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확대 위해 전력시장 거버넌스 분산화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확대 위해 전력시장 거버넌스 분산화 필요하다”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23.02.01 1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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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전력시장은 분산형 거버넌스로 앞서 가고 있는데 우리는 중앙집중형 방식”
선지원 교수 “우리나라 전력시장, 중앙집중형보다 거버넌스의 분산화 필요”
하지현 변호사 “재생에너지 공정 접근 보장하는 ‘전력시장의 공정성’으로 전환돼야”
채영진 처장 “큰 틀서 전력시장이 재생에너지에 불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후솔루션·민병덕 의원, 국회 세미나 ‘공정한 전력시장과 법제도' 개최

[에너지데일리 변국영 기자]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중앙집중형 전력시장을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기후솔루션과 민병덕 의원실은 지난달 31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국회세미나 ‘공정한 전력시장과 법제도’를 개최했다.

첫 발제를 맡은 광운대학교 선지원 교수는 ‘국내외 신·재생에너지 거버넌스 비교’를 주제로 국내 법제의 미진한 점을 짚었다. 선 교수는 독일, 영국, 일본, 미국 등 외국의 전력시장 거버넌스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국가는 에너지 공급 단계 혹은 지역별로 계통(전력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관리를 분산하고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사실상 전력계통 관리 권한이 중앙집중화 돼 있어 에너지 시장의 실질적 경쟁을 저하시키고 있는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선 교수는 우리나라 에너지 생태계 전반이 유기적인 관리보다는 지나치게 안정성과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담론이 지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계통관리에 합리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없고 일방적인 계통 관리 거버넌스에 투명성이 결여돼 시민과 지역공동체의 수요와 필요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선 교수는 우리나라 전력시장의 발전 방안으로 현재의 중앙집중형보다 유연하고 효율적인 전력시장 거버넌스의 분산화를 제시했다. 그는 “전력시장에서 공적 주체의 적절한 통제와 관리는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에너지 다양성, 경제성, 친환경성 등 다양한 가치가 균형 있게 달성될 수 있어야 한다”며 “전력계통에 모든 시장참여자의 평등한 접근권을 인정하는 망 중립성과 데이터 통계 및 활용을 근거로 한 합리적인 제도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기후솔루션 하지현 변호사는 ‘전력시장과 공정거래법’을 주제로 한국전력의 시장지배력 남용과 패러다임 전환에 대해 논했다. 하 변호사는 “국내 전력시장이 한전을 중심으로 한 수직결합독점”이라고 강조했다. 한전은 발전자회사를 두고 국내 전력 약 70%의 생산(발전)부터 운송(송배전), 판매(수익)까지 홀로 맡고 있다. 동시에 전력계통 운영자인 전력거래소도 거버넌스 상 한전의 영향을 받으며 각종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해 화석연료 발전에 이윤을 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전력시장에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이 새로 참여하고 이를 보완하는 ESS(에너지저장장치), VPP(가상발전소), DR(수요반응자원) 등 신산업이 등장하면서 공정성 문제가 대두했다. 화석연료가 유리한 과거 시장 구조상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불공정한 경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하 변호사는 대표 사례로 PPA(판매자와 구매자 간 직접 전력구매계약)에서 높은 망 이용료가 강제되는 점과 국내에서 재생에너지가 가장 높은 비율로 보급된 제주도서 전력 공급이 과잉될 때 풍력발전을 우선해서 출력제어하는 점을 꼽았다. 그는 재생에너지의 공정한 접근을 보장하는 ‘전력시장의 공정성’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전두영 산업통산자원부 전력시장과 사무관은 “최근 환경성의 가치가 중요하게 대두하면서 안정성 등 기존 가치와 상충하는 면이 있다”며 “이는 우리나라 에너지 (관련)법이 다양한 법익을 추구하고 있어서 나타나는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 사무관은 “그러나 하나의 법익이 다른 법익을 압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행정의 역할은 정책 환경을 면밀히 검토해 어떤 법익이 우선하는 게 맞는지 고민하는 데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병건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구조개선과 과장은 “우리나라도 전력시장에 개방과 경쟁 원리가 도입되고 신재생 발전 주체가 생겨나면서 공정거래 이슈도 논의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공정거래 당국 입장에서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경쟁제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관심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병주 한국전력공사 법률자문1팀 팀장은 “외부에선 한전이 독점 사업자라고 하지만 공정한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전기사용자의 안정적 사용을 위해 시장 원칙을 지키는 한편 새로운 가치가 떠오르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채영진 한국전력거래소 기획처 처장은 “전력 체제가 화석연료 중심에서 재생에너지가 주전원이 되는 체제로 가는데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면서도 “큰 틀에서 전력시장이 재생에너지에 불리하게 운영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업계는 현재 전력 시장이 불공정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반박했다.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은 “중세시대 영농법으로 현대사회 농사를 지을 순 없다”며 “전력 계통망의 독립성과 혁신으로 구조 개혁이 이뤄져야 화석연료와 신재생에너지 사이 공정 경쟁을 막는 차별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IT기술을 활용한 가상발전소 사회적 벤처 식스티헤르츠의 김종규 대표는 “OECD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평균이 35%인데 한국은 뚜렷한 이유 없이 7% 수준이라는 점이 불공정한 구조가 있다는 증거”라며 “그 비중이 18%에 이른 제주도에서 풍력발전을 먼저 끄는 모순까지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런 모순을 에너지 산업만의 눈으로 보면 해결이 쉽지 않다”며 “전력이 남거나 모자랄 때 스마트 가전, 전기자동차, 통신기술 등이 어떻게 협업해서 전력계통 안정에 기여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세미나를 주최한 민병덕 의원은 “현재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수는 4694개에 달하며 전력시장 참여자 중 그 비율은 87%에 해당한다”며 “유일한 전력시장 및 전력계통 운영자인 전력거래소가 거버넌스 상 한전으로부터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하면 재생에너지와 유연성 자원이 공정하게 경쟁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위기 시대에 전력시장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할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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