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랜드주에 지사를 두고 한국산 손전등을 시어즈(Sears) 등에 납품해오던 O사 권모 사장은 어느 날 미국 경쟁업체인 M사로부터 두꺼운 서류 뭉치를 전달받았다. O사의 자사제품 지적재산권 침해 사실을 빼곡히 정리한 내용증명이었다.
권 사장은 변호사와의 협의하에 법률대응의 일환으로 상대측에 반박 서한을 보냈다. 이후 M사측에서는 더 이상의 법률상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지만, 권사장의 미국 영업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신기술의 미국내 특허출원이 됐고, 경쟁사의 자사 특허 침해 관련 사실도 열심히 모니터하기 시작했다.
권 사장은 M사가 송사를 걸어오지 않은 것은 반박문을 잘 썼기 때문이 아니라 O사를 미국시장에서 몰아냄으로써 얻게 되는 이익보다 특허분쟁을 진행함으로써 발생하는 법률비용이 높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권 사장은 M사로부터 더이상의 법적대응이 없음에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O사 사례에서 보듯이 최근 들어 미국에서는 잘잘못을 가리기보다는 경쟁사를 괴롭히는 등 기업 전략 측면에서 특허 분쟁이 활용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즉 안정적인 특허 전략 없이는 미국시장에서 장기적 성공을 거두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KOTRA 워싱턴 무역관에 따르면 2004년 우리나라의 미국 특허 출원 건수는 총 9730여건으로 일본(4만6267건), 대만(1만3129건), 독일(1만1904건)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미국 내 특허 출원건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실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특허의 1/3 이상이 삼성전자, LG전자 등 상위 10대 기업에 집중돼 있다. 그만큼 저변 확대가 시급한 실정이라는 지적이다.
워싱턴 인근 법무법인 Greenblum & Bernstein의 이택수 변리사는 최근 미국의 정책이나 특허분쟁에서의 판결방향이 특허출원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나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업계가 보다 신속하게 미국 내 특허출원을 선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 변리사는 단순하게 특허만 출원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출원된 특허가 얼마나 변호가능(defensible)한가 하는 점 역시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실제 최근 일본의 소니사는 디지털 카메라 관련 미국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소송제기 업체에 대해 2500만달러에 달하는 로열티를 지불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우리업계도 이런 소송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상품화
단계 이전이라도 가능한 빨리 특허권을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