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협약 위기 아닌 기회로
기후변화협약 위기 아닌 기회로
  • 김봉준 기자
  • rock@energydaily.co.kr
  • 승인 2005.04.18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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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최선 SK기술원 화학연구소장

▲ 최 선 소장
석화산업, 에너지절약 및 효율향상 기술개발 추진해야
CO2저감, NCC공정의 에너지 절약기술 개발이 효과적

최근 교토의정서로 대표되는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사회의 관심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정부의 관련 부처를 비롯해 산업계 전반에서도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국제적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지난 수년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본지를 통해 기후변화협약이 석유화학산업에 미치는 영향 및 대응방안을 검토하고자 한다.

▲기후변화협약이란=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 기후현상을 예방하기 위해 1992년 6월 브라질의 리우에서 채택된 기후변화협약은 1997년 12월 합의된 교토의정서를 통해 구체적인 목표가 수립됐으며 2004년 11월 러시아가 교토의정서를 비준함에 따라 90일 뒤인 2005년 2월 16일 교토의정서가 발효됐다.

감축 의무 대상국들은 1차 의무부담 이행기간인 2008년~2012년 중자국내 온실가스 배출총량을 1990년대 수준대비 평균 5.2% 감축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간 CO2 배출량은 세계 9위(2001년)로 2001년에는 약 1억3000TC(탄소톤)의 CO2가 배출됐다.

따라서 현재 감축 의무 대상국은 아니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고 OECD 회원국으로서 경제력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점점 거세지고 있는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노력 동참 요구에 대해 적절한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협약과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현재 우리나라는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고, 높은 에너지 수입의존도 및 대체에너지의 한계, 환경 및 에너지 관련기술이 미비해 기후변화협약에 매우 취약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2001년 기준으로 에너지소비 세계 10위고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이 산업부문 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65% 수준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에너지 해외의존도는 97.3%로 대부분의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반해 태양열, 풍력, 지열, 페기물, 연료전지 등 대체에너지 개발은 거의 이뤄지지 않아 대체에너지의 공급비중은 1.4%(2002년)에 불과하다.

석유화학산업은 전자, 자동차, 섬유, 항공기, 정밀화학 등 각종 전방산업에 기초소재를 공급해 국민경제 발전과 관련 산업 발달에 크게 기여하는 중요 국가기간산업의 하나로 산업규모가 에틸렌 기준 572만톤(2003년)으로 세계 5위 생산국이다.

또한 생산규모면에서 제조업 총생산의 4.6%를 차지하고 수출규모면에서 총수출의 6.2%를 차지한다.(2003년)

이러한 석유화학산업은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의 대표적인 업종 중 하나로 산업부문 전체 에너지소비의 약 27.1%(2001년)를 차지하고 있다.

석유화학산업이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이유는 에너지 다소비 공정인 분리공정과 반응기, 가열기(Heater), 분해로(Furnace) 등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분리공정은 60% 이상이 에너지 다소비형 열 분리 기술인 증류공정으로 이뤄져있기 때문에 석유화학산업을 포함한 화학 산업 전체 에너지의 43% 정도를 소비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석유화학산업은 에너지 비용이 매출액 대비 약 7%로 석유화학업계 평균수익률인 2~4%를 크게 상회해 에너지 비용이 기업경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상태에서 우리나라가 선진국 수준의 의무부담을 받게 되면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인한 제품 가격 상승으로 국내 소비감소, 수출 감소 등이 예상되며 이로 인해 GNP 감소 및 국가 경쟁력 약화가 우려 된다.

일부 전망치에서는 2020년에 제품가격이 5.7% 상승해 수출은 최대 17% 감소, 국내 생산량은 최대 6% 감소하고 실질 GNP는 2.2% 감소한다는 보고가 있으며 석유화학산업과 같은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은 생산량을 1/3 수준까지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이 석유화학산업뿐만 아니라 산업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기후변화협약과 관련해 선진국의 경우 정부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BP 나 Shell 의 경우 온실 가스저감을 위해 에너지 효율제고, 청정원료도입, 에너지절약 기술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2002년에 1990년 대비 5% 이상의 온실가스 저감 성과를 얻고 있다.

국내의 경우 정부가 1998년부터 범정부 대책기구를, 2001년에는 ‘기후변화협약 대책 특별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고 있으나 국내 기업들의 대비는 아직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실시된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에너지 다소비형 기업의 40% 만이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까지 정부 및 국내 업계가 기후변화협약에 대처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방안들은 크게 CO2 저감기술과 CO2 후처리기술로 나눠볼 수 있으며 CO2 저감기술은 다시 에너지 절약 및 이용효율향상 기술과 대체에너지 기술로 나눠볼 수 있다.

2002년에는 CO2 저감 및 처리기술개발사업단(CDRS)이 발족돼 2012년 국내 총 CO2 배출량 중 900만TC(총 배출량의 5%) 저감을 목표로 여러 과제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경제적 효과로 환산시 약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인 석유화학산업에서는 파급효과가 크고 우선 적용이 가능한 에너지 절약 및 이용효율향상 기술 개발을 적극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다음에서는 반응·분리 공정 기술 부문을 중심으로 현재 추진되고 있는 CO2 저감기술개발 현황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기술개발 성공시 국가 및 산업체 경쟁력 확보 가능해

▲CO2 저감기술개발 현황= 석유화학은 크게 기초유화 제품을 생산하는 것과 이를 이용해 합성수지 등을 생산하는 것으로 나눠볼 수 있고 기초유화 제품은 다시 올레핀과 아로마틱으로 나눠볼 수 있다.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의 올레핀은 석유화학산업의 대표적인 공정인 나프타분해공정(NCC Naphtha Cracking Center)에서 생산되며 NCC 공정은 전 세계 250여개, 국내 8개사의 11개 플랜트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에틸렌 9800만톤, 프로필렌 6000만톤(2003년)이 생산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에틸렌 590만톤, 프로필렌 390만톤(2003년)이 생산된다.

NCC는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공정으로 평균 소비에너지 6000kcal/kg ethylene을 기준으로 했을 때 국내 NCC에서 사용되는 총에너지는 320만TOE(Ton of Equivalent 석유환산톤, 석유화학산업 에너지 소모량의 약 40%로 추정)로 268만TC(CO2기준으로는 983만톤)을 발생시키고 있다.

따라서 CO2 발생 저감을 위해서는 단일 공정으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NCC 공정의 에너지 절약기술의 개발이 가장 효과적이다.

NCC 공정은 크게 나프타 열분해로(Thermal Cracker)와 분해가스로부터 올레핀 성분들(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을 분리하는 분리공정으로 구성돼 있으며 에너지는 분해공정에서 55~65%, 분리공정에서 35~45% 정도가 사용되고 있다.

■나프타 분해공정=850℃ 이상의 고온에서 운전되며 에틸렌·프로필렌의 수율을 높이는데 제한이 있고 흡열반응에 따른 반응열 공급을 위해 막대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또한 열분해 반응기 튜브 내에 불가피하게 생성되는 Coke에 의한 반응이 성능저하로 인해 주기적으로 반응을 중지하고 Coke 제거(Decoking)를 해야 한다.

■올레핀 분리공정=올레핀 성분들을 분리하기 위해서는 주로 증류기술이 사용되는데 비점이 매우 낮아 영하 30~100℃에서 운전되며 또한 올레핀과 파라핀간의 비점차가 매우 작기 때문에 과다한 에너지와 고도의 증류설비가 요구된다.

증류공정 외에도 압축과 냉각과정이 있고 Caustic Scrubber, 탈수탑, 아세틸렌 수소화반응기 등과 같은 전 처리 단계를 거침으로써 많은 에너지가 추가로 사용된다.

이러한 NCC 공정의 에너지 절약과 국산화 기술 확보를 위하여 CDRS의 ‘반응․분리공정기술’ 국책과제를 수행 중에 있고 이를 통해 나프타 접촉분해기술 개발, 올레핀 상온분리기술 개발, 나프타 분해공정 효율개선 기술개발 등의 과제를 수행 중이다.

이 국책과제에서는 기존 기술대비 20%정도의 에너지를 절약하는 NCC 공정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연간 80만톤의 CO2 배출량을 저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프타 접촉분해 기술=기존 열분해로 대신 고체산 촉매를 이용한 접촉분해공정을 통해 저온에서 올레핀 제조가 가능한 기술로 아직 상업화 사례가 없기 때문에 기술개발 성공시 에너지 절감은 물론 기술선점에 따른 국가차원의 산업 경쟁력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화학연구소와 SK에서 Pilot 수준의 연구를 수행중이다.

■올레핀 상온분리 기술=올레핀 상온분리 기술은 아직 실용화되지 않은 기술로 국내에서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경질올레핀(에틸렌, 프로필렌, C4 올레핀)의 흡착분리기술 연구를 1996년부터 수행해 상당한 수준의 기술이 축적된 상태다.

기술개발 성공시 석유화학산업 분야에서 프로필렌, 에틸렌 등의 분리 및 회수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세계적인 첨단기술이 될 것으로 주목된다.

■나프타 분해공정 효율 개선 기술=Coke 저감기술은 상업공정에 지속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기술은 아직 없는 상태이며, 현재 SK에서 실용화를 위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상업화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SK에서는 Coke 저감 외에 분해로 반응기 튜브 최적화, Fire Box 열손실 저감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에너지저감 및 나프타분해공정 관련기술의 수준향상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기대된다.

올레핀 분야에서는 이 밖에도 올레핀 수율 향상 기술인 원료 전처리 기술, 새로운 용매를 사용한 부타디엔 추출 증류 공정 개발 등의 에너지 저감 과제 진행되고 있다.

아로마틱 분야에서도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파라자일렌 제조 공정에서 막분리 기술 또는 신촉매를 적용해 에너지를 절감하기 위한 신공정이 개발 중에 있으며 기존의 추출, 증류, 결정화 기술들을 통합해 분리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SK에서는 트렌스알킬레이션(Transalkylation) 공정용 촉매를 개발해 저가원료활용, 자일렌 증산 및 에너지 사용량 절감이 가능하게 됐고 또한 TPG(Treated Pyrolysis Gasoline) 유분에서 기존의 추출 공정없이 단순증류만으로 BTX 및 LPG 생산이 가능한 촉매 및 공정을 세계 최초로 개발, 적용해 에너지 사용량 저감에 기여하고 있다.

한편 Dividing Wall Column이나 Petlyuk Column 등을 도입해 아로마틱 공정의 에너지 최적화를 통한 에너지 저감도 국내 석유화학업체에서 추진되고 있으며 접촉개질 공정 (Reformer)의 폐가스에서 CO2를 회수해 접촉개질 공정의 열효율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이외에도 분리·회수된 CO2를 LPG로 전환하는 기술 등도 개발되고 있고 열교환기 설치, 고효율 버너 교체 등 다양한 에너지 절약 및 효율 향상을 위한 방안들이 도입, 검토되고 있다.

▲환경관련 사업 투자 확대해야= 교토의정서가 예정대로 발효되고 우리나라에 대한 의무감축부담이 현실화되면 경제구조가 매우 취약한 우리나라로서는 산업과 국민경제에 있어서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특히 국내산업의 주요 경제주체이자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석유화학산업에 있어서는 그 타격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기후변화협약을 위기라기보다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기술개발을 추진해 성공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게 된다면 오히려 확보된 기술을 바탕으로 국가 및 산업체의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고 기후변화협약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국제적인 환경기준을 충족하는 세계적인 제품과 기술에 대해서는 오히려 국제시장 확대라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므로 에너지절약 및 효율 향상, 온실가스 저감기술 개발 및 환경관련 사업의 확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이들에 대한 투자 또한 확대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일 기업이나 연구소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어렵고 석유화학업체들과 연구소, 학계 등의 적극적인 참여와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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