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사장 한준호)이 지난 17일 실시한 1직급 인사는
한마디로 '직군파괴'라는 단어로 정리할 수 있다. 그만큼 직원들도 기대와 우려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와 관련해 "10여년전쯤 직군과 관계없는 인사이동을 실시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번처럼 큰 폭으로 행해진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사를 통해
김문덕 부산전력관리처장이 배전처장으로, 최원수
대전전력관리처장이 대구지사장으로, 양덕수 서울전력관리처장은 전남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에다 박광식 안산지점장이 광주전력관리처장으로, 고시병 영등포지점장이 대구전력관리처장 등으로 자리를 옮겨 '직군파괴'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한전의 이같은 파격 인사는 조직간의 벽 허물기와 내부 활성화를
위한 경영층의 의지가 깊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준호
사장은 그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경영시스템 개혁'과 '활기찬 조직'을 강조해왔다.
한전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에 대해 기대와 우려를 함께 표명하고 있다.
인사발령의 한 대상자는 "이번 인사는 한전으로서는 사상초유라고 할 수 있을 정도"라며 "하지만 신선한 시도임에는 분명하고 큰 무리수가 없는 것으로 보여 기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른 관계자도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이뤄졌다면 최고 경영자와 수장을 믿고 따르는 것이 올바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직원도 적지 않다. 이같은 시각은 특히 기술직군일수록 많아 보인다.
한 관계자는 "그간 부서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던 각종 사업들이 올해 마무리를 지을 시점인데 갑작스레 인사이동이 실시돼 앞으로 어떻게 될 지 걱정"이라며 "해당 사업에 사전 지식이 없는 분이 원활하게 업무를 추진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각
직군마다 각기 다른 특성을 갖고 있어 생소한 업무를 파악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수장이라면 때로는 강한 추진력을 발휘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게 중론인 것이다.
실제 이번 인사가 예정보다 늦어진 것도 내부의 견제에 따른 진통을 가라앉히는데 그만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 아니었겠느냐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기대 반 우려 반'속에 출발한 한전의 파격 인사가 어떠한
결과를 얻어낼지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