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행사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
[기자수첩] 행사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07.11.12 0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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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열린 '2007 제4회 전력기술진흥대회 및 전기인의 날' 행사는 자못 흥미롭게 진행됐다.

4000여명에 달하는 전력기술인들은 진지했고, 이어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치러진 '제5회 전기인 한마음 대회' 역시 힘찬 응원과 웃음속에 펼쳐졌다.

그러나 기자의 마음속에 못내 지워지지 않는 한가지 아쉬움은 이날 모습을 드러낸 일련의 정치인들이다.

이날 행사에는 모 대선후보를 대신한 국회의원을 비롯해 후보자 2명 등 17대 대선 예비후보들이 귀빈 자격으로 참석했다. 주최측에서 초청을 했는지, 아니면 자신들이 알고 참석을 요청했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그들에게 4000여명이 참가하는 이같은 자리는 자신들을 표출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일 것이고, 참석 자체만 본다면 그리 흠잡을 일이 아니다. 또 대부분의 행사에는 정치인들이 내빈 자격으로 초청되고 있다.

하지만 기자의 눈살이 찌푸려졌던 이유는 그들의 참가 목적과 행사 목적이 일치하지 않았다는, 즉 그 자리에 참석해 치사나 축사-그것이 주된 목적이었기에-를 한다면 전력기술인들에 합당한 공약 등을 제시했어야 하지 않았겠느냐는 생각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전기 역사는 지난 1887년 경복궁 건청궁에서 시작된다. 그때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고 해방 후로만 본다 하더라도 50년이 넘는다.

그간 우리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면서 이제는 국내 전력시장의 포화를 걱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전력기술인들의 노고가 밑받침이 됐음은 물론이며, 그들이 지금보다는 더 합당한 대접을 받아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자가 아무리 귀를 기울여보아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좀 더 사실적으로-격렬하게- 기술하자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하나마나 한 소리'에 머물렀다. 공약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내빈중 한명은 자신이 대독해야 할 치사를 하지 않고 자리를 뜬 것으로 기억된다.

'언제 대통령 덕에 살았나'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시대가 됐기는 했어도, 아직까지 그들이 꿈꾸는 자리는 국내 최고 권력자의 위치다. '얼굴 마담'이 아니다.

어느 행사나 행사의 목적이 있는 법이다. 이제 행사장에 어울리지 않은 사람을 행사장에서 보고 싶지 않다. 이는 물론 내빈들을 초청하는 주최측도 숙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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