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벤처 기술, 십중팔구 성공 못한다"
"한국 벤처 기술, 십중팔구 성공 못한다"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06.04.25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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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벤처 캐피탈이 제시하는 투자유치 10계명
"한국 벤처기업들은 기술에는 강하지만 마케팅은 취약합니다."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KOTRA(사장 홍기화)가 주관한 북미 벤처캐피탈 투자 상담회에 참가했던 오펜하이머(Oppenheimer)사의 마크 모닌(Mark Monin) 부사장은 이렇게 밝히고, 한국 벤처기업들의 기술개발 의지와 특허 등록은 매우 놀라운 수준이었지만 실제로 마케팅에 성공해 상용화된 제품을 보여준 경우는 드물었다고 지적했다.

모닌 부사장은 특허등록과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한 가지 제품이라도 시장에서 성공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히면서 미국 업체들은 한 가지 기술로 열 가지 제품을 만들어 팔 생각을 하는 반면, 한국 업체들은 열 가지 기술로 한 가지 제품도 제대로 성공시키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한국 벤처기업의 조직을 보면 대부분 엔지니어 위주로 구성돼 마케팅과 세일즈 부서는 미미할뿐더러 가분수 형태라서 머리만 크고 손발이 작기 때문에 실제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하는 확률이 낮은 것도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모닌 부사장은 한국 벤처기업의 재무지식 부족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그는 대부분의 한국 업체들이 영문 자사소개나 프레젠테이션 준비 등에 있어서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지만 정작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고 재무정보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면서 벤처투자가들이 무슨 질문을 할 것인지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벤처투자가들은 대개 회사의 재무 상태를 나타내주는 여러 가지 넘버(재무수치)를 보고 투자를 결정하게 되지만, 한국 업체들이 준비한 회사 소개 프레젠테이션 자료에서는 정작 이러한 수치를 발견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벤처캐피탈들에게 보편화돼 있는 재무지표 중 하나인 자본 소진율(Burn Rate)을 이해하는 업체는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모닌 부사장이 한국 업체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수치로 회사를 경영하라(run your company by number)'는 것이다. 자신의 회사가 매달 소진(Burn)하고 있는 현금이 얼마인지도 파악하지 못하는 회사에게 벤처투자가가 투자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한국 업체들은 대부분 재무담당이사(CFO)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처럼 보이며 재무담당이사 혼자 경리와 재무를 맡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대개 벤처투자가는 벤처기업과 한 시간의 미팅을 할 경우 10분간 회사소개를 듣고, 20분간 재무상태에 대해 질문하며, 나머지 30분은 브레인스토밍을 하게 되는데 한국 업체들로부터는 20분간 재무상태를 질문하는 동안 충실한 답변을 듣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 업체들이 중요한 계약 체결에 실패한 경우에도 기존의 고용 인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외국인 투자가로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한국의 고용시장 경직성을 인정하더라도 아무런 조치 없이 계속 현금 소진율(Cash Burn Rate)을 유지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모닝 부사장은 한국 업체가 벤처캐피탈을 만나기 위해 파견하는 직원에 대해서도 만족하지 못했다며 비록 영어가 서툴더라도 회사의 비전과 장기 계획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책임 있는 임원급을 파견해줄 것을 요구했다. 투자가들이 처음에는 기술과 제품을 보지만 결국에는 경영진의 인격과 경영 스타일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번 상담회를 통해 한국을 처음 방문한 모닌 부사장은 한국의 앞선 기술력과 제품개발에 대해 찬사를 보내며 이를 통해 한국이 중국을 따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도 마케팅과 재무적인 부분을 보완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번 상담회를 추진한 오성근 LA무역관장은 해외 벤처캐피탈들이 한국 업체에게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가 왜 굳이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고자 하는지라며 여기에 명확한 답변을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해외 벤처 캐피탈들도 한국이 외면한 기업에 투자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내에서 투자자금 모집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해외진출이나 마케팅 측면으로 해외 벤처 캐피탈들과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해외 벤처 캐피탈이 제시하는 투자유치 10계명

1. 넘버(재무수치)를 제시하라
2. 마케팅 인력을 보강하라
3. 수치로 회사를 경영하라(재무관리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라)
4. 회계감사를 마친 공신력 있는 데이터를 제시하라
5. 투자가들의 예상 질의를 숙지하라
6. 해외 펀드를 찾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라
7. 한번에 한 제품씩 시장에서 성공시키라
8. 회사가 어려우면 자본 소진율(Burn Rate)을 감소시켜라
9. 투자가를 만날 때는 책임자급을 파견하라
10. 기술보다 경영을 보여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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