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칼럼] 거짓말을 강요하는 사회
[세무칼럼] 거짓말을 강요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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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11.2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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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부에서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치루는 같다. 얼마나 심했으면 대통령께서도 "하늘이 두쪽 나더라도 부동산만은 확실히 잡겠다"고 선언하고 나섰겠는가?

일반적으로 국민들은 부동산투기를 억제하는 데는 세금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 조세전문가인 필자뿐만 아니라 모든 세무사들은 부동산투기 억제를 위해서 조세를 어떻게 운영하여야 될까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하여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였으나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필자는 이 문제해결의 근본은 조세시스템에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어느 신문에서 '거짓말의 나라'라는 컬럼을 읽은 적이 있다. 필자도 오래전부터 이 말에 동감하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 사회가 거짓말의 나라가 되었을까를 조세제도 측면에서 생각해 보았다.

우리 국민들이 거짓말하는 정서의 밑바탕에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게 하는 법률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우선 부동산 취득단계의 세법에서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취득세·등록세 등의 세금은 원칙적으로 실거래가액과 상관없는 정부가 정하는 가액으로 과세하여 왔다.

그 결과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에 실제 계약서와는 상관없는 지방세법에서 정하는 가액으로 작성한 검인계약서에 의하여 취득세 등을 신고·납부하게 된다. 이 때 작성된 검인계약서는 등기권리증에 첨부되어 국민들은 적법한 계약서인 것으로 인식하게 하고 있다.

이 검인계약서는 절세의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하고, 또한 당연한 관행처럼 인식되어 거래금액을 낮추어 작성한 것은 상식으로 통한다. 이런 이중계약서 작성의 관행으로 국민들은 관공서에 제출하는 서류가 사실과 다르게 작성되어도 아무런 죄의식이 없다. 게다가 관할 시·군·구에 취득세를 실거래가액으로 신고·납부함으로써 다른 사람보다 많은 세금을 내면 이웃으로부터 바보 취급 받기 일쑤다.

국민정서가 이러하다보니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해서 묘책이라고 시행하는 것이 주택거래신고제도인 것이다. 이 제도는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된 시·군·구에 소재한 주택의 양도자와 양수자 모두가 실거래가액을 신고하여야 하고, 이 때 신고된 실거래가액은 취득세 등의 과세기준이 되고, 그 내역은 국세청에 통보하여 양도소득세 과세에 활용하고 있다.

부동산 양도의 측면에 있어서도 다르지 않다. 부동산을 처분하였을 때 발생하는 양도소득세도 원칙적으로 실거래가액과 관계없이 정부가 정하는 가액으로 과세하여 왔다. 국민들은 토지 등에 대하여 시세차익을 남기고 양도하면 그 차익에 상당하는 세금을 납부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매매차익과는 상관없는 공시지가 등으로 계산한 차액을 기준으로 신고·납부하게 된다. 이 경우에도 정부가 정하는 가액으로 신고하는 것이 부당하게 많다고 생각되면 실거래가액으로 신고할 수도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서 정부가 투기지역으로 지정한 지역에 소재하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실거래가액으로 과세하고 있다. 이 경우에 부동산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지역과 지정되지 아니한 지역간에는 대부분 몇 배 이상의 세금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의 부동산을 보유한 국민들은 불만으로 가득하다.

이 때 투기지역 내 부동산의 양도로 인하여 실거래가액에 의하여 과중한 세금이 부담되는 경우에는 거래상대방에게 이중계약서를 작성하는 관행에 호소하게 된다. 이 때 상당수의 국민들은 이중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에 동조하게 된다. 더욱이 과세당국이 실거래가액으로 과세하기 위하여 그 거래가액을 확인하는 경우에 본의 아니게 거짓을 덮어주고 묵인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부동산 거래에 있어서 실제계약서, 검인계약서 등의 다양한 계약서가 존재하여 그 때 그 때마다 유리한 계약서를 제시할 수 있는 제도상의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과세당국이 무수한 거래 내용 중의 일부분을 조사하여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자 하는 것은 극히 어렵다. 모든 국민들이 실거래가액에 의하여 신고·납부하는 관행이 정착되어야 투기행위근절뿐만 아니라 공평한 과세가 이루어질 것이다.

즉 취득자가 자신의 취득가액을 낮추어 작성하게 되면 그에 따른 피해는 후일 자신에게 분명히 돌아올 수가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된다면 현명한 국민들은 거짓말을 강요당하지 않을 것이다. 현행 조세시스템과 같이 거짓말을 강요하는 규정이 존재하는 한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한 해법은 한낱 헛구호에 불과할 것이다.


/ 김완일 [세무법인 가나 (02)424-4451] 대표, 세무사


학력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세무행정(석사)
경기대학교 대학원 회계학과(경영학박사)


경력

국세청 근무
강동, 송파세무서 과세전적부심사위원
한국세무사회 세무연수원 교수
한국세무사회 연수위원
서울지방세무사회 연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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