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전통 편달(鞭撻)
아름다운 전통 편달(鞭撻)
  • 윤호철 기자
  • yaho@energydaily.co.kr
  • 승인 2005.03.25 1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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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초리의 가르침

우리나라의 교육이 무너졌다는 말들을 자주 듣고 있다. 김진표 교육부 부총리도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이 어쩌다 이지경까지 이르렀느냐고 한탄하는 말을 했다.

그러나 정말 그런 말들은 잘못된 말이다. 교육이 무너진 것이 아니라, 선생님들이 무너지고 가정이 무너졌다고 해야 옳다. 무너진 선생님들은 초.중.고는 말할 것도 없고 대학교수까지도 포함된다.

요즈음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을 발칵 뒤집어 놓은 일진회를 떠나서 어느 여자중학교의 여학생이 담임선생님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었다는 등 어느 남학생이 담임선생님의 뺨을 때렸다는 뉴스들이 나가자 여러 언론매체들은 그들 남여학생들이 버릇없는 놈들이라고 나무랐으며 한탄한다는기사들을 내보냈다.

그러나 기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정작 지탄을 받아야 할 사람은 선생님이다. 오죽 못났으면 가르치는 제자인 학생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뺨을 맞으면서 교단에 있는 것일까? 회초리를 들어서라도 학생들에게 위엄을 보여야 한다.

옛날 우리네 선조들 세대에서는 서당의 훈장님은 각각 진도가 다른 제자들에게 과제를 주었고 그 성과에 대해 철저한 평가를 했다. 학생들은 훈장님을 부모님처럼 존경하고 공경했다.

경남 하동군에 가면 지리산 청학동에 자리 잡은 서당에 관한 정보를 듣는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어여삐 여기는 제자들을 방학동안만이라도 청학동 서당에서 한자를 공부하게 하려고 청학동으로 몰려드는 것은 오래전부터 있어온 일이다.

청학동 서당에서 가르치는 것은 한문이지만 그 배우는 과정에 담겨있는 예절과 절도는 지금의 학교 등 공교육기관에서는 흉내도 내지 못할 정도로 엄격하다.

새벽여명이 밝으면 초등학교 3,4학년 어린이가 이부자리를 반듯하게 정돈하고 계곡으로 향합니다. 새벽 맑은 공기와 안개사이로 물소리가 흐르고 시린물에 고사리 같은 손으로 세수를 합니다.

얼굴을 닦고 심호흡을 한번 하면 새벽5시 훈장님이 기다리는 방으로 가야 한다. 훈장님 앞에 무릎을 꿇은 학생들은 전날 배운 “4자소학”을 큰소리로 외워서 읽어야 한다. 복습과 예습이 신통치 않아서 몇 번 막히면 훈장님은 어김없이 회초리를 들고 어린이의 종아리를 때린다.

그러나, 천진난만하고 우리의 꿈이요 보배인 소중한 아이들은 아무도 소리내 울거나 달아나지 않고 입술을 문채 훈장님의 매를 맞는다. 오히려 이 대견하고 아름다운 광경을 지켜보는 어머니들이 눈물을 뚝뚝 흘린다.

참 아름답고 가슴 뭉클한 광경이자 우리들 본래의 모습이다. 예부터 편달(鞭撻) 채찍편이라 말만해도 그렇다.

채찍자는 회초리라는 뜻. 교편(敎鞭)을 잡는다는 뜻은 애초에 회초리를 들고 가르친다는 뜻이며 다음 글자인 “매질할달(撻)자도 잘못을 저지르는 자녀나 제자들에게 회초리를 들어서 볼기나 종아리를 때린다는 말이다.

기자의 기억으로는 선친께서도 담임선생님께 ‘회초리를 들어서라도 제 자식놈을 훌륭하게 교육하여 주십시요’라는 말을 했던 기억이 새롭다.

우리 선생님, 부모님, 학생들 모두가 2만자가 넘는 한자 가운데 하필이면 회초리로 매질하는 글자만을 골라 훈도(訓導)의 의미로 쓰게 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제자를 가르치는 교실에서 선생님이 회초리를 드는 일을 학교폭력이라고 매도하는 일부언론과 부모들이 이땅(대한민국)의 지식인 사회를 이루고 있다는 우리는 이제 희망이 없다.

정부는 이제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해서 선진국으로 가자고 야단법석을 떨면서 아우성을 치지만 돈만 있다고 해서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선진국이란 우리 조상들이 슬기롭게 예를 지키면서 동방예의지국으로 명성을 날렸던 것처럼 지켜야할 ‘룰’을 소중히 여기며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을 다독이고 격려하면서 함께 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 우리의 생각, 우리의 행실거지로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가 없다. 대학을 졸업한 최고학벌의 지식인 어머니들이 자식들이 듣는 앞에서 선생님의 험담을 함부로 입에 담는 것은 고사하고 심한 경우에는 학교로 몰려가서 자식을 훈도하는 선생님들에게 폭언과 빗자루를 휘두르는 꼴불견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우리만의 한심한 현실이다.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이럴 때 ‘편달’ 이라는 말이 쓰여야 한다. 아이들을 잘못 가르친 최고학부를 나온 어머니의 종아리를 때려서라도 제 자식을 가르치는 참교육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야 한다.

가정이 천박해지면 나라도 천박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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