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고리 1호기, 앞으로 어떻게 되나?
[분석] 고리 1호기, 앞으로 어떻게 되나?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07.06.11 0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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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운전 여부, 112개 기준 심사 통해 12월 도출
1978년 상업운전 돌입… 우리나라 원전사 상징
안전성 기준 강화, 시민단체·지역여론 등 난관

30년간 총 1147억kWh 전력생산

우리나라 원전의 맏형인 한국수력원자력(사장 김종신) 고리원자력 1호기가 지난 9일로 발전을 정지했다. 고장이나 계획예방정비 차원이 아닌 30년의 설계수명기간이 만료됨에 따른 것이다.

지난 1971년 3월 공사에 착수돼 1977년 6월 최초 발전을 시작한 후 1978년 4월 본격 상업운전에 들어갔던 고리 1호기는 우리나라에서 원자력발전 시대를 연 시발점이다.

당시 고리 1호기 건설공사에는 외자 1억7390만달러, 국내자본 717억원 등 모두 1560억원이 투입됐다. 이 투자금은 당시로서는 우리나라 사상 최대규모의 단일사업으로 기록되고 있다.

아시아에서 두 번째, 그리고 세계 21번째의 원자력발전소 보유국이 된 우리나라는 그 후 지속적으로 기술자립을 추진, 한국표준형원전을 개발·건설하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고리를 비롯해 영광, 울진, 월성 등에 총 20기, 1만7716MW의 설비용량을 갖춰 세계 6위의 원자력 강국으로 도약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의 가압경수로형으로 58만7000kW의 설비용량을 지닌 고리 1호기는 지난 30년간 총 1147억kWh의 전력을 생산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난 한 해 발전량은 47억6700만kWh. 이를 환산한다면 경기도 안양시 주민이 1년간 쓰는 전력량으로 이를 석유로 대체한다면 90만톤, 석탄은 132만톤, 액화천연가스(LNG)는 66만톤에 해당된다.

운영기술도 지속적으로 개선돼 고리 1호기의 고장정지 건수는 발전소 운영기술 습득과정인 지난 90년까지 연평균 6.6건에 이르렀으나, 1991년부터 2000년에는 연평균 1.9건으로 줄어들었고, 2001년부터 2006년에는 0.3건으로 감소했다.

고장에 의한 불시정지 없이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이용률 역시 크게 높아져 1978년부터 1990년까지는 연평균 64.3%에 그쳤지만, 1991년부터 2000년에는 80.3%, 그리고 2001년부터 2006년에는 90.6%로 크게 향상돼 세계 연평균 이용률 79.5%(2006년 기준)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고리 1호기는 최근 10년간 연료교체 시기까지 발전정지 없이 연속운전하는 '한주기 무고장 안전운전(OCTF ; One Cycle Trouble Free)'을 6회 달성하면서 국내 최고기록을 세웠다.


계속운전, 결론 어떻게?

그렇다면 고리 1호기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인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한수원은 설계수명기간이 만료되는 고리 1호기에 대해 설비개선을 거쳐 안전성을 평가 받은 뒤, 10년간 연장 가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계속운전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한수원은 지난해 6월16일 과학기술부에 고리 1호기 안전성평가 보고서를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고리 1호기의 계속운전에 대해서는 사업자인 한수원측과 시민단체가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가장 큰 대척점은 안전성과 원전 비중의 확대 여부.

우선 우리나라의 계속운전 안전성 평가기준은 타 국가들보다 강화된 요건이 적용되고 있다는게 정부와 한수원측의 설명이다.

설계시 예상된 수명 이후 원전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권고한 주기적안전성평가(PSR ; Periodic Safety Review) 이외에 미국의 운영허가갱신제도(LR ; License Renewal)에서 도입하고 있는 주요기기수명평가와 방사선환경영향평가을 추가로 적용, 강화된 기술기준을 마련했다는 것.

주기적안전성평가란 IAEA에서 제시한 방법에 따라 10년을 주기로 원전의 가동안전성을 점검하는 제도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안전기준과 관행에 비춰 안전성 여부를 판단하고 또한 다음 주기적 안전성 평가 때까지 안전성 유지를 위한 적절한 조치 여부를 평가하는 것을 뜻한다. 영국, 독일, 스위스, 프랑스, 일본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주기적안전성평가에는 원자로시설의 물리적 상태, 안전성 분석 등 11개 분야 54개 항목에 걸쳐 평가가 진행된다.

주요기기수명평가란 계속운전을 위한 경년열화(설비상태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취약해지는 현상) 관리 대상선정, 경년열화 관리계획 평가, 계속운전을 위한 수명평가에 관한 사항, 운전경험 및 연구결과 반영 필요사항 등 4개 분야 57개 항목에 대한 평가를 수행하게 된다.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계속운전이 환경에 미치는 방사선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것으로 부지특성 변화, 부지주변 환경변화, 방사성폐기물처리 관련계통의 주요 설계변경사항, 환경감시계획 등의 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한수원은 이와 함께 경제성 측면에서도 고리 1호기의 계속운전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안전성과 경제성이 입증된 장기가동 원전 설비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특히 부존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의 현실과 신규 발전설비 부지 확보, 건설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안전성과 경제성이 입증된 장기가동 원전 설비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시민단체와 반대 주민들은 일면 긍정하면서도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우선 사용하는 용어부터 다르다. 시민단체측은 계속운전이 아닌 수명연장이라고 표현한다. 또 지역 연구소측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주민의 60% 이상이 계속운전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훈 환경연합 에너지기후변화본부 처장은 "한수원측이 경제성 등 여러 이유를 들어 수명연장을 주장한다면 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안전성 여부를 검토할 수 있는 정보공개와 민주적 절차가 선행돼야 하는데도 정부와 한수원측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예전부터 양측간의 의견이 대립되고 있는 사안으로, 시민단체측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정부와 한수원은 해당 보고서에 영업기밀 등 공개하기 힘든 내용이 담겨있다는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상훈 처장은 이와 함께 만일 고리 1호기의 수명연장이 결정된다면 그만큼의 신규원전 건설은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명연장과 신규원전이 함께 간다면 결국 원전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기에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청년환경센터측은 '즐거운 장례식'이라는 강도높은 행동을 추진하고 있다. 청년환경센터측이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행사 명칭에서 바로 알 수 있다.

청년환경센터는 고리 1호기 가동이 정지된 9일 정부와 한수원, 시민단체 등에 관련 부고장을 발송했다. 이어 17일에는 일본측 관계자들과 함께 부산역에서 고리원자력본부 정문까지 상여를 행진하고, 이후 정문 일대에서 관련 문화제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헌석 청년환경센터 대표는 "고리 1호기의 수명연장과 관련, 현재 정부와 한수원측의 일방적 설득만 있는 상태"라며 "특히 타 원전은 설계수명 만료를 2~5년 앞둔 상태에서 관련 조치를 취하게 하면서도 유독 고리 1호기만 1년여의 촉박한 시간을 두고 있는 것은 심도깊은 논의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헌석 대표는 또 "고리 1호기의 수명연장 문제는 고리 1호기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향후 모든 원전에 적용될 사안이기에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넓혀가는데 역점을 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전성, 여론 향배 관건

한수원측은 설계수명이란 원전 설계시 설정한 기간으로써 원전의 안전성과 성능기준을 만족하면서 운전 가능한 최소한의 기간을 의미하며, 최근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원전 설계수명을 재평가한 결과 설계 당시에 과도한 여유도를 부여하였다는 점과 정비, 유지기술의 발달로 인해 설계수명 이후에도 충분히 안전성 확보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전의 안전성 확보란 여러 예를 들지 않더라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대의 명제다. 지역주민을 축으로 한 여론의 흐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한 전문가는 "계속운전이 기술적으로 가능하기는 하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와 함께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과기부 관계자는 "한수원에서 보고서가 접수된 이후 100여명의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계속운전심사단'을 구성, 16개분야 112개 기준에 대해 엄격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오는 12월경이면 최종 결과가 도출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고리 1호기의 계속운전 여부는 국내 첫 사례인 만큼 그 의미가 크기에 안전성과 신뢰성 제고를 위해 7월말부터 8월초까지의 일정으로 'IAEA 피어 리뷰(Peer Reciew ; 독립검토, 전문검토)'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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