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당신은 어떠신가요
새해에 당신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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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1.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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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새해입니다. 흐드러지게 불타는 먼 산들을 뒤로하고 저 숨막힐 듯 붉게 타오르는 새해의 태양 빛 이제야 스러지려나했는데 불타는 산들의 빈자리를 메우려드네요. 참 이상도 하지요.

새해의 눈꽃들은 왜저리도 다투어 피는 걸까요. 그것도 유독 가슴 미어지게 숨가쁜 빛으로 말이죠.
하긴 새해에는 다투는 일이 없으면 하네요. 정치인도, 노·사도, 학생도, 가정도, 저는 꽃처럼 가슴 속 스며드는 빛처럼, 사랑하는 연인들처럼 말이에요, 경주나 하듯 날아드는 연하장을 보노라면 이런 마음 안가질래야 안가질 수 없는 거 있죠.

새해 당신은 어떠신가요? 저는 벌써 수십여장의 연하장을 받아 두고 있는데요. 체면치레만 한답시고 여기저기 눈도장이라도 찍는 것은 아니겠지요. 이 새해에는 순수한 마음의 연하장들인 걸요. 숨가쁘게 지나온 2천년의 마지막날 모임 모든것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가 버렸잖아요.

지난날 철없이 보내버린 2천년 끝자락엔 언제나 무심만 남겨지대요. 지나간 먼 산 붉은 빛 다 지금처럼 숨막히고 뜨겁다고 여기지 못했거든요.
흰 눈꽃들이 다투어 피기까진 새해의 붉은 태양이 떠오르기 까진 그랬었지요. 붉게 물든 단풍이 피었는지 눈꽃이 피었는지 말았는지 평소 가까운 친구들을 만나고 부모님 평소 존경했던 은사님께 드릴 선물 몇 점 구입하느라고 보니 어느새 새해가 되었더라구요.
작년 이맘땐 정말 힘들고 웃기는 일도 많았지요. 떠나는 지난해를 뒤로하고 ‘새해는 모두 복 많이 받으세요’ 인사들 하지요. 한국 전기 산업신문 가족 모두와 독자들 모두 복 많이 받으세요.

나는 대학교 일학년인가 이학년때 사귄 지금은 교수가 된 김준호라는 친구가 있어요.
매 시험기간동안 도서관 자리를 잡아준 것은 물론 멋으로 서너권 옆구리에 끼고 다녔던 전공원서들도 곧잘 들어주곤 했던 멋진 친구였지요. 애인 같던 친구였지요.
시험 후에는 그 친구와 꼭 만나곤 했지요. 아마 어느 유난히 추운 날 닭살 도는 오들도돌한 모습으로 나를 기다려 주곤 했지요. 그 친구의 시린듯한 연둣빛 얼굴이 그날은 무지 추웠다고 기억하게 해요.
지금에서야 고백하는 말이지만 그날 그 시린 얼굴로 활짝 웃으며 ‘야, 임마! 시험 잘 봤어?.. 아니 컨닝 잘했어! 춥다추워’하며 활짝 웃던 얼굴이 얼마나 눈물겹도록 고마웠는지 몰라요.

제 가슴 한켠의 빗장이 삐거덕 풀리는 듯 하면서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뜨거운 치받침이 목을 메이게 하는 우정이었지요. 저는 알아요. 제 친구 김 교수는 그런 친구였지요. 그런 친구와 저는 작년이맘때 헤어졌어요. 우정어린 연하장을 남긴 채... 뭐 공부를 더하고 싶다나 하면서 미국으로 훌쩍 떠나버렸어요.
지천으로 숨막히게 흰 눈꽃으로 뒤덮인 산들을 뒤로하고 떠나버렸지요. 오래 생각하다보면 눈꽃 만발한 먼 산엔 진달래가 피었다가지고, 철쭉도 폈다가 질 거예요.
그후로 저는 가끔씩 이때만 되면 그 친구를 생각한답니다.
어느새 2000년이 지나가고 2001년이잖아요. 시간은 참 빨리도 많이도 이 천년을 보냈어요. 많이 생각하는 사이 너무 늦어버렸지요.

새해 아침 당신은 어떠신가요?
지금 만약에라도 당신에게 불타는 먼 산처럼 눈꽃으로 덮인 흰 산처럼 가슴 미어지게 시린 우정의 친구가 있었다면 오히려 더 멀어진 우정이 있다면, 이 아름다운 산하를 보면서 너무 늦지 않게 용기를 내어요.

저 힘차게 떠오르는 붉은 빛을 들이키세요.
한국전기산업신문 독자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윤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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