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도시경관조명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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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1.2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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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조명, 새로운 예술가치 창조
▲ 정강화 건국대 디자인학부 교수

오늘날의 도시는 24시간 살아 움직이며, 낮과 동시에 밤을 필요로 한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밤이 없이는 도시라는 ‘현상’은 전혀 상상할 수 없다. 자연광이 사라지고 대신 인공조명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도시가 살아 움직이는 상징 그 자체의 모습이 빛에 의해 극명하게 표현되고 있다.

주로 전기에 의해 만들어지는 이러한 인공조명(Artificial Lighting)의 역할은, 태양이 사라진 어두운 도시공간에 시각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기능적 목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빛의 축제와 예술, 상징과 커뮤니케이션, 첨단 테크놀로지 기기 등 인공조명기술은 우리들의 삶의 구석구석에 이미 존재하고 있으면서 그 영향력을 날로 확대시키고 있다.

도시조명의 시작은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14세(재위 1643~1715)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의 경찰이 보안을 목적으로 도로에 면한 창에 오후 9시 이후 밤새도록 등불을 켜 두도록 하였는데, 당시의 어두운 거리에 그것만으로도 밝고 안전하게 느껴져 획기적인 것이었다. 이로 인해 루이14세의 치세는 ‘빛나는 시대’로 불려졌고 파리는 ‘빛나는 파리’로 유럽 전역에 알려지며 당시 유럽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그 후 유럽 각국에서는 통치자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혹은 야간의 안전 확보, 경제활동의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도시조명이 활발하게 설치되었다.

1654년 최초의 카페가 파리에 출현하면서 살롱이 귀족들의 사교의 장이 되고 일반 대중의 야간생활이 카페를 중심으로 정착하게 된 것은, 도시 공공 공간의 등장이라는 의미와 더불어 이제까지 단순 휴식의 시간이었던 ‘밤’이 자유시간으로서의 새로운 개념으로 정착되기 시작하였음을 보여주었다.

이때부터 야간의 프리타임에 사람들은 음악과 연극을 즐기고 사교의 장이 활성화된 문화, 결코 어둡지 않은 건강한 어른들의 밤의 문화를 일궈냈으며, 이는 17세기와 18세기의 도시조명의 역사가 만들어 낸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디슨의 백열전구 발명(1879년)과 파리만국박람회(1900년)를 거쳐 '전기의 세기(The Electric Age)'라 불리는 20세기가 시작되어 도시 경관조명은 한층 가속되었고, 조명이 도시경관을 연출할 수 있는 기술적이고 예술적인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1930년대를 거지면서 미국 뉴욕과 같은 대규모 상업도시가 발달하고 인구가 집중되면서 도시생활의 안전성 확보 측면에서 조명은 실용적 측면의 도시기반시설로서 존재 이유를 획득하여 갔다.

20세기 초 미국 시카고 박람회를 계기로 한 도시미 운동은 도시조명의 대상을 부각시키게 되었고 20세기 후반부터 조명산업의 발달과 더불어 유럽의 대도시들을 중심으로 도시의 정체성을 부각하고 관광자원으로서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라이트업(light up)이 급속하게 확대되게 되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오늘날 대부분의 국제화된 도시에 있어서 야경(Nightscape)은 필수적이 아이템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리용(Lyon)은 고대 로마시대의 유적과 프랑스 최고의 요리 등 많은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교통지옥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으로 불렸다. 1989년 미셜 누와에 시장이 취임하면서 밤의도시 리용을 건설하고자 시예산의 5%를 5년간 투자하는 과감한 정책 덕분에 유럽에서 가장 밤이 아름다운 도시의 영예를 가지게 되었고, 매년 관광객이 20%씩 증가하는 성공적 사례가 되었다.

한편 상하이는 중국의 개방 개혁을 가장 먼저 실천하는 도시의 상징으로서, 중국의 미래를 향한 번영의 메시지를 세계에 알리는 수단으로서 야경을 정책적으로 도입하여 성공한 사례이다.

푸동지구의 마천루들은 밤이 되면 조명을 받으며 24시간 쉬지 않고 움직이는 중국의 현재를 상징하며 홍콩과 싱가폴 등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세계인들의 뇌리에 각인되고 있다. 상하이의 야경은 역사상 최단시간에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조명연출사례로서 기록되고 있으며, 북경 등 다른 중국의 도시들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

이렇게 도시전체를 빛을 연출대상으로 삼은 사례는 1980년대 중반 일본의 지방자치단체의 사례에서 시작되었다. 일본의 경우, 지방자치 시대가 되면서 관광산업의 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숙박하는 도시가 그렇지 않은 도시에 비해 6배 이상의 수익을 올린다는 통계에 따른 것이었다. 이로서 숙박객을 유치하려는 이유 때문에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 특히 역사적, 자연적 볼거리를 빛으로 연출하여 줄 필요에서 야경연출이 가속화되었다 말할 수 있다.

서울의 경우에도 2000년부터 필자를 중심으로 하는 연구팀이 서울시 야간경관 기본계획을 3년에 걸쳐 수립하고, 현재도 이를 바탕으로 하나하나 조명연출을 진행하고 있다.

월드컵을 전후로 조명시설이 설치된 교량들과 문화재, 모뉴멘트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서울은 야경계획의 실행규모면에서 세계 최대급이었기 때문에 한강을 중심으로 하는 부분과 강북의 역사성, 그리고 강남의 미래도시 이미지를 추구하는데 중점이 모아졌다. 이러한 3개의 지역을 특성화하는 연출테마를 바탕으로 일관성 있는 연출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현재 부산을 비롯하여 광주, 부천 등이 이미 야경기본계획을 추진 중이거나 완료하고 실행에 들어가 있으며 다른 도시들도 활발하게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경관조명의 미래

1900년 이후 현재까지 100여년 이라는 아주 짧은 기간에 급격하게 발전한 전기조명 테크놀로지의 영향으로 인류의 삶의 양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인공조명기술의 영향 때문에 과거의 공간디자인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들이 속속 등장하였고, 이는 즉각적으로 새로운 도시의 생활양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할로겐, 형광램프, 방전램프 등 새로운 광원으로 대표되는 빛의 테크놀로지가 나타날 때마다 시민들의 생활양식과 문화를 급격하게 바뀌게 되는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이 점이 경관조명의 미래를 예측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요인이다.

도시경관조명은 역사적 건축물, 모뉴멘트, 빛의 오브제, 건축, 가로, 광장, 공원, 교량, 수변공간 등 다양한 조명대상 들을 다루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것들 중 그 도시가 가지고 있는 아이덴티티와 부합하는 대상들을 골라내고 극명하게 혹은 부드럽게 빛으로 비추어낸다. 이러한 작업의 결과물들이 그 도시에 사는 시민들과 그 도시를 찾는 방문객 모두에게 랜드마크가 되고 나아가 기억(Memory)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인공조명기술은 전기조명 시대에서 전자조명 시대로 이행하는 새롭고 충격적인 경계선상에 위치해 있다. 이것이 바로 빛의 미래를 예견하는데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디지털라이트(Digital Light)의 패러다임이다. 1990년대 말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청색 엘이디가 일본 니치아(Nichia)사에서 출시되면서부터 새로운 움직임이 시작되었는데, 이로서 3색 RGB가 모두 갖추어져 풀컬러 표현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후 니치아는 백색엘이디도 세계최초로 개발에 성공하면서 혁명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하는 점은 백색 엘이디가 단지 하나의 새로운 추가적인 조명광원의 하나로만 인식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백색엘이디가 기존의 조명광원과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라면, 엘이디는 전자부품(Electronic parts)이기 때문에 ‘반도체에 집적되는 트랜지스터의 수가 18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이 적용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니치아는 최근 새끼손톱만한 크기를 가진 5만 시간용 하이파워 조명용 엘이디를 개발하였는데, 백색의 경우 23루멘(lm)으로 약100개를 집적할 경우 백열전등 250W 에 상당하는 빛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이는 초기 제품에 비해 비약적 향상을 가져온 것으로 주목할 만 하다.

향후에도 밝기는 계속 증가하며 가격은 계속해서 낮아질 것이다. 또한 기존의 조명공장이 아닌 전자제품 조립라인에서 로봇에 의해 생산되면서 고성능 저가격을 달성하게 될 것이다.

2001년 4월에 미국 에너지성(Department of Energy)이 발표한 일반조명을 위한 LED 기술 로드맵에 따르면, 2007년에 백열램프 시장을 대체하고 2012년에는 형광램프, 2020년에는 방전램프 등을 포함하는 모든 일반적인 램프시장을 대체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에너지 가운데 20%가 조명용으로 쓰이고 있다고 하는데, 미국은 LED기술을 이용하여 2020년까지 조명용 전력수요의 50%를 담당하게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서 에너지소비를 줄이고, 다이옥신 등의 환경오염을 줄이며 소비자의 부담을 줄여 새로운 조명산업의 창출을 이루어 차세대 조명기술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에디슨 이후 약 100여 년 동안 전개되었던 전기조명의 시대가 끝나고 2020년까지 약25년 동안 새로운 디지털조명이 전개될 것이다. 이것은 20세기 이전 까지 지속된 인류의 생활상을 100년 만에 급격히 바꾼 조명기술이 다시 4분의 1인 25년 동안에 급격히 바뀌는 대변혁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가장 큰 차이라면 무엇보다도 빛의 색과 밝기를 디지털로 조절하고, 조명기구의 설치위치나 조명방식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형식을 가지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조명이 디지털 기술과 융합되면서 기술적 발전 속도가 가속화 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조명은 보다 더 공간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도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하겠다. 건축 재료와 가구 등이 조명소재와 결합하고 영상 미디어가 공간연출 요소로 가세하는 등 새로운 소재와 조명방법들이 아주 빠른 속도로 나타나고 있다.

전자기술의 발달로 빛의 컨트롤이 과거와는 다른 논리(Logic)으로 움직이고 있다. 가까운 시일에 빛과 결합된 건축의 피부(Skin)와 같은 소재들이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다.

조명을 '기구(Fixture)'로 인식하는 것에서 나아가 '소재(Material)'로 인식하여 새로운 표현의 가능성을 넓혀 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 조명은 미래의 건축 공간뿐만 아니라 생활문화 전체를 변화시킬 매우 강력한 요인 중 하나가 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디지털 기술은 조명예술 분야의 새로운 가능성을 넓히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며, 빛의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자유로운 빛의 구성을 가능케 하며 자연과 사람 반응하는 인터랙티브한 표현을 가능케 하여 보다 더 건축 표면 재료와 일체화 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경관조명도 결국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하고 접근해야 할 것이다. 경관조명은 단순한 도시의 장식이 아니다.

오늘날 유행하는 하나의 취향의 차원이 아니라, 보다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물음에 답하는 결과로서 빛의 작업이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때문에 경관조명의 목적이 어두운 장소 - 이를테면 어두운 공원이나 가로, 혹은 지하공간 등에 태양빛과 같은 조건으로 환경을 재현하는 데 있는 것만은 아니며, 오히려 인공광원을 사용하는 조명은 자연광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예술형식인 것이다.

빛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재현기능에 중점을 두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빛을 컨트롤하여 ‘새로운 가치를 지닌 예술형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보다 필요한 것이다. 새로운 빛의 예술은 바로 거기에서 출발할 것이며, 전혀 새로운 표현양식, 빛의 문화, 예술문화가 첨단 테크놀로지와 결합하여 가까운 미래에 우리 눈앞에 나타날 것이다.

/정강화 건국대학교 예술문화대학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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