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는 청와대 이병완 홍보수석이 박 전대표에게 사과를 했지만 파문은 끝나지 않고 있다. 나아가 양당은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라’, ‘한나라당은 더 심한 패러디 하지 않았나. 한나라당도 사과해라’ 이런 식으로 구질구질하게 이어진다. 우리 정치판의 한심한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글을 더 써내려가기에 앞서 필자는 이 칼럼에서 그 어느 정당의 정책을 편들 생각은 없다. 워낙 현실정치 쪽의 글을 쓰면 잡음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 피하고 싶다. 다만 이 칼럼은 표현의 자유문제를 논하려한다는 것을 밝혀두고자 한다.
사전적인 의미로 야합은 ‘결혼하지 않은’, 혹은 결혼 외의 남녀의 교합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정치권의 정당성 없는 공동 노선을 비판하기 위해 자주 쓰이는 단어다. 야합이라는 단어를 시각적으로 효과적으로 표현하려 할 때 영화 해피엔드의 포스터는 적절하다.
주장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면 그 느낌이 밋밋하지만 그림으로 표현하면 훨씬 강렬하다. 평소 야합이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쓰여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그 표현을 무감각하게 받아들여왔던 정치인들과 언론이 이번 패러디를 보고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이번 패러디에 대한 정치인들의 반응을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서 살펴보자니, 패러디를 한심하게 보는 듯하다. 필자는 그 태도가 오히려 한심할 뿐이다.
우리 여·야 정치인들의 수준을 너무 높게 보았던 청와대 홈페이지 관리자의 판단 착오는 안쓰럽기만 하다. ‘열린마당’이라는 특수한 공간은 의미있는 자유로운 생각이 올라가는 곳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그 패러디가 올라간 것은 문제가 될 수 없다. 다만 청와대는 노대통령 패러디도 같이 올릴 수 있겠느냐는 양심을 묻는 질문에 해답할 책임을 질 뿐이다.
한편 이 문제를 가지고 성차별이니 여성비하니, 박 전대표에 대한 명백한 모욕죄니 하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일부 여성계의 주장은 터무니없다. 기본적으로 야합이라는 말은 남녀 양 당사자들을 아울러 비난하는 말이다. 남녀를 똑같이 비난하는데 무슨 성차별이 있으며 어째서 여성비하가 되는가?
야합을, 즉 결혼관계 없는 사람들의 동거나 섹스를 나쁜 것으로 보는 것은 가부장적 문화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그 가부장적 문화를 성차별이고 여성비하라고 하면 말이 되지만, 한나라당 의원들과 여성계 인사들이 모두 동거나 혼전섹스를 지지·옹호하는 입장도 아닐텐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가?
또한 명백히 모욕죄가 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한심스럽다. 모욕이라는 것은 사실의 적시, 주장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번 패러디는 그렇지 않다. 행정수도 이전과 관해 조선과 동아가 말바꾸기를 했으며 한나라당이 이에 동조했다는 사실의 적시와 주장이 있다.
명예훼손죄가 된다는 주장은 고려해볼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다. 사실 위법성이 없어서 명예훼손죄도 안될 것이다. 패러디는 어린애 호작질이 아니다. 패러디 안에는 사실의 적시와 주장이 녹아 있기에 모욕죄가 된다는 주장은 전혀 고려할 여지가 없다.
어쩌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속깊은 상처를 찔려서 섬칫하고 당황스러운 심경을 감추기 위해 이렇게 오두방정을 떨고 있는지도 모른다. 문제의 본질인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대하는 조선·동아와 한나라당은 자신을 되돌아보라는 패러디의 주문에는 눈 딱 감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 그리고 조선, 동아는 해피못하더라도 너무 과민반응 보이지 말기를 바란다. 행정수도 문제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주장에 회피하지 말고 담담하게 의견을 밝히면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야 정치인들은 패러디에 의연해지시길 바란다. 패러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패러디는 계속되어야 한다.
이승훈 / 인터넷 저널리스트·인터넷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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