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분명 독일과 다르다
일본은 분명 독일과 다르다
  • 윤호철 기자
  • yaho@energydaily.co.kr
  • 승인 2005.04.22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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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철 부산취재본부장

 괴테같은 위인이 토마스같은 위대한 작가가 없다 

다나카 미카고 전일본외상이 지난13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의 야스쿠리 신사참배를 비판하면서 머리가 나쁜사람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문카(文化)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라디오 펀치의 고정 출연자를 맡은 그는 13일 첫 방송에서부터 호된 말펀치를 쏟아부었다.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가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를 해치고 있다며 그가 얼마나 머리가 나쁘고 냉혹한 사람이며 제멋대로이고 심술꾸러기인지 (야스쿠리 신사참배)에 아주 잘 나타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이즈미 총리를 머리가 나쁘다는걸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몰아세웠다는 것이다. 뉴스거리다.

중국과 사이좋게 지내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상대국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충고를 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전 다나카 외상은 지난해 12월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고이즈미를 오로지 미국에만 빠져있는 영감탱이라고 혹평하며 공격하였다고도 전한다. 다나카는 1973년 중국과의 수교를 성사시켰던 다나카 가쿠에이 전총리의 딸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늘 친중파로 분류돼왔고 외상 재직시절에도 중국에 우호적인 입장이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외상퇴임 후 기회가 있을때마다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로 중,일, 한.일 갈등을 야기한 현 고이즈미 총리를 비판해왔다. 다나카 전외상과 현 고이즈미 총리는 한때 정치적 연인으로 불릴 정도로 우호적인 관계였었다. 고이즈미가 2001년 자민당총재 선거에서 열세라는 예상을 깨고 당선돼 총리가 될 수 있었던 데는 다나카 전 외상의 역할과 힘이 컸다고 전한다. 당시 다나카는 자민당 소속이면서 자민당의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 국민적인 인기를 얻고 있었다. 한때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총리 후보 1 순위였다고 한다. 고이즈미가 총리가 된 뒤 일본 최초의 여성출신 외상이 되었다.


그러나, 위무성 개혁을 한다면서 외무관료들과 잦은 마찰을 벌이다 2002년 비서급여 유용사건에 휘말려 외상에서 사실상 해임됐었다. 그리고, 의원직도 물러났다. 이후, 고이즈미 저격수로 돌변해 복수의 화살을 날리고 있는 중이다. 그녀는 자민당을 탈당해 2003년 중의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 돼 국회에 복귀하고 있다. 고이즈미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정치인들도 한번쯤 경청하여야 할 대목이다. 지도자가 잘못을 하고 바른말 과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국회에는 과연 누가 있는가.
 

세계의 톱뉴스 속에서 독일은 이미 여러곳에서 유대인 관련 기념관이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정부는 수도 베를린의 서울로 말하면 종로거리쯤 되는 요지에 유대인 추모공원을 새로 만들고 있다. 그리고, 독일은 청소년들에게 그들 선대 할아버지들이 저지른 유대인 학살과 박해의 진상을 알리는 역사공부를 지속적으로 시키고 있다고 한다.

1970년 12월의 강추위속에 독일 총리 말리브란트는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의 옛 유대인 집단거주지 게토에서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나치 독일의 만행을 사죄하는 장면이 TV화면으로 전달되었을 때, 본 기자 또한 큰 감명을 받았음은 물론,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저런 모습이 진정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이라고 공감하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독일총리 게르하트로 슈뢰더는 최근 부켄발트 유대인수용소 해방 60주년을 맞아 다시 유대인 희생자와 가족들에게 사죄하고 있다. 독일인들의 과거의 잘못에 대한 반성에는 이유와 끝이 없다. 일상생활의 일부과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일본인들이 한국을 향해 총리가 바뀔 때 마다 한국에 사과만 하라는 것이냐고 큰소리를 치는 것과는 진정 대조적이지 않을 수 없다.

 
도쿄의 긴자나 신주쿠에 징용으로 끌려간 우리의 할아버지들과 위안부들과 중국난징 대학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해주는 추모비라도 하나 세워지기를 바라는 것은 하늘에서 별을 따와야 할 만큼의 생각 같아 보인다. 그런데, 일본 총리나 외상의 입에서 나온다는 말이 고작 우리일본은 독일과는 다르다고?
 

제2차 세계 대전때 이탈이안의 무솔리니와 함께 독일, 일본, 이탈리아 파시스트 주축의 악의 파트너였던 독일사람과 일본인들은 분명 다르지 않는가. 네덜란드 언론인 안부르마는 히틀러의 독일과 쇼와 일본왕의 일본이 1930년대와 40년대에 저지른 만행을 두나라 국민들이 어떻게 기억하고 반성하며 극복하고 있는지를 비교 연구한 결과를 ‘죄값(Wages of Guilt)’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판했다. 부르마는 이렇게 말한다. 19세기말부터 일본은 독일을 모델로 삼았다. 괴상하게도 전쟁전에 일본을 매혹시킨 것들은 포러시아적 권위주의, 낭만적 민족주의, 유사과학적 인종주의 등은 이미 독일에서는 빛을 잃었는데, 일본에서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이다.

부루마는 전후의 독일은 군인정신, 인종적 순결성, 국가를 위한 희생 따위의 나치독일의 잔재를 청산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일본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이 현재에도 독일과의 동맹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데 독일은 낭패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부루마는 독일과 일본의 차이란 무엇인가? 정치적인가? 문화적인가? 부루마는 정치적인 것이라고 보고 있다. 태생적으로 위험한 국민은 없다. 위험한 사태가 있을 뿐이다. 위험한 사태는 자연의 법칙이나 역사나 국민성의 결과가 아니라 정치형태의 결과라는 것이다. 일본의 대신(장관)들은 정치인이다. 거듭된 망언으로 한국과 중국인들의 옛상처를 건드려 소금을 뿌리는 문부상, 외상 기타등의 장관들과 정치인들이다.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강행해 한국과 중국을 계속 자극하는데서 사디시즘적 쾌감 같은 것을 느끼는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그들의 우두머리이다. 과거 만행에 대한 일본의 도덕적 불감증이 정치적인 문제라는데 있어 전적으로 동감하는 부분이다. 1급 전쟁 범죄자 출신으로 총리를 지낸 기시노부스케의 외손자 아베신조가 지금 자민당 간사장 대리로 우익정치 세력을 이끌고 있는 사정만봐도 그렇다. 그러나, 정치를 좌우하는 것은 정치 문화요, 정치문화의 토대는 그나라의 문화수준, 의식수준, 지적수준이다.

이를 통틀어 문화적 상실(Cultural literacy)라고 한다. 맥아더 장군은 이렇게 말하였다. 1945년의 일본을 정신연령으로 본다면 12살 정도의 저능아에 비유하였다는 사실을 고이즈미 총리와 일본인들은 알고 있을지...

일본내에는 유럽문명의 계몽주의와 휴머니즘적 전통을 잇는 괴테 같은 인물도 나치의 야만적 만행과 폭정을 피해 해외로 망명한 토마스 같은 작가도 일본에겐 없었다. 경제대국이 되었지만 도덕적, 지적수준은 후진국인 일본이다. 매시간 쏟아지는 일본정치인들의 언행을 보면 일본은 이미 도덕불감증 정신적, 문화적 지적 발달장애에 걸린 것 같아 이제는 구역질나고 역겨워지기도 한다. 일본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될 자격을 스스로 박탁하고 있다. 그런일본을 상대로 독도와 역사 교과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독도는 우리땅이나 실효적 지배를 하면된다. 역사교과서는 두나라의 도덕적, 지적 지성인들과 국민들 사회와 특히 유능한 젊은이들 사이에 네티즌들의 교류와 대화의 폭을 넓혀간다면 현 일본내에 팽배하는 우익세력의 편협하고 전시대적인 역사기술은 설땅이 없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지적 후진성을 못벗은 일본 우익세력에게 일본에는 나치가 싫어 망명한 토마스와 같은 작가가 한명이라도 있었느냐고 다시 한번 물어본다. 일본은 분명 독일과 다르다. 그것도 도덕적, 문화적, 정치문화적, 지적수준이 모자라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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