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의 소금과 어린이 고협압 관계
과자의 소금과 어린이 고협압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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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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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유머 하나. 강도, 살인, 강간 등 심각한 범죄자들을 조사해보니 어떤 특정 물질을 반드시 섭취한 것이 드러났다. 최소한 범죄 행위를 하기 전 24시간 내에는 반드시 이 물질을 섭취했다는 것이다. 이 물질을 섭취하지 못하게 하면 어떻게 될까? 이 물질은 무엇일까? 답은 물이다.

원래 유머는 아주 길다. 그리고 답은 물이 될 수도 있고, 쌀이 될 수도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께서는 아마 그냥 웃거나 허무 개그로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과학과 의학에는 이런 류의 주장이 상상외로 많다. 이를 통계와 과학 연구에서는 인과 관계, 연관 관계, 상관 관계에 있어 오류라고 하며, 이런 류의 주장은 사이비와 돌팔이들이 흔히 사용하는 것이지만, 전문 과학자나 기자들도 흔히 범하는 오류의 하나다. 과학적 사고 방식, 즉 과학적 방법론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어쩔 수 없이 범하게 되는 오류의 하나다.

고기를 주기보다는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라면 단순한 과학적 지식보다 더욱 더 필요한 직업이 학자와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인 기자일 것이다. 왜 과학적 지식과 함께 과학적 방법론이 필요한지 인과관계, 상관관계에 있어 오류를 범하는 대표적인 예를 하나 들어본다.

2004년 7월 초의 모 중앙일간지에 영양학 교수의 말을 인용한 어린이 고혈압과 과자류의 소금과다에 대한 글이 실렸다. 요약하면 최근 어린이 고혈압이 많아진 원인은 과자
에 소금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연 어린이 고혈압의 원인이 과자에 많은 소금이 원인일까? 소금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과학 연구에서 어떤 두 가지 사항, 예를 들어 과자의 소금과 어린이 고혈압과의 관계에서 두 가지가 인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다른 변수를 제외하고 원인과 결과임을 입증하면 된다. 그러나 인과관계를 부정하기는 아주 어렵다.

예를 들어 은하계에 지구 외에 다른 혹성에 다른 생명체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어떤 혹성 하나에만 생명체가 있음을 확인만 하면 입증이 된다. 그러나 은하계에 지구 외에 생명체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모든 혹성을 다 조사해서 없음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수백억개의 혹성을 일일이 다 조사해야만 한다. 설령 모두 다 조사해서 없다고 해도, 반대론자들이 혹시 빼먹고 조사하지 않은 혹성이 있을 가능성을 말하면, 이도 완전히 부정하기 어렵다. 이와 같이 긍정적인 주장의 입증과 부정적인 주장의 입증은 그 어려움이 엄청난 차이가 있고, 이를 이용해서 아니라는 주장을 할 수 없으므로 맞다는 주장을 하는 사이비나 돌팔이들이 엄청나게 많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과연 어린이 고혈압과 과자의 소금과는 관계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대다수의 보통 어린이에게는 관계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소금이 고혈압의 주범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현재 의학계에서는 부정적인 주장이 강해지고 있다.

그 이유는 정상인이라면 소금이 과다해도 인체는 과다한 소금을 체외로 배출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일시적으로 소금이 혈압을 높일 수 있을지 몰라도, 지속적으로는 혈압상승과 관련 여부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다. 물론 소금을 정상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신장 계통의 질환이나 뇌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소금 과다 섭취는 치명적으로 혈압을 높일 수도 있다.

하지만 소금은 독이 아니다. 독이 아니라는 것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정상적인 정도로 섭취하는 정도라면 인체는 과다한 섭취라 해도 충분히 우리 몸에 해가 되지 않도록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소금은 해로울 가능성이 있다. 없다고 주장하기는 아주 어렵다.

그러나 어린이 고혈압의 모든 가능한 원인을 생각해보지 않고, 오랜 옛날의 상식, 즉 소금이 고혈압의 주범이라는 상식에만 입각해서 어린이 고혈압의 주원인이 과자의 소금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무척 위험한 단정이다.

각종 기사나 광고, 특히 사이비와 돌팔이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과학적 방법론을 알 필요가 있다. 현재에도 잘못된 기사와 광고들이 수많은 독자들을 속이고 있다.

<강릉 동인 병원 응급의학과 과장, 영동응급의료정보센터 소장 designtimesp=26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