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무전기 사건에 나타난 한국 중소기업의 비애
오무전기 사건에 나타난 한국 중소기업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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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1.0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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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황장수 오무전기 부사장

IMF때보다도 더 깊은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혹자는 단군이래 최대 불황이라고도 하고, 거리는 실직자로 넘쳐나고 있다. 또 대졸자의 80%이상이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지지 못하고 있으며 수많은 중소기업이 문을 닫거나 시한부 연명을 하고 있고, 어떤 이는 살아남기 위해 중국 등으로 시설과 설비를 이전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들은 사회의 기반인 중산층을 붕괴시키고 가정을 해체하며 한국사회에 암울한 전망을 던지고 있다.

오무전기의 이라크 진출과 피격사건 그리고 그 이후 사기피해 또한 알고 보면 우리사회 경제구조의 모순과 붕괴속에 이를 탈출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왔던 한 한국기업의 희망과 좌절을 그대로 담고 있는 사건이다.

이렇게 큰 고통 뒤에야 우리의 현실을 새삼 느끼고 돌이켜 본다는 사실은 가슴 아프지만, 이 사건은 우리의 현 경제상황과 이 불황에서 한국의 중소기업이 직면하게 되는 현실과 고뇌를 적나라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아닐 수 없다.

오무전기의 故서해찬 사장은 순진하고 성실한 기술자 출신의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중소기업인이었다.

그는 공고를 졸업한 뒤 대한중석에서 근무하다 자신만의 꿈을 이루기 위해 70년대 후반 오무전기를 창업했고 특유의 근면성실함으로 80년대초 자가용을 몰만큼 성공하기도 했다. 두 차례의 예기치 않은 화재와 산재로 인해 길거리에 나앉는 고통을 겪기도 했지만 셋방을 전전하면서도 재기의 꿈을 키워 다시 회사를 설립하고 각고의 노력 끝에 소망하던 공장을 다시 설립했다.

그러나 수많은 업체가 난립하는 전기 업종의 현실 속에서 치열한 경쟁과 낮아지는 수임단가와 높아지는 비용, 수주경비 속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예전의 좋은 시절로 돌아가기는 어려웠으며 회사운영을 위해 자금을 융통하는 것이 주요한 일과가 되어갔다.

이러한 절박한 현실 속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회사를 폐업하고 다른 길을 찾거나 업종을 전환하거나 해외로 진출하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여기서 그가 선택한 길은 해외 진출이었다.

그는 해외로 진출하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수년간 노력한 결과 지난 2003년 10월, 한국업체 중 최초로 이라크 재건사업에 진출하는데 성공하게 되었다.

그러나 오무전기는 다른 한국 중소기업의 실상과 마찬가지로 해외 계약절차와 법률, 관행 및 외국어 실력, 해외사업의 노하우 등을 축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했고, 결국 누구도 예기치 못한 피격사건을 맞게 되었다.

그는 기업가의 양심으로 사고를 본인이 책임하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 수습하고 수많은 난관과 고충을 겪으며서도 이라크 송전철탑공사를 완공하였지만, 결국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중소기업이 가질 수밖에 없는 여러 악조건들로 인해 원청사와 합작사로부터 피격사고의 보상책임을 억울하게 뒤집어썼고 공사대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수습을 위해 노력하다 지난해 7월 유명을 달리했다.

이후 남은 회사의 임직원은 정부의 방관과 냉소, 언론과 사회의 무관심속에서도 끈질기게 투쟁, 10개월만에 한국 사법기관과 미국의 노동당국 사법기관으로부터 원청사와 합작사의 오무전기의 무지를 악용한 불법공모행위의 잘못에 대해 인정하는 사법적 결론을 받아냈지만 오늘 현재까지도 정작 회사의 존립에 사활을 걸린 이라크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오무전기 사건에는 여러 가지 함축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첫째, 한국 정부의 문제다.

피격사건 발생이후 사고수습 주체로 NSC, 외교통상부, 건설교통부, 산업자원부 등이 총동원됐던 한국 정부가 고작 한 일이라고는 ‘오무전기가 사재를 털어서라도 피해자 보상을 하겠다’라고 발언토록 자국의 힘없는 중소기업에 압력을 넣은 사실밖에 없다.

사건당시 정부가 자국의 근로자와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피격당한 근로자의 원청회사인 워싱턴그룹과 하청회사인 실로사가 어떤 계약관계였으며, 보험에는 가입한 상태였는지, 미국 정부공사에 관한 산재보험규정(DBA)은 어떤지 등을 미국 측에 질의·파악하고 그 결과를 오무전기측에 알려줬더라면 이번 사건은 사건발생당시 이미 워싱턴사와 실로사의 책임으로 마무리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라크가 종전된 뒤에 온갖 관련 기구와 언론을 다 동원하여 ‘이라크재건특수’를 노린 각종 세미나, 원청사 초청, 각종 지원대책발표 등을 통해 한국의 기업들에 환상을 심어주고, 심지어 자이툰 부대의 파병의 목적중 하나가 재건사업 참여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막상 예기치 않은 일이 닥치고 난 후 국제공사수주, 계약관행, 보험, 재해보상 등에 있어 자국의 중소기업과 비슷한 무지를 드러냈다.

또한 미국의 정부나 원청사에는 한마디 말도 못한 채 미국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했으며, 지난해 6월말 사기사건이 외부적으로 불거진 후에도 정부가 한 것이라고는 이 사건을 김선일사건과 결부되어 확산되지 않도록 불길을 덮기 위해 노력한 것이 전부였다.

현재 정부는 장기불황을 맞아 한국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한다면서도 막상 해외 파견된 한국 근로자에 대한 산재보험은 말도 안되는 이유를 내세워 적용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 한계이자 현실이다.

인도, 파키스탄, 필리핀 정부조차도 이라크의 자국기업과 근로자의 처우개선 등에 대해 미국에 정식으로 항의한 바 있는데, 한국정부는 겉으로는 미국에 할 말은 다 한다고 매번 큰소리치면서도 불쌍한 자국의 중소기업의 고통에 대해 오늘날까지도 제대로 미국정부에 공식적인 항의 한번 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한국 언론의 문제점이다.

사건당시, 냄비처럼 들끓으며 정치적 의미의 테러라는 사건의 실상은 외면한 채, 돈에 눈이 멀어 안전조치를 소홀히 하고 보험 가입없이 사지에 근로자를 보낸 무지막지한 중소기업이란 측면으로 오무전기를 매도하기에 급급했던 언론들은 그 후 오무전기가 각고의 노력 끝에 이 사건이 미국의 원청회사의 이라크 재건사업에 관한 비리와 부정에 의해 왜곡·조작·은폐되었으며, 국제공사 브로커에 의한 사기사건이라는 증거를 제시하고 보도를 호소했음에도 어느 언론 하나 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개인기업의 문제로 외면해 왔다.

지난해 11월 30일 있었던 경실련과의 공동기자회견도 극히 일부분만 보도되었을 뿐이다.

결국 사건의 본질은 외면한 채 선정적이고 정부의 의도에 따라 충실히 움직이려 노력하는 한국 언론의 저급한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셋째, 반미와 노동자와 중소기업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정당과 각종 사회단체가 보인 행동이다.

오무전기는 이 사건의 진실을 확인한 직후부터 이를 제대로 알려 미국정부의 항의하고, 또 다른 한국의 중소기업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동자 정당, 미국의 문제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는 한국의 진보단체들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장갑차사건 때는 그토록 난리법석을 떨던 그들은 오무전기 사건에 대해 이상하리만큼 외면했다.

필자는 이같은 현실을 보며 서민과 노동자, 농민, 중소기업을 대변한다는 정당과 단체의 위선과 겉과 속이 다른 이중성을 가슴깊이 느꼈다.

넷째, 미국정부의 문제다.

도덕적 가치를 존중한다는 미국정부가 오무전기 사건에 대해 보여준 위선과 이중성은 왜 미국이 세계에서 배척되고 고립될 수밖에 없는 지를 보여줬다.

또 그들이 겉으로 내세우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 또한 너무나 크다는 점도 알려줬다.

고통받는 이라크 국민들을 돕는다며 미국의회에서 승인된 미국연방 정부의 예산을 부도덕한 원청회사가 공사브로커와 공모하여 횡령하고, 제3국의 노동자에 부당노동행위를 시키며 탈법을 저질러도 미국정부차원의 규명을 소홀히 한 채 자국의 기업을 감싸기에 급급한 미국정부의 위선적 실상을 여지없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일부 일선경찰서 조사관들의 문제다.

온갖 피나는 노력을 통해 확보한 증거자료를 가지고 ‘국제공사브로커를 처벌하여 재발방지 해달라’는 오무전기의 고소사건에 대해 변호사를 통한 국제브로커 대응으로 인해 조사관은 어처구니 없게도 이 고소사건을 무혐의로 처리하였다.

결국 검찰과 청와대에 대한 진정을 통해서야 법적처분이 되는 것을 두 눈으로 보면서 오늘도 끊임없이 사기, 횡령, 배임당하는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상과 같이 나열한 오무전기 사건은 단지 한국의 한 기업만의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고사되어가는 한국중소기업의 적나라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보고서인 것이다.

/ 황장수 오무전기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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