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한대동안 겪었던 고뇌와 번민
2004년 한대동안 겪었던 고뇌와 번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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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1.03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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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세대 무력, 아무 역할 못했다

2004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했지만 온통 고뇌와 번민 투성이다.

배고픈 시절의 산업화 과정을 체험한 경험세대들로서는 지난해 정치와 사회와 경제가 너무나 황당하고 경악할 지경이다.

우리가 태어나 자라고 공부하고 열심히 땀흘린 나라의 모습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봤다. ‘의회 쿠데타’니 ‘역사의 반역’이며 ‘까불지 말라’, ‘내 손아귀에 들어있다’는 막말과 악담들도 많았다.

개혁을 명분으로 강남부자, 친일3대, ‘조동중’ 등 기득권 집단은 타파의 대상으로 지목되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무엇이냐는 논란도 있었다.

8·15 해방과 6·25 침략격퇴 및 그뒤 산업화와 민주화의 정통성마저 시비거리가 되고 자본주의와 시장경제가 맞느냐는 회의도 제기되었다.

이처럼 황당한 지난해, 나이든 경험세대들은 어떤 역할도 하지 못했고 무능하고 무력하다고만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참다 못해 각계에서 경륜을 쌓은 분들이 ‘9·9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국가원로회의가 ‘민심이나 여론과 싸우지 말라’고 대통령에게 권고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한국경제는 치료하기 힘든 신경성 우울증이라고 지적됐다.

기업인들은 성취와 도전의 의욕을 잃고 경제민심은 최고로 악화되어 ‘고용없는 성장’, ‘투자없는 수출’, ‘성장없는 분배시대’라는 자학적 비판이 나왔다.

그리고 시장경제는 강자와 승자는 악이요, 약자와 패자는 선이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오도되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기적처럼 고성장한 과정을 돌아보면 정부와 기업과 국민이 경제와 연애하던 시절이었다.

정부는 기업에게 애국한다고 추켜세우고 국민은 기업인들에게 예쁘다고 애정을 표시하자 모든 기업이 죽기 살기로 뛰어 세계에 유례없는 성공사례를 남길 수 있었다.

이 시절에 비해 지금 부자는 몸조심하고 서민층은 신용불량으로 주머니를 꼭 잠궈 이제나저제나 좋은 세월이 오지 않을까를 고대하는 형국이다.

반면에 정부는 개혁일정에 쫓기는 형세로 국가보안법 폐지, 사학법 개정, 과거사 정리, 신문법 제정 등 4대 입법에 운명을 걸고 있다.

또 경제 정책에서는 재계의 잇단 제안, 설득, 호소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법 개정,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시행 등을 강행함으로써 ‘새해에도 기대할 것이 없구나’라고 한탄하게 됐다.

경제 시책이 좌파적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지만 시장경제의 반응으로 보면 성장과 분배의 마찰이 잦은 현상을 ‘지나친 평등정책’이라고 비판할 수 있다.

골격은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이지만 각론은 성장보다 분배 우선으로 가고 있으므로 시장이 정부의 정책을 긍정적으로 받아주지 않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시장경제를 누가 지켜주고 발전시켜 주겠느냐고 걱정하게 된다.

적대적 M&A 위협 앞에 경영권이 불안하게 노출된 재계에서는 스스로 시장경제 수호운동에 골몰하고 있다.

전경련,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가 앞장서서 시장경제를 지키려는 이 운동을 민간에서 시민운동으로 대신해야 마땅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요즘이 NGO 전성시대라고 하니 시민단체가 나서 기업환경의 중립화, 정치와 사회논리의 시장교란 방지, 시장경제 경쟁질서의 확립 등을 굳건히 외치게 되면 기업인들의 사기도 올라가지 않겠는가.

아울러 민심과 여론을 무시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려는 개혁논리도 완화되지 않겠느냐고 기대해 본다.
 

/ 배병휴(전 매일경제신문 주필, 현 월간 경제풍월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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