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태평스런 사람들
고유가에 태평스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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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4.10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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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제언] 배병휴 본지 고문 / 월간 경제풍월 발행인

위기 인식의 세대차이, 연탄세대는 에너지 정세 두렵다


 

제환경 변화를 너무 두려워 할 필요는 없지만 너무 둔감해도 탈이다. 지난 70년대 민생경제 현장을 정신없이 뛰어다닌 경제기자의 경험에 비춰보면 요즘엔 에너지 사정에 관해 너무 무심하고 태평하다는 느낌이다.

쫓기는 사람과 태평스런 사람

기업을 경영하는 CEO들은 환율하락과 함께 고유가를 올 경제의 가장 위험한 요인으로 꼽는다. 그러나 소비자와 국민은 물론 정부도 별 위기의식을 내보이지 않는다.

경영실적이 나빠져 임금인상이 어려워지거나 배당금이 낮아지면 CEO들만 야단맞게 된다. 노조와 NGO들도 사용자측이 고유가를 경영압박 요인이라 지적하면 임금이나 단체협상 요구를 거절하기 위한 구실이라고 덮어씌운다.

과거의 정부는 에너지 확보를 경제발전이나 국가안보 차원의 중대 과제로 다뤘지만 요즘 정부는 환경NGO와 노조의 눈치는 볼지언정 에너지 업계의 주장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한국석유공사와 민간기업들이 해외자원 확보와 개발수입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온갖 위험과 장기투자의 부담을 감수한 결과이다.

일본과 중국의 국가단위 에너지 외교는 치열하다. 러시아는 에너지를 무기로 초강대국 지위를 회복하고 있는 느낌이다. 특히 중국은 후진타오 국가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가 번갈아 가며 자원외교를 벌이고 인도도 정부가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자주 보도된다.

이에 비해 에너지 자원 최빈국인 우리나라는 고유가 시대를 맞아도 민간기업들만 바쁘게 쫓길 뿐 정부와 국민은 태평스런 표정이니 웬일일까.

연탄세대와 가스세대 차이

한마디로 지금껏 수급사정이나 가격면에서 에너지 쇼크를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70년대 세계적 오일쇼크로 심각한 위기를 겪은 적이 있지만 이미 '잊혀진 옛일'이다. 그때 에너지 쇼크가 무섭다는 사실을 체험한 세대는 현역에서 은퇴하고 그 대신 풍요의 세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신세대는 에너지 공급 보다는 가격이나 서비스의 질을 따지고 환경문제에만 관심이다. 원자력의 혜택을 받으면서 원자력발전을 혐오하고 조건 없이 대북 송전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들이다.

에너지 문제에 관한 세대간의 인식 차는 당연할지 모른다. 구공탄을 갈아 끼우느라 가스를 마셔 본 연탄세대와 스위치 조작만으로 난방과 취사에다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가스세대와는 가치체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연탄세대는 탄광 광부들 생각하고 정유공장이나 전기회사 기름 탱크 걱정하지만 가스세대는 스위치를 켰는데 왜 전기 안들어오느냐고 따지기만 하게 된다.

또한 정부는 공급차질을 빚거나 전기사고가 나면 관련자를 조사하여 엄중 처벌하겠다는 약속으로 운동권 달래기에만 급급하게 된다.

이렇게 생각과 판단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한편에선 고유가에 벌벌 떨고 있고 다른 한편에선 무슨 일이 생기고 있는지에 관심도 없이 인터넷 게임에만 몰두하고 있는 형국이다.

넉넉할 때 위기의식 가져야

해방 직후 전기가 모자라 북쪽에서 5만여㎾나 송전 받는 신세였지만 갑작스런 '5·14 단전'으로 세상이 캄캄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남한에서 200만㎾나 북송하겠다고 약속할 만큼 전기사정이 좋아졌다.

한국전력의 발전소 건설 및 운영기술과 노하우가 세계 각국으로 수출될 만큼 비약했다. 한전 사람들의 노고를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다고 할 수 없다.

석유자원을 전적으로 해외에 의존하던 무자원국 처지였지만 동남아와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지에 우리 광구를 확보하고 울산 앞바다에서는 순수 국산가스를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석유공사와 민간기업들의 노고를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전량 내수산업으로 인식되어 온 정유산업이 수출 산업화하여 지난해 151억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이는 반도체,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선박에 이어 다액순위 5위에 해당된다고 하니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이렇게 에너지 산업인들의 열성과 사명감으로 안정적 공급이 이뤄져 고유가 시대에도 대다수 국민들이 태평스럽게 생활할 수 있게 됐으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고유가 문제를 에너지 산업인들만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세계적 에너지 전쟁이 국력을 앞세운 국익수호전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은 물론 일본, 중국, 인도,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의 에너지 전쟁도 무섭게 전개되고 있다. 한국 정부와 국민이 에너지 문제에 태평스럽게 대처할 여유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남미의 좌파 바람에 우리나라 석유자원 지분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비보가 전해왔다.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권의 국유화 조치로 한국석유공사의 광구 지분이 14.1%에서 5.64%로 축소됐다고 한다. 이마저 싫으면 베네수엘라는 떠나라는 통보를 받았다.

페루에도 좌파 후보가 당선되면 SK광구가 뺏기지 않을까 두려운 지경이다. 연간 1억4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이 사업을 철수한다면 국익손실은 말할 필요도 없다.

에너지 위기 상황을 너무 두려워 할 것은 아니지만 낙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이 때문이다. 아울러 에너지 확보와 공급을 민간부문에게 맡겨 둔 채 감독과 지시나 하겠다는 요즘 정부가 많이 깨달아야 한다고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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