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신화와 건강을 위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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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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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종교, 그리고 의학

어린아이를 키워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만 2살이 넘어가면 아이들은 끊임없이 ‘왜?’라고 묻는다. 또 어린아이의 질문이라고 무시할 것이 아니며, 때로는 대답이 궁해 진 경험은 누구라고 있을 것이다. 사실 왜라는 질문이 2~3번 이상 거듭되면 잘 모를 수밖에 없다. ‘왜?’라는 질문이 세번 거듭되어도 답을 할 수 있다면 현명한 사람일 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왜 돈을 벌려고 하는가? 살기 위해서. 왜 살려고 하는가? 벌써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에서 답이 막힐 것이다. 만일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면 하느님의 뜻이라고 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러면 다시 왜 하느님의 뜻이 그렇게 되었냐고 물으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로가 동의할 수 없는 갖가지 답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묻는다면 모든 궁극적인 질문은 결국은 개개인의 철학이나 인생관에 따라 답이 다를 수밖에 없다.

물리학도 궁극에 가서는 철학이라고 한다. 아직 실험할 수 없고 검증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철학과 상상력이 동원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물질의 최소 단위나 우주는 무한한가? 유한한가? 하는 질문에는 물리학, 우주학도 아직은 대답을 명확하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의학도 마찬가지이다. 왜 인간은 오래 살려고 하는가? 왜 인간은 병에 걸리는가? 이런 처음의 질문에는 답하기가 쉽다. 식중독은 독이나 세균 감염으로 생긴다. 그리고 우리 인간은 이런 세균을 악마로 표시한다. 어린아이를 교육하기 위한 비디오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는 세균이나 파리, 모기를 악마로 그려 놓은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어린아이가 만일 “왜 세균이나 파리, 모기는 우리를 괴롭히는 건가요?”라는 질문을 한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사실 파리나 모기, 세균의 입장에서는 단지 살기 위해 본능이나 혹은 유전자(DNA)의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뿐이다. 오직 인간의 입장에서 해롭기 때문에 우리는 악마로 규정하거나 나쁜 것으로 보는 것이지, 질병이나 질병의 원인에는 선악의 개념이 없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자연과학이나 자연과학에 기반한 의학에는 선악의 개념이 없다. 다만 의학은 인간에게 해로운 것과 이로운 것을 구별할 뿐이다. 바로 여기에 의학과 사이비나 돌팔이들의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마치 어린아이에게 세균이나 파리 모기를 악마로 묘사하듯이, 질병을 악마로 묘사하고 설명한다면 이는 사이비나 돌팔이일 가능성이 많다.

이러한 태도는 특히 신앙치료에서 흔하다. 대부분의 신앙치료를 보면 질병을 악마로 간주하거나 귀신이나 악마, 혹은 빙의나 조상을 잘못 섬겨서 생긴 것으로 설명한다. 조금만 생각해도 이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지 않은가? 모든 생명체는 병이 든다. 인간이 아닌 생명체가 병드는 것은 신앙치료사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를 불교에서는 인간의 고통을 생로병사로 표현했다.

다시 말해 인간과 살아있는 생명체는 나고, 병들고, 늙고 죽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생자필멸, 살아 있는 것은 반드시 죽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 걸음만 더 생각한다면 생로병사는 인간과 모든 생명체가 필연적으로 겪어야 할 운명인 것이다.

철학과 종교도 이러한 상식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자기를 믿으면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다고 주장하던 한 종교의 교주가 최근 사망했다. 사망한지 며칠이 지나서도 부활하였다는 소문이나 언론 보도가 없고 남을 영원히 살게 하겠다던 그 종교의 교주도 자기조차 영원히 살지 못했으니 그 종교를 믿던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참고로 이런 종교의 교인들의 대다수는 믿음을 버리지만 소수는 오히려 더 강력하게 교리를 합리화한다고 한다.

즉 죽었지만 오직 육체만 죽은 것이고, 죽은 것처럼 보이는 것은 교인들의 신앙심을 실험하기 위한 것이라는 등으로 합리화해 자기들의 믿음을 강화한다고 한다.

삶과 죽음에 대한 올바른 상식과 철학이나 인생관, 종교를 갖지 못한 사람들의 비극이 바로 여기에 있다.

올바른 치료 대신 사이비나 돌팔이 치료를 받으면서 생명수를 마시면 살 수 있다거나, 근거 없는 건강 식품의 광고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올바른 의학 상식과 인생관, 종교, 철학이 함께 필요하다. 생로병사를 인간의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사이비, 돌팔이 치료에 몸을 맡기지 않을 것이다.

김승열 / 강릉 동인병원 응급의학과장,
영동 응급의료 정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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