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은 삶에 대한 관점의 문제
건강은 삶에 대한 관점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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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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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있어 필자가 신화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무심하게 넘어가는 착각을 말하는 것이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담배 2만 가치 중에 한 가치에 불을 붙이는 순간 폭발하여 죽는 소형폭탄이 장착돼 있다면 담배를 피울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많은 사람이 두려움으로 담배를 피우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런데 담배의 해로움, 담배로 인한 실제 사망은 2만 가치중 한 가치에 사망할 수 있는 소형폭탄을 장치한 것 이상으로 해로움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은 담배를 피우고 있다. 서서히 죽어가기 때문에, 다시 말해 극적이지 않으므로 해롭지 않은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가 영양제의 신화이다. 간단히 예를 들어보자. 비어있는 컵에 물을 붓는다면 가득 찰 때까지는 컵의 물의 양이 늘어난다. 그러나 컵에 물이 가득 찬 후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당연히 컵의 물의 양은 늘어나지 않고, 컵 주위에만 물이 흘러 지저분해지기만 할 것이다. 영양제도 마찬가지다.

건강하지 않는, 즉 환자에게는 때로 영양제, 비타민제는 생명을 살리는 영약이 되기도 한다. 비타민이 부족해서 생기는 치명적일 수도 있는 괴혈병이 그 한 예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상(!)인 사람에게는 영양제는 물이 가득 찬 컵에 물을 계속 붓는 어리석은 짓에 지나지 않는다.

비슷한 예도 되지만, 만약 고혈압이 아닌 사람이 혈압을 내리는 약을 먹으면 어떻게 될까? 혈압을 내리게 하는 대부분의 혈압 강하제 약은 흥미롭게도 고혈압은 낮추지만, 정상 혈압은 낮추지는 않는다. 우리 몸은 이렇게 항상 정상을 유지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 생활중에 과하면 문제가 되는 또다른 것이 보약이다. 보약은 정상인에게는 오히려 해로울 수 있어도 이로울 것이 없다. 모든 것은 과하면 해롭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더 건강해지기 위해서, 물을 더 채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주 쉽다. 더 큰 컵을 사용 하던가, 컵을 더 크게 만들면 된다. 다시 말해 특별한 질병이 없는 사람에게 더 건강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영양제나 보약이 아니라, 운동이다.

특별한 질병이 없는데도 더 건강해지기 위해 영양제나 보약을 먹는 것은 가득 찬 컵에 물을 붓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행동이며, 낭비일 뿐 아니라, 쓸데없이 남는 것을 처리하기 위해 인체, 특히 간이나 콩팥을 혹사시키는 해로운 행위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운동은 가득 찬 컵에 물을 붓는 대신, 컵을 더 크게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나아가서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이로운 것 10가지를 하기보다는 해로운 한 가지를 하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해로운 것 중에서도 우리가 흔히 하는 가장 해로운 것은 흡연이다. 처음에 언급했듯이 담배는 2만 가치 중에 한 가치에 사람을 죽이는 소형폭탄을 장치한 것과 같을 정도로 위험한 중독 물질이다. 50대 이전이라면 당연히 끊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한가지 더 고려할 점이 있다. 담배가 주는 삶의 여유다. 연세가 70·80대 되는 분들에게 호흡기 질환이 없다면 필자는 금연을 권하지 않는다. 오래 사는 것은 단지 시간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즐겁게 사는 10년이 고통스럽게 사는 20년보다 더 오래 산 것이 아니겠는가?

이런저런 문제를 모두 고려하면 건강하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는 결국 개개인의 삶에 대한 세계관과 철학의 문제이다. 담배가 아무리 해로워도 영감이 필요한 예술가에게 영감을 준다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는 비유가 아니라 의료 현장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여 의식 없이 10일을 더 살게 하기보다는 단 1시간이라도 의식이 있는 상태가 되게 하는 것이 더 오래 살게 하는 것이 되지 않겠는가?

필자가 이 글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건강하게 살려고 하는 노력은 좋지만, 잘못된 신화나 착각에 빠져 살지는 말자는 것이다. 특히 한국처럼 보약, 영양제 문화가 극성인 나라에서는 건강해지기는 고사하고 더 해로운 건강법이 얼마나 많은지 이루 헤아리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진정으로 건강하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앞으로 독자여러분들과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 김승열, 응급의학 전문의/강릉 동인병원 응급의학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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