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인을 성범죄 피해자로 보기
성범죄인을 성범죄 피해자로 보기
  • 에너지데일리
  • webmaster@energydaily.co.kr
  • 승인 2004.09.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창가에 감금돼 성매매를 강요당한 여성들이 13일 성매매 업주와 국가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국가를 상대로 성매매 피해 여성이 손해배상을 제기한 사례는 처음이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주장하는 바는 성매매 업주가 여성을 사창가에 감금하고 인권을 유린했다는 것과 모든 사람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감독해야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섬이나 외딴 지역에서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인권이 침해당하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선불금의 굴레가 무효라는 것이다.

사창가와 섬이나 외딴 곳에 감금당해 밖으로 나돌아다니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다. 마땅히 불법행위가 되며 그 행위에는 어떤 정당성이나 면책사유도 없다. 가해업주와 국가가 책임을 지고 배상을 해줘야 한다. 이렇게 결론이 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런데 이런 소송이 처음이란다. 그 까닭은 성매매 피해여성들에게 책임을 묻는 우리나라 일반인들의 사고방식과 그 사고방식을 반영한 법·제도 때문이다. 사실 ‘성매매’라는 말이 생긴지도 얼마되지 않았다.

아직도 ‘윤락’이니 ‘매춘’이니 하는 말이 공식적·비공식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매춘’이란 몸을 판다는 의미이고 ‘윤락’이라는 말도 타락해서 떠돈다는 의미이다. 성매매 피해 여성에게 오히려 책임을 묻는 사고방식이 들어있는 것이다.

13일자 연합뉴스 기사의 리드문장을 보면 ‘집창촌(일명 사창가) 등에 감금돼 윤락을 강요당한 성매매 여성들이 국가와 윤락업주를 상대로 거액의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로 되어있다. ‘윤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기자의 성매매에 대한 인식부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냉엄한 비판의식을 가져야할 기자조차 이럴진대 일반인들은 어떻겠는가?
그러나 올해 3월에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 공포돼 성매매 피해 여성에게 책임을 묻던 윤락행위 등 방지법’이 40여년만에 폐지됐다. 피해 여성에게 불법행위를 인정하던 개념인 ‘윤락’, ‘윤락 여성’이라는 말을 없애고 성매매, 성매매 피해 여성으로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성매매 여성을 처벌대상에서 제외하고 피해자로 보겠다고, 국가가 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하면서 국가가 그렇게 법을 제정 공포했으니 이번에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국가가 책임를 지지 않을 수가 없게됐다.

문제는 선불금인데, ‘현대판 노비문서’라고 불리우는 선불금은 성매매 피해 여성을 법률적으로 옭아매어 자유을 보장하지 않는다. 선불금을 받으면서 엄청난 빚을 지고 이 빚을 갚지 않으면 사기죄로 감옥에 가기 때문에 업주가 성매매 피해 여성을 감금하지 않아도 피해 여성은 감금될 수 밖에 없다.

선불금을 받더라도 법률상 불법원인으로 인한 채권무효’조항에 따라 돈을 갚지 않아도 사기죄 등으로 처벌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나라는 사기죄로 피해 여성을 처벌했다. 그 관행이 깨진 게 올해 1월이다. ‘성매매를 전제로 한 빚은 무효’라며 경매정지를 요청한 것을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요즘은 성매매업주와 피해여성 사이에 사채업자가 들어가서 업주가 사채업자를 통해 피해여성을 옭아매는데 이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짓이다. 그런 탈법행위도 무효가 되는 것이 마땅하다.

성매매에 관한 우리 역사는 이런 당연한 일들을 작년까지만해도 그렇지 않게 보았으니 놀랍지 않은가?

< 이승훈 / 인터넷 저널리스트, 인터넷 문화평론가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명칭 : (주)에너지데일리
  • (우)07220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38길 13-7 주영빌딩 302호
  • 대표전화 : 02-2068-4573
  • 팩스 : 02-2068-45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병훈
  • 제호 : 에너지데일리
  • 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06719
  • 등록일 : 1999-07-29
  • 인터넷등록번호 : 서울 아 01975
  • 등록일 : 2012-02-16
  • 발행일 : 1999-09-20
  • 발행인 : 양미애
  • 편집인 : 조남준
  • 에너지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너지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nergydaily.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