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 태양광 분야의 당면 과제
[기고] 한국 태양광 분야의 당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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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0.30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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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 산업자원부 태양광 사업단 단장, 고려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교수

더욱 밝아진 태양광 산업 전망

태양광 산업이 급팽창을 계속하고 있다. 전 세계 태양광 모듈 생산량은 2004년 약 1250MWp, 2005년 약 1820MWp을 기록하여 연 7년째 연평균 30% 이상의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2010년에는 약 1만MWp, 300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태양광 산업은 독일과 일본의 보급 정책에 힘입어 고속 성장을 거듭해 왔는데, 최근 에너지에 관한 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던 미국마저 '수소 경제로의 이행' 선언 이후 태양 에너지 기술개발 및 보급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천명함으로써 태양광 산업의 전망은 더욱 밝아졌다.

2006년 2월 국립재생에너지 연구소를 전격적으로 방문한 부시 대통령은 석유에 대하여 '중독'되어 있는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청정에너지에 대한 연구개발비를 22% 증액하는 내용을 포함한 '첨단 에너지 방안(Advanced Energy Initiative)'를 발표하였다.

이 방안에 따르면 기술 개발을 통하여 태양광 시스템의 단가를 낮추고 2015년까지 태양광 전기가 가격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게 되어 있다. 이는 일본의 '2030 로드맵'보다 15년이나 앞서는 내용으로서, 미국이 태양광 분야에서 일본과 독일에 내 주었던 주도권을 되찾고 고용효과가 높은 신산업 창출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백만 태양광 주택 프로그램'에 따라 향후 수 년 동안 320억달러를 투자하여 3000MWp의 태양광 시스템을 보급하겠다고 발표하여 연방정부의 계획에 힘을 보태고 있다.

▲ 세계 태양광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고수하고 있는 SCHOTT solar가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 설치한 1MW급 태양광발전 시설.


"세계시장서 우리나라만 조용"

이제 세계는 태양광 시스템 가격을 낮추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기술 개발과 시장 확대의 외길로 빨리 달려가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지난 9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개최된 '제21회 유럽태양광학회'에는 2700명의 전문가 및 3600명의 참관인 등 총 6300명이 95 개국으로부터 참석하는 대성황을 이루었다. 이 학회의 환영사에서 독일의 환경부 장관 마이클 뮬러는 독일이 전세계 태양광 시장의 60%에 해당하며 3500개의 회사가 이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고 소개하였다.

국내의 한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태양광 산업에 세계는 미쳐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만 조용하다." 너무나 뼈아픈 지적이다.

우리가 주춤하는 사이 지난 30년간 꾸준히 투자해왔던 일본은 이제 세계 시장의 50% 정도를 점유하여 이미 투자비를 회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기술적 우위를 지속시키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인 샤프社는 2004년에 태양광 분야 매출 1조원을 돌파하였고 그룹 전체 매출의 7%를 태양광 사업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중국도 도약을 거듭하고 있다. 2005년 12월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하여 일약 세계적 스타로 떠 오른 Suntech社는 중국 우시에 위치한 태양전지 생산라인을 50MWp 규모에서 300MWp로 증설하는 등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일본과 독일이 기술로 앞서고 중국이 규모의 경제로 무섭게 치고 나가는 형세 속에서 과연 한국이 설 자리가 아직 남아있을지 질문을 던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미 너무 늦은 것 아닌가 하고 포기하고 말기에는 너무 매력적인 시장이다. 그리고 국가적으로도 에너지 수급 면에서 태양광이 일정 부분 차지해야 하는 당위성을 고려해 볼 때 우리의 시장을 외국 제품에 완전히 내어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국내기술 3년내 도약 가능

태양광 산업이 급팽창을 거듭하면서 예기치 못했던 현상이 경험되고 있다.

태양전지의 원료가 되는 실리콘 원소재의 부족 현상이 그것이다. 규사를 정련하여 얻어지는 실리콘 소재는 공급라인의 확충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이 폭등하였고 이는 태양전지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기술개발과 규모의 경제에 따라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었던 태양광 시스템 가격이 수급 불균형 현상 때문에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왜곡된 현상이 의미하는 것 중 하나는 소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면 기술 경쟁력이 다소 부족해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소재 부족 현상이 2008년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2010년까지도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도 동의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한국이 기술 개발을 통하여 국제 경쟁력을 갖추는 데 약간의 시간이 있다는 점이다. 자원을 집중 투자하여 실리콘 소재를 자체 조달함으로써 국산 태양광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술 경쟁력을 키워 나간다는 전략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 사업단에서는 2006년 신규 과제로서 '고순도 TCS 분리정제 및 태양전지용 Poly-Si 제조기술 확립'을 도출하여 공모한 바 있으며, 이에 맞추어 국내의 모 기업은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서 2008년 양산 개시를 목표로 연산 3000톤 규모의 생산 공장을 건설 중에 있다.

소재를 적게 사용하면서 태양전지를 제작하는 기술도 극한을 향해 가고 있다. 일본에서는 100㎛ 두께의 실리콘 기판을 사용하여 태양전지를 제작하는 기술개발 과제가 2006년에 착수되었다. 태양광 사업단에서도 이와 대등한 목표로 초박형 실리콘 태양전지 기술개발과제를 2006년 상반기에 공모하였다. 이 과제가 3년 내에 성공적으로 수행되면 한국의 태양광 수준이 적어도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수 인력 확보가 관건

이와는 별도로 실리콘 소재 대신 유리 기판에 반도체 박막을 코팅하여 태양전지를 제작하는 기술이 가까운 미래에 대량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이 분야에 대한 기술 개발 투자를 집중하여 선진국 보다 기술적인 우위에 서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전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결국 우수한 인력의 확보에 달려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이 갖고 있는 우수한 인적·물적 인프라가 있다. 작게 투자해도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기본 조건은 갖춘 셈이다. 그래도 인력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많이 들리고 있다. 아직 인력 양성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다는 뜻이 아닐까. 특히 기술 개발에 필요한 고급 인력이 많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보다 과감한 투자가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 기술개발과는 별도로 정부 예산이 이 방면으로 더 많이 책정되어 대학과 연구소에서 잘 훈련된 인력이 배출되도록 투자를 늘려야 한다.

한국은 늦게 출발하여 세계 최고에 올라 선 경험을 많이 가지고 있다. 정부와 민간이 전략적인 판단에 근거하여 과감한 투자를 실행하였고 이를 성공으로 이끈 우수한 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태양광 분야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믿어진다. 정부의 일관된 정책에 따라 민간 분야의 투자가 활성화 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력이 배출되도록 지원된다면 확실히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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