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만드는 발전소
‘희망’을 만드는 발전소
  • 박해성 기자
  • phs@energydaily.co.kr
  • 승인 2005.01.03 0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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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현장]인천 옹진군 ‘승봉도 내연발전소’

▲ 승봉도의 비경, 이일레 해수욕장
승봉도와 이작도 사람들의 또 다른 젖줄
지난해 6월 한전 인수…발전기 1기 증설

승봉도의 겨울바람은 매서웠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뱃길로 1시간 남짓, 겨울바람은 그렇게 승봉도로 향하는 ‘파라다이스’라는 이름의 여객선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2004년 연말에 생각하는 2005년은 승봉도로 향하는 뱃길만큼이나 저만치 너무나 멀어 보였다.

2005년 ‘희망’을 기대하는 승봉도 사람들은 파라다이스라는 이름의 배를 맞이하는 선착장에서 겨울바람과 함께 매섭게 흔들리고 있었다.

승봉도는 서울 등 육지 사람들이 한가로이 마음을 풀고 가기에 딱 맞는 작은 섬이다. 이일레 해수욕장, 촛대바위, 남대문 바위 등이 유명하며 목섬과 금도 그리고 영화 ‘패밀리’ 촬영장으로 알려진 사승봉도를 품고 있다.

2003년 여름 성수기 때는 2만여명이, 지난해 여름엔 1만3천여명이 승봉도의 여름을 만끽했다.

그리고 대이작도와 소이작도가 승봉도의 이웃한 식구들이다. 얼마 전 종합 준공식을 치룬 영흥화력발전소의 전경도 영흥도와 함께 멀리 눈에 들어 왔다.

승봉도에는 또 하나 빼놓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 지난 94년 12월 발전을 시작한 승봉도 내연발전소가 그 곳이다.

▲ 승봉도 내연발전소
승봉도 내연발전소는 인천시 옹진군이 건설하고 운영했던 발전소다.

지난해 6월 한전이 자가발전 도서의 인수사업의 일환으로 이 발전소를 인수하면서 기존 150㎾급 3기의 내연 발전기에다 500㎾급 내연발전기 1기를 새로운 식구로 맞아 들였다. 그리고 배전 전주를 비롯해 기존 배전 선로를 완전히 새롭게 구성했다. 

총 950㎾ 용량의 승봉도 내연발전소를 빼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80가구가 사는 승봉도를 비롯해 90가구의 대이작도, 그리고 51가구의 소이작도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전기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섬은, 거대한 감옥이다.”섬 생활을 묻는 우문에 승봉도 내연발전소 강 수 소장(51)이 건넨 답변이다.

섬이라는 자연은 때로 아파도 아플 수 없고, 가고 싶어도 머물러야 할 때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승봉도 내연발전소에는 강 수 소장을 비롯해 모두 7명의 전우실업 식구들이 근무하고 있다.

그 7명의 식구들이 4조 3교대로 밤을 세워가며 전기뿐만 아니라 섬사람들의 희망까지도 만들고 있다.

▲ 승봉리 마을 전경
일할 사람이 더 이상 늘지 않다 보니 야간 교대근무를 한 사람이 설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때로 황당한 경우도 있단다. 여름 피서철에 승봉도를 찾은 한 육지사람이 술에 취해 잠을 재워 달라고 행패를 부렸다는 것이다.

때로 몸이 불편하거나 안전사고가 발생한다던지 술을 먹고 행패를 부리는 돌발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제대로 대처하기 힘들다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주장.

승봉도의 지난해 여름 최대 전력수요는 606㎾h. 내연 발전소의 특성상 올해도 어김없이 500㎾급의 비상발전기를 한 열흘정도는 돌려야 할 상황이다.

승봉도 내연발전소가 한전에 인수되면서 신규 수용고객도 늘었다. 지자체가 운영했을 당시에는 새로 집을 짓거나 자리를 옮겨 증측할 경우 전기를 끌어다 쓰기에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가 신규 고객이 늘지 않았다.

그러나 한전이 인수하면서 표준공사비를 적용, 신규 전력사용에 따른 부담을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 승봉도의 비경, 부채바위
승봉도 내연발전소의 가장 큰 고객은 동양콘도미니엄. 지자체 운영당시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인해 전기공급을 받지 못했다. 이번에 한전이 인수하면서 계약전력 250㎾로 가장 큰 고객이 됐다.

올해 소망을 묻는 질문에 강 수 소장은 “가족과 직장동료의 건강과 행복, 그것이 2005년도 한해의 소망”이라고 그의 고향 대이작도를 가리키며 웃었다.

전기를 만드는 일을 하며 전기로 인해 육지 사람과 소통하는 혜택을 누리는 사람은 주변에 찾아 볼 것도 없이 발전소 공무일을 담당하고 있는 신재흥 씨.

강 수 소장과 함께 발전소 건설과 함께 고락을 함께 했던 창기(초창기) 멤버인 그는 ‘일도네 민박집’(http://user.chollian.net/~jkp1119/ )이라는 카페를 운영하며 그의 민박집을 찾은 육지 사람들과 소소한 것들까지 서로 공유하며 그리고 소통하고 있다.

그의 민박집은 공교롭게도 발전소와 마주하고 있다. 비번인 날에도 집 거실에 앉아 창문 너머로 발전소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한 눈에 살필 수 있다. 그의 말 그대로 ‘상황실’인 셈이다.

그래도 그는 그나마 나은 생활을 하고 있다. 대이작도가 집인 강 소장은 발전소 인근에 방을 얻어 때늦은 나이에 자취생활을 하고 있다.

▲ 승봉도에서 바라 본 영흥화력
덕적도를 제외하고 전우실업이 위탁 관리하고 있는 전국 도서지역 내연발전소 모두가 관사가 없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현지인 중심의 인력을 충원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나마도 안 될 경우는 자취 등으로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한전은 지난 2003년 대청도, 연평도 등 12개 도서를 시작으로 지난해  장자도, 삽시도 등 10개 도서를 인수했다. 올해는 125호가 살고 있는 여수의 여자도 등 6개 도서를 인수한다. 내년에는 가사도, 우이도, 만재도 등 27개 도서를 해당 지자체로부터 인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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