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자살을 부추긴다?
귀신이 자살을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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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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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사이비와 돌팔이들의 천국이 된 것은 인터넷의 속성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스포츠 신문, 때로는 중앙일간지조차 의료기사를 보면 황당함을 금할 수 없는 일이 종종 있다. 먼저 단적으로 말하면 언론에 있는 기사를 볼 때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경우 일단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어떤 주장을 누가 했는지 살펴보면 허위인지 아닌지 대강은 짐작할 수 있다.

사이비 돌팔이를 넘어 의심의 여지 없는 허위기사를 하나 살펴보자. 일간스포츠 2004년 4월 30일자에 이런 제목의 기사나 나왔다.

“묘심화 스님 ‘귀신이 자살 부추긴다’” “빙의 자살을 막아야 합니다”
제목의 황당함이야 귀신을 믿는 사람도 있으니 뭐라 할 수 없지만 일부 무속인의 주장을 사실처럼 제목으로 뽑고는 더욱 더 황당하게 빙의 자살을 막아야 한다니 제목만으로 가히 사이비, 돌팔이, 선정성, 허위성을 골고루 갖춘 대표적인 황색언론의 모습을 보여준다. 기사의 내용은 더욱 더 황당하다. 사실 관계에 대한 내용만 보자.

다음 겹따옴표 안은 이 기사의 내용의 일부다.

“스님에 따르면 자살은 충동적, 우발적 것이지만 그 어떤 형상이 목숨을 끊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귀신’이라고 말한다. 현대물질문명에서 귀신이 자살을 충동질시킨다는 주장이 다소 뚱딴지 같은 소리일 수 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가 지난 2002년부터 빙의를 정신의학의 한 분야로 인정하고 있다. 또 최근 들어 빙의와 자살의 연관성에 대해 정신의학에서도 부쩍 연구하는 추세다”

무엇보다 여기에서 세계보건기구가 빙의를 정신의학의 한분야로 인정한다는 것은 허위다. 물론 빙의 현상을 정신의학에서 다루기는 한다. 다만 분명히 정신병의 한 증상으로 보고 다루는 것이다. 그런데 빙의를 정신의학의 한분야로 인정한다니, 그야말로 귀신 씨나락 까먹는다는 소리도 이보다 더 황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빙의와 자살의 연관성에 대해 연구하는 어떤 정신의학자가 어떻게 연구하는지 이 또한 거의 허위에 가까운 헛소리다. 참고로 전생을 주장하는 정신과 전문의 한사람은 정신과 학회에서 제명을 고려하기도 했다. 만약 빙의로 인해 자살을 했다는 주장을 하면서 입증을 하지 못한다면 학회 제명이 아니라, 의사로서 제명 처분을 받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빙의는 입증이 불가능한 현상이다. 따라서 의학이나 과학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연구를 한다 하더라도 전혀 다른 방향의 연구다. 즉 빙의를 인정해서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빙의가 왜 정신병의 한 증상으로 나타나고 어떻게 나타나는가에 대한 연구이다. 그런데 이 기사에서만 아니라 언론이나, 사이비, 돌팔이, 사기꾼들은 이렇게 교묘한 왜곡을 하는 것이다.

대형병원의 보호자나 환자가 쉬는 공간에 보면 어김없이 있는 광고전단이나 종교단체의 선전물이 있다. 대부분의 선전물이나 종교 단체 선전의 내용은 난치병 환자, 즉 암, 당뇨, 혹은 노인성 질환으로 의학적 치료로는 완치가 어려운 질병을 치료 한다는 내용이다.

단순 건강식품을 선전하거나 특정 종교를 선전하는 이러한 선전물을 뿌리는 단체의 건강식품이나 신앙이라면 대부분 믿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특히 종교단체는 대부분 정통 신앙에서 사이비나 이단으로 규정된 단체가 대부분이다.

그야말로 빈수레가 요란한 법으로 이러한 사이비 단체의 선전을 거꾸로 이용해 이러한 선전을 하는 단체는 믿지 않는 것이 또 하나의 지혜일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인간의 힘이나, 자신의 힘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절대 절명의 위기 상황에서는 흔히 하는 말로 귀가 엷어지게 마련이다. 지푸라기라고 잡고 싶은 마음이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사이비와 돌팔이는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다.

도박이나 사기도 기술이라기보다는 심리전이라도 한다. 사이비, 돌팔이도 마찬가지로 심리를 이용하거니와 언론도 마찬가지로 자살이 사회적 문제가 될 때, 약해진 마음의 독자를 우롱하는 기사를 쓰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김승열 / 강릉 동인병원 응급의학과장,
영동 응급의료 정보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