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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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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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스스로를 회의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의사다. 회의주의란 일반적으로 염세주의 비슷하게 아무것도 확실한 것은 없기에 세상을 약간은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란 뜻으로 쓰여지지만 과학에서는 전혀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

증거와 증명 없이는 판단을 유보하는 태도를 말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는 기, 한방치료, 신앙치료에 대해 의심하거나 유보하는 태도를 말한다.

하지만 과학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일반적인 오해가 있다. 바로 과학은 절대적이라는 오해다. 또 과학자들은 과학을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는다는 오해도 있다. 이런 오해는 한편으로는 옳지만 궁극적으로는 틀린 것이다.

과학자, 과학자 중에서도 회의주의자들은(대부분의 과학자들은 회의주의자일 것이다.) 과학적 방법론을 현재로서는 가장 올바른 자연과 자연의 법칙을 알아내는 방법이라고 믿지만, 현재와 미래에도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이나 법칙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지 않는다. 쉽게 말해 어떠한 것이 절대적인 진리라고 믿는 것은 종교와 신앙이며, 과학은 이와 반대로 어떠한 것도 절대적인 진리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비와 돌팔이들은 자기의 이론을 옳다고 우길 때, 과학과 과학자들, 의사들이 과학을 절대적으로 믿는다고 적반하장격으로 공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들은 과학 외에 또 다른 과학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또 다른 과학을 주장하는 사람이라면 과학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이비, 돌팔이라고 보아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증거와 증명 없이 믿는 것은 신앙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신앙은 절대적이다. 대부분의 종교에서 교리에 대한 의심은 거의 최고의 죄다. 삼위일체를 부인하면 여지없이 이단으로 규정하는 것이 기독교이며, 불교에서도 성불을 위해서는 석가여래의 깨달음을 절대적으로 믿어야만 가능하다고 한다. 이와 같이 과학은 종교, 혹은 사이비나 돌팔이들의 또 다른 과학과는 양립이 불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도 여기에서 또 다른 오해가 생길 수 있다. 과학은 종교를 부정한다는 오해다. 하지만 과학은, 다시 말해 참된 회의주의자는 종교를 부정하지 않는다. 물론 종교를 긍정하지도 않는다. 과학은 종교를 판단하지 않는다. 물론 종교의 과학에 대한 주장에 대해서는 판단한다.

예를 들어 기독교의 성경에는 하루동안 해를 멈추게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일부 광신적인 신자들은 이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연구를 해보니 수천년 전에 하루동안 해가 하늘에 머물러 있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오늘날의 과학 상식으로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주장이지만(하루동안 해가 머물러 있다면-다시 말해 지구가 하루, 아니 한 시간이라도 공전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만을 생각하더라도 이것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주장인지 알 수 있을것이다.) 아직도 이를 믿는 신자들도 적지 않다. 이럴 때 과학은 종교에 대해 그 주장의 옮고 그름에 대해 말하기는 한다. 그럼에도 과학과 종교가 양립이 불가능하다고 한 것은 오직 과학의 대상에 대해서 만이다.

과학은 오직 물질과 물질 사이의 법칙만을 대상으로 한다. 물질을 초월한 현상(예를 들어 신, 영혼, 깨달음, 사후 세계 등)에 대해서, 그리고 물질에 대한 의미 부여는 과학의 대상이 아니다. 다시 말해 회의주의자라 할지라도 신과 영혼을 믿을 수가 있다. 물질과 물질사이의 관계가 아닌 것에 대해 과학은 판단을 하지 않는 것이다.

수많은 사이비와 돌팔이들의 공통점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과학에 대한 왜곡이다. 자기의 주장을 절대화하면서 온갖 교묘한 논리로 사람을 속이는 것이다. 이는 광고와 선전도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보면 광고도 비슷하게 사람을 속이는 것이기도 하다.

속지 않기 위해서는 과학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어떤 주장의 가치를 판단할 최소한의 지식도 필요할 것이다.

김승열 / 강릉 동인병원 응급의학과 과장, 영동 응급의료정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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