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가 가져온 충격은 차치하고서라도 주무 기관인 한국전력은 그 놀라움이 더한 듯 했다. 그 내용에 대해 아는 사람이 한전 내부에서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관련이 있을 부서들 모두 발표된 내용을 보고서 알았을 뿐 사전에 협의된 내용은 없었다는 것이 하나같은 대답이었다. 남북간의 조율을 담당하는 부서 직원들도 마침 개성지사 개소식 문제로 출장을 떠났다 귀국해서야 듣고 발표 내용을 점검하느라 정신없는 모습이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일단은 기자부터서도 어떻게 그런 중대한 전력 관련 내용에 관해 한전이 이토록 모를 수 있게 발표될 수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러다가 한 관계자에게서 지난 98년 이와 비슷하게 북한에 전력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검토한 적이 있었다는 말, 또 그동안 여러모로 지원할 수 었는 방법들을 검토했지 않겠냐는 말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백번을 양보해 이번 발표가 그러한 자료를 근거로 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적절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책임있는 정부 당국자가 하는 발표라면 신중에 신중을 기해 정확하게 발표돼야 할 것이다. 지금은 2005년이다. 당시와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달라졌을 것이며, 정부 발표대로 2008년부터 공급하게 될 것이라면 그때까지 또 얼마나 달라질 것인가. 하다못해 송전선로의 남한 기점도 정부가 발표한 양주가 아니라 그보다 위쪽에 위치할 다른 변전소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조금은 다른 내용이지만 오죽했으면 발표 관계자들이 kW와 kWh의 차이를 모르고 발표한 것이 아닐까라는 말이 나올까.
북한에 전력공급이 될 때 남한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까라는 것도 또다른 논란거리. 이와 관련해서도 백번을 양보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할지라도, 이는 사전에 주무 기관인 한국전력과 다시 조율을 거쳐 잡음이 생기는 것을 미리 방비했어야 옳을 것이다. 그래야 국민이 더한 신뢰를 보일 것이 아닌가. 12일이라는 발표시점이 그리 중요했을까. 과문한 기자는 잘 모르겠다.
발표 내용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내용이 좋으면 방식이야 어떻든 하면서 넘어갈 것인가. 그것도 국제사회에 던진 약속을.
기자는 "공무원들이 다 그렇지"라는 말을 더이상 듣고 싶지 않다. 이에 담긴 의미를 모를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싶지도 않다. 진실로 참여정부라면 공무원 스스로부터 적절한 모습을 보여야 할 것 아닌가. '아마추어리즘'이라는 말. 듣기에 지겹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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