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만 주물러도 성추행 ①
어깨만 주물러도 성추행 ①
  • 에너지데일리
  • webmaster@energydaily.co.kr
  • 승인 2004.09.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적자기결정권 중심 추행 판단

최근 어깨만 주물러도 성추행이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우리 법원은 종전에는 성추행이 되기 위해서는 성기에 직접 손을 대는 것 이상의 행위를 해야한다고 봤다.

성문제에 관해 특히나 보수적인 우리나라 대부분의 형법학자들은 지금도 그런 내용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최근 나온 형법교과서를 보더라도 거의 모두 “손이나 무릎, 여자의 옷 위로 가슴을 만지는 것만으로는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서술돼 있다.

이번 사건을 다루고 있는 언론사 토론방에 들어가보면 어깨만 주물러도 성추행이 된다는 대법원 판례를 오해하는 남성들이 꽤 많다. “어깨만 주물러도 성추행이 된다면 세상에 성추행범이 넘칠 것”이라고 항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주장을 옮겨보면 “어떠한 신체적접촉이든 상대방에게 수치심을 느끼게하면 성추행이다! 어깨뿐아니라 손을 잡아도.. 머리를 쓰다듬어도, 어떠한 경우라도 스킨쉽은 하지말라! 그것만이 성범죄에서 해방될수 있는 비법이다! 선의를 가지고 어깨를 주무르든 도와주려고 손을 잡든 아무 의미가 없다.

상대가 기분이 나쁘면 성범죄로 파렴치범으로 몰리는 것이 현실이다! 절대 이런 어처구니 없는 법의 판결에 동의할 수 없다! 이런 식으로 피해자라며 합의금을 요구하면 얼마든지 부자도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정말 그럴까? 필자는 그 남성이 어깨’만’ 주물러도 성추행이 된다는 뜻을 오해한 것으로 생각한다.

여기서 어깨’만’ 주물러도 성추행이 된다는 뜻은 종전에는 ‘성기’에 손을 대는 정도의 ‘음란한’ 행위를 해야 성추행이 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겉으로 보기에 ‘음란성’을 쉽게 알 수 있는 행위로서 ‘성기’에 손을 대는 수준이 되어야 성추행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정을 모른채 겉으로 보기에 음란한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어깨나 손등 머리칼에 손을 대는 수준의 행위로도 성추행이 인정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성추행이 ‘된다’ 가 아니라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어깨만 주무르는 것만으로는 성추행이 안되고 그것은 성추행이 될 수 있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다. 어깨나 손, 머리칼 등에 접촉했다고 여성들이 “성추행이다” 이렇게 곧바로 주장하지도 않기 때문에 남성들은 ‘오버’하지 말기를 바란다.

법원 역시 그렇게 비약적으로 곧바로 “성추행이다”라고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주변 상황, 그간의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성추행 여부를 결정한다.

성기접촉인 성추행의 경우는 거부의사 표시여부는 상당히 묵시적이고 은유적이더라도 쉽게 인정될 수 있지만 성기접촉이 아닌 어깨나 손, 머리칼 등 일반적인 신체접촉의 경우에는 거부의사가 성추행성립에 중요한 고려대상이 되고 엄격한 요건아래 인정된다. 대부분 거부의사를 표현했는데도 그것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쭈물떡대기 때문에 성추행이 인정된다.

그것이 바로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한 행위다.

필자는 두번째 칼럼 ‘정치적으로 올바른 성을 위해’에서 이와 같은 주장한 바 있는데 성적자기결정권은 성에 관한 정치사회적인 모든 문제들을 판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시금석으로 작용한다. 원리론차원에서 아주 중요한 개념이다.

이번 판결에서도 성적자기결정권이 성추행을 인정하는데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성적자기결정권이라는 것이 뭔지 이해를 못하면 얼떨결에 ‘성추행범’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하길 바란다.

또 성적으로 억압받는 성주체는 자신의 삶을 위해서 이 ‘성적자기결정권’을 무시로 내뱉길 바란다. 그렇게 해서 성적자기결정권이라는 단어는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서는 단어가 되어야할 필요가 있다.

성적자기결정권은 우리 사회의 모든 성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기 때문이다.

이승훈 / 인터넷 저널리스트·인터넷 문화평론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명칭 : (주)에너지데일리
  • (우)07220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38길 13-7 주영빌딩 302호
  • 대표전화 : 02-2068-4573
  • 팩스 : 02-2068-45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병훈
  • 제호 : 에너지데일리
  • 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06719
  • 등록일 : 1999-07-29
  • 인터넷등록번호 : 서울 아 01975
  • 등록일 : 2012-02-16
  • 발행일 : 1999-09-20
  • 발행인 : 양미애
  • 편집인 : 조남준
  • 에너지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너지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nergydaily.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