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의 여성용 누드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비키의 여성용 누드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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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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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으로 올바른 성

◇ 비키의 누드 ‘르네상스’

얼마전 여성 3인조 ‘디바’의 멤버인 가수 ‘비키’가 여성용 누드집을 발표했다.

기획사인 애니엠엔터테인먼트의 설명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연예인 누드가 열대의 바닷가에서 이뤄져 특별한 주제 의식없이 남성들의 입맛대로 제작된 ‘남성용 누드’였다면, 여성 스스로가 제작의 주체가 돼 ‘여성이 남성에게 보여주고 싶은 누드가 이런 것’임을 알리는 작품이 바로 비키의 누드”라고 한다.

기획사의 설명에 따르면 그 누드를 ‘남성에게 보여주고 싶은 누드’라고 했는데, 그 말이 남성에게 ‘여성이 생각하는 자신의 몸은 이런 것’을 시위하겠다는 뜻이라면 그런 의도도 성평등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기획사의 설명이나 비키의 누드작품을 봤을 때 여성 자신이 성상품화한 소비물의 소비 주체로서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자각하고 있음을 시위한다는 그런 개념은 아닌 것 같다. 비키의 누드집의 판매 ‘타겟설정’을 여성이 아니라 남성으로 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기획의도인 것 같아 다소 맥이 빠지는 느낌이다.

연예인 누드집 열풍에 따른 기존의 누드들이 모두 남성들을 위한 누드였고 여성들을 위한 누드는 없었다. 이번에도 남성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누드라는 것은 성을 상품화한 재화의 소비주체로 여성은 여전히 소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성-대부분 여성이다-을 상품화한 소비물에 대해 여성주의 진영에서는 여성을 객체로 만들고 남성에 대해 종속적인 위치로 전락시킨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이미 이전에 쓴 ‘위안부누드의 진정성 2’ 라는 칼럼에서 밝힌 바있듯이 성을 상품화 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몸이나 성의 상품화 그 자체를 가지고 곧바로 문제삼는 것은 논리비약이다.

과거 20~30여년 전과는 달리 현재는 성적 상품의 소비와 성적 쾌락의 주체로 여성을 인식하는 추세인데 필자는 그런 추세가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확대하는 쪽으로 도움이 된다고 보기에 진보적이고 바람직한 일이라고 본다. 다시 말하면 여성을 상품화하는 것이 오히려 여성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여성의 누드작품집을 여성을 위해 만든다는 발상은 여성의 쾌락, 여성의 나르시즘적인 욕망을 인정하고 성적인 문제에서 주체성, 나아가 성적자기결정권을 자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성평등에 부합하는 진보적인 발상이다. 그러나 비키의 여성용 누드는 아직 그 수준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디바의 누드 작품 중 몇몇을 보면 전기톱을 들고있는 누드, 자위를 하고 있는 누드, 아무렇게나 흩뜨린 머리칼을 한 누드, 상자속에 갖혀서 상자를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누드 등등 남성을 공격하고, 남성의 관음적인 시선을 차단하고 남자를 외톨이로 만들기위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기획사의 기획의도가 소비대상으로서의 여성을 고려한 컨셉이 아니라 마쵸적 남성에게 항의시위하는 여성이라는 컨셉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누드들이다.

비키의 누드가 남성을 대상으로 하면서, 남성에게 관음증적 각의 단절을 요구함으로써 거부감을 주는 누드라 남성들에게 잘 안팔릴 누드이지만 그런 기획의도가 이제까지 나온 누드집의 기획의도와 비교해 볼 때 참신하고 실체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에 여성대상 및 남성대상의 상업적인 승부수는 갖추었다고 본다. 그런 기획의도 또한 성평등적인 차원에서 의이가 있기는 하다.

비키의 누드가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을 수도 있는데 이는 남성우월주의 사회에서 억눌린 자아를 남성에게 시위함으로써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거기에서 더 나아가서 성적 상품의 소비 주체와 성적 쾌락의 향유 주체로서의 여성을 인정하는 데까지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여성용 속옷에서 구체적인 예를 들고 일단락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여성용 속옷이 ‘그냥’ 여성용 속옷이지만 선진국의 고급브랜드는 여성용 속옷을 여성을 위한 여성용 속옷과 남성을 위한 여성용 속옷을 별도로 만들어 판다. 재질과, 색채, 외곽선의 각도, 거터벨트의 부착방법 등 소품의 형태, 장식무늬 등등에서 두 부류의 여성용 속옷의 차이는 한눈에 봤을 때 확연히 드러난다.

여성을 위한 여성용 속옷이 없다면 여성으로서는 억울한 일이 아니겠는가라는 말이다. 여성을 위한 여성용 속옷이 없다면 만들어달라고 요구해야하지 않겠는가? 소비자로서의 여성을 고려한 상품들이 없다면, 여성에게는 불평등하고 억울한 일이다. 누드집이라는 상품에서도 마찬가지!

< 이승훈 / 인터넷 저널리스트, 인터넷 문화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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