊은활동가들이 놀랍게도 오히려 이번 패러디가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고백을 했다.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남녀평등의 문화가 보다 확산되어있기 때문에 패러디를 패러디 자체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조선·동아, 한나라당, 장년·노년층에서 이번 패러디를 패러디로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정도가 심한 것도 역시 그쪽의 문화에 남녀평등의 문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패러디를 비판의 대상으로 삼아 제재할 것인가 말것인가는, 그것을 패러디로 받아들이는 것을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각자가 느끼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뭐라 잘라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그 패러디를 제재한다는 것은 후진적 상황에서의 적극적인 성평등 조치라고 생각된다. 또한 이러한 적극적 성평등 조치와 표현의 자유의 규범충돌의 문제에서 보면, 패러디라는 장르에서의 표현의 자유에 관한 본질적인 부분을 훼손하는 것이기에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규범조화원칙에 위반되어 곤란하다고 본다.

결국 박근혜 패러디가 성적 비하가 되고 성희롱이 되는 원인과 책임은 패러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이는 우리 사회의 성평등수준을 끊임없이 올리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겠다.

이승훈 / 인터넷 저널리스트, 인터넷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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