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이혼, 그리고 중증 환자의 간병
사랑과 이혼, 그리고 중증 환자의 간병
  • 에너지데일리
  • webmaster@energydaily.co.kr
  • 승인 2004.09.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의 이혼율이 9%를 넘어섰다. 지금은 혼인하자마자 이혼을 하는 비율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지만 대략 혼인을 하고 이혼이 급증하는 시기는 신혼기, 1년이 지나서부터다. 왜 그럴까?

남녀가 만나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혼인을 하는 것은 다른 세계에서 지내다 함께 사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낮선 상황일 수밖에 없다.

또 살아온 배경이 다르기에 서로의 사고, 세계관, 인생관, 생활, 감정, 문화가 틀릴 수밖에 없고, 또 주도권 싸움을 하다보면 신랑, 신부 모두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게 된다.

그럼에도 혼인 초기에는 사랑의 감정으로 이를 누르다가 1~2년이 지나 사랑이라는 감정이 식게되고 인내의 한계에 부딪히면 이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에게 남녀간의 사랑의 감정은 2년이 한계라고 한다. 2년이 지나면 처음 만났을 때 이 세상 모두를 줄 수 있다는 생각까지 드는 마음이 식게 된다는 뜻이다. 아쉬울 수도 있지만 이러한 마음이 식는 것이 오히려 정상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이 한 평생을 열렬한 사랑의 감정에 평생 빠져 있다면 상상이나 소설 속에서는 아름다울지 몰라도 이러한 사람은 사회생활에 문제가 생길 것이다. 사람에게는 남녀간의 사랑 외에도 자식과 부모, 이웃 등에 대해 해야 할 일이 있고, 사랑의 감정에만 빠져 다른 일을 돌아볼 수 없다면 사회인으로서 살아가기 힘들어 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감정이 줄어들면 그 다음은 진정한 인간과 가족 간의 참다운 애정, 즉 정으로서 또 의무감으로서 한 가정을 지켜나가야 한다. 이때 갈등이 생기면 이제는 사랑의 감정보다 이성으로서 갈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이와 비슷한 예로 중증 환자의 간병을 들 수 있다.

한 집안에 중증환자가 생기면 아무리 어려워도 보통 2~3년 동안은 잘 지낼 수 있다. 오히려 가족이나 친지간에 우의가 돈독해지기도 한다. 가족으로서의 애정과 의무감으로 힘들지만 참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중증환자의 간병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간병하는 사람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치게 되고 또 경제적인 문제도 심각해진다.

형제간에 간병 문제, 치료비 부담 문제로 갈등이 생기는 것도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간병하는 본인이 아무리 선녀나 부처, 예수님처럼 중증환자를 돌보는 마음을 가졌다 하더라도 다른 가족이 있고, 다른 가족에게 소홀할 수밖에 없기에 갈등이 생기는 것은 거의 필연적이다.

그래서 간병기간이 오래가면 대부분의 간병인은 차라리 환자가 죽었으면 하는 마음도 가지게 되고, 또 이러한 마음을 가진 스스로에게 자책감 등의 문제로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요지는 이러한 마음을 가지는 것은 인간이라면 당연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은 문제는 어떻게 이러한 중증환자의 간병으로 인한 문제로 인한 가족이나 일가친척간의 갈등을 최소화 하는가 하는 것이다.

먼저 환자의 마음상태의 변화와 함께 간병인의 마음 상태가 어떻게 변해가는 가를 먼저 알아둘 필요가 있고, 그 다음은 법적·윤리적·도덕적으로 부양의 의무가 있는 가족이나, 친척들간에 부담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서로 상의하고 협력하는 것이다.

또 어린 자식이 있다면 자식들에게 최대한 상태를 설명하고 이해를 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최대한 국가와 사회단체의 지원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즉 장기 중증환자의 간병으로 가족 간의 갈등이 생겼다면 사회적으로 신망이 있는 성직자나 사회단체의 조언이나 중재를 요청할 필요도 있다.

다음으로 국가 행정기관(면, 동사무소)에 병원에서 발부하는 장애진단 등으로 생활보호를 신청하거나 연금 등의 신청으로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 해야 한다.

사실 가족이나 친척간의 갈등 대부분이 결국 경제적 문제로 인한 경우가 아주 많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 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대개의 면·동사무소에는 사회복지사가 있어 이런 문제에 대해 협조를 잘해주고, 대형병원에도 사회복지사가 있어 이에 대한 상담을 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의료가 발달함에 따라 예전에는 곧 바로 사망하였을 환자가 수년 혹은 수십년을 살게 되면서 한 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한번은 겪게 되는 중증환자의 장기 간병에 사랑과 함께 슬기로운 대책으로 환자나 가족 모두가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 받게 되기를 바란다.

김승열 / 강릉 동인병원 응급의학과장,
영동 응급의료 정보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