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2] 협상의 주역
[특별기고-2] 협상의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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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4.2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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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도 / 주(駐)제네바대표부 참사관

▲ 문재도 / 주(駐)제네바대표부 참사관
지난 2일 초미의 관심을 모으며 길고도 치열하게 전개됐던 한미 FTA 협상이 일단락 됐다.

이번 협상에서 에너지부문은 한 발 비켜선 모습이지만, FTA 협상이 이번으로 끝이 아니기에 어떤 국가와 언제 어떻게 에너지부문 협상이 진행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재 주(駐)제네바대표부 참사관으로 재직중인 문재도 씨가 귀중한 기고문을 보내왔다.

문 참사관은 "이번 한미 FTA협상에서 제네바 출신들이 많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에 착안해 협상의 방법을 언급하고, 마지막까지 어려움을 겪은 섬유팀에 대한 격려, 그리고 현재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쓰고 있는 것은 에너지 전문가들의 숨은 협상의 결과임을 알리고 싶다"고 전해왔다.

문재도 참사관은 산업자원부 전기위원회 총괄정책팀장, 산자부 자원정책팀장, 외국인투자기획관 등을 거쳐 지난 2월 제네바대표부에서 재직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에너지와 외교' 관련 사안을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인물이다.

이에 본지는 이번 창간 8주년 특집을 시점으로 앞으로 매주 1회씩 총 4회에 걸쳐 관련 글을 게재할 예정이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편집자


※ 글 싣는 순서
① 에너지외교의 양자주의와 다자주의
협상의 주역
③ 지구온난화와 에너지
④ 원자력 평화적 이용의 조건



 

▲ 문재도 / 주(駐)제네바대표부 참사관

한미 FTA 협상이 끝나고 모일간지에서는 금번 한국 협상팀이 주제네바대표부를 거쳐간 통상전문가들이 중심이 되고 미국과 통상외교를 해본 사람들이 보조가 된 드림팀을 구성한 결과 최고의 협상력을 자랑하는 미국을 상대로 성공적인 협상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 경제부총리는 이번에 협상을 잘한 사람으로 신재윤 국제금융심의관, 배종하 국제농업국장과 통신분과장을 거명했다 한다.

협상을 맡는 사람들은 협상장에서 상대방과의 머리싸움 못지않게 국내에서 협상 결과를 어떻게 받아줄 것인가 하는 걱정으로 피를 말리는데 이런 긍정적인 평가는 그동안 고통을 보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사실 한미 FTA는 물론 우리 일상생활 모두가 협상의 연속이다.

남대문 시장에서 싸구려 옷을 살 때도 과연 얼마를 지불할 것인가에 대해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간에 협상이 일어나고 있고, 남녀간 연애도 서로 밀고 당기는 협상의 결과에 따라 결혼까지 가느냐 그냥 끝나느냐가 좌우된다. 그럼에도 협상이 가장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은 상대방 모두가 윈윈하는 결과를 얻을 때이다. 옷을 흥정할 때 파는 사람은 1만원을 부르고, 나는 5000원을 부르고 그러다가 가게 주인이 9000원으로 깎아 주고 나는 다시 6000원을 제시하고 떠나려하자 가게주인이 불러 세워 7000원을 제시하여 매매가 이뤄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이런 협상 기술을 전문가들은 '포지션잉(positioning)'이라 하는데 별로 바람직한 협상 방법은 아니라고 한다.

왜냐하면 사는 사람 입장에서 대부분 사고 난 후에도 싸게 샀다는 느낌보다는 내가 정말 필요한 물건을 정당한 값을 지불하고 샀는지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 이에 반해 이 물건이 유사한 상품에 비해 어떤 장점이 있으며, 당신이 이 금액에 이 정도의 물건을 가졌을 때 어느 정도의 경제적 혜택을 갖는 지를 충분히 알고 거래가 이뤄졌다면 사는 사람도 정당한 댓가를 지불했다는 마음으로 훨씬 만족하여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협상에서 자기 분야를 성공적으로 이끈 것으로 평가받은 사람들은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철저한 준비를 통해 상대방에게 우리 협상안을 설득하여, 우리 경제의 민감 분야를 잘 지킨 사람들인 것 같다.

실제로 금융분야의 신국장은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영어 구사력보다 오히려 협상 과정에서 40여회 이상 전문가들과 토론을 통해 여러 가지 대안에 대해 잘 준비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토로했다 한다.

아마도 금융이나 농업은 우리가 지켜야 할 분야로서 협상 도중에 상대방으로부터 많은 요구를 받았을 것이나, 우리 경제 상황과 협상 결과의 수용가능성 등을 잘 설명하여 개방에 따른 피해가 최소화되면서 향후 경쟁을 통한 산업경쟁력 제고에 기여하는 순기능적 협상결과를 가져왔다는 평가에서 칭찬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에 못지 않게 미국의 민감 부문에서 개방을 이끌어낸 섬유협상팀을 비롯한 산자부팀도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섬유분야는 미국 등 선진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 인하에 소극적이며, 까다로운 원산지 규정이나 라벨링 의무 부과 등을 통해 시장을 보호하려는 분야이다. 여기서 우리 섬유 제품에 대한 관세 철폐가 미국 산업에 대한 피해를 초래하기보다는 중국 등 경쟁 수입국으로부터 수입대체 효과가 크며, 한미 FTA에 별도의 특혜원산지 규정 적용을 통해 양국간에 교역 확대 등 윈윈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적절히 설득한 결과 최대한 개방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본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알게 모르게 많은 대외협상이 이뤄지고 있다.

석유, 석탄, 가스와 같은 에너지를 값싸고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지금도 한전, 가스공사, 정유회사의 계약담당자들이 자원부국 오지를 동분서주하고 있으며, 원자력이나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고기술 에너지 분야에서는 기술 확보를 위해 선진국 전문가들과 협상을 하고 있다.

수요의 97%를 대외 의존하면서도 안심하고 편리하게 에너지를 쓸 수 있는 것은 숨은 에너지 계약전문가들의 성공적인 협상의 결과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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