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전설’과 의료
‘도시의 전설’과 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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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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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는 도시의 전설, 즉 legend of urban이라는 야담, 혹은 괴기담이 있다. 인터넷에도 이러한 도시의 전설을 모아둔 사이트도 있다.

도시의 전설이란 10여년 전 노파로 변한 불여우가 사람을 잡아 간을 잡아먹는다는 유언비어가 퍼져 중·고 여학생들이 밤에 나가기를 꺼려한 것과 비슷한 종류의 괴담들이다. 대부분의 여고나 대학에 하나쯤은 있는 귀신이야기와도 비슷하다.

보름달이 뜨면 광기에 빠진다는 도시의 전설도 있다. 물론 의학과 통계학적으로 보자면 보름달과 광기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문제는 이러한 도시의 전설과 같은 허무맹랑한 유언비어가 과학의 옷을 입고 나타나 사람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것이며, 사이비 과학의 옷을 입은 도시의 전설은 건강과 관련된 것이 유독 많다.

이 가운데 물과 건강에 관련된 도시의 전설들을 살펴보자.

육각수가 몸에 좋다는 전설은 그야말로 허무맹랑한 소리이며, 과학으로 포장된 쓰레기 과학이라 할 수 있다. 물이 사람의 감정에 반응하여 모양을 달리한다는 주장은 달에 토끼가 살고, 바다에는 용왕이 산다는 믿음보다 더 어이없는 주장이다.

이와 비슷한 주장은 수도 없이 많다. 홍채로 만병을 진단하는 홍채진단, 궁합이 맞는 물건을 손에 쥐면 힘이 들어가고 궁합이 맞지 않는 물건을 잡으면 힘이 빠진다는 오링 테스트에 이르게 되면, 옛날 중국에서 불로장생 약을 먹으려다 수은 등의 중금속에 중독돼 오히려 일찍 죽게 된 중국 왕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혈액형 별로 성격이나 기타 궁합이 다르다는 혈액형별 성격론도 일본에서 시작된 사이비 의학의 하나다. 당연히 의학적·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다.

또다른 황당한 도시의 전설은 이른바 피라미드 파워다. 피라미드 파워는 이집트 과학의 일부다. 이집트 과학이란 고대 이집트에 현대의 과학을 능가하는 초과학이 있었다는 것을 믿는 사이비 과학의 하나로, 한국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지 한국에서는 별로 유행하고 있지 않지만 유독 피라미드 파워만은 유행하고 있다.

이를 보면 사이비 과학도 각국의 국민성이나 민족성과 궁합이 맞아야 유행을 하는지 신토불이라 할 만하다. 한국이나 중국 문화권에서는 기(氣)나 음양오행, 주역과 관련된 신비주의가 유행하고, 미국과 유럽은 점성술이나 이집트나 유대인과 관련된 신비주의가 유행하고, 인도에서는 힌두이즘과 관련된 신비주의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의료에 있어 이러한 사이비 의료의 문제는 이러한 도시의 전설을 이용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경제적 피해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심각한 해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이비들은 온갖 교묘한 방법으로 법망을 피해가는 데 그 방법이야 참으로 감탄할만하다. 예를 들어 의료법에서는 의료인이 아니고는 영리 목적의 의료 행위를 할 수가 없는데, 이는 달리 말하면 의료인이 아니더라도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니고는 의료행위를 할 수가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사이비 의료인들은 어떻게 돈을 벌까? 한 침구와 관련된 사이비 의료 단체는 책과 잡지를 고가로 팔고, 이러한 책과 잡지를 사거나 정기구독을 해야만 강좌를 들을 수 있게 한다. 이 단체가 파는 의료용구는 수백가지를 넘고 있다.

다시 말해 침술을 빙자한 사이비 의료를 이용해 영리를 목적으로 의료 용구를 파는데, 침의 종류만 해도 수십 가지이며 거의 해마다 새로운 침을 발명(?)해 팔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선전은 무료라고 하고 있다. 이 사이비 의료를 배우기 위해서는 수백만원도 모자랄 것이다.

도시의 전설이 의료와 관련(!)되고, 또 상업적인 목적이 의심되면, 믿지 않는 것이 최선임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김승열 / 강릉 동인병원 응급의학과장,
영동 응급의료 정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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