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8] 좋은 에너지, 나쁜 에너지
[제언-8] 좋은 에너지, 나쁜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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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2.1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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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도 / 주(駐) 제네바 대표부 공사참사관
▲ 문재도 / 주(駐) 제네바 대표부 공사참사관
90년대 초 천연가스 전국배관망 사업이 한창이던 시절이다. 이 사업은 경제성과 정부 재정 사정을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추진되었는데 배관망 건설에서 우선순위가 다소 밀린 지역 출신의 정치인이 자기 지역은 도시가스 원료로 '좋은 천연가스' 대신에 '나쁜 LPG(액화석유가스)'를 준다며 지역차별하는 게 아닌지 강하게 반박한 적이 있었다.

배관망 사업은 평택과 인천 같은 해안에 인수기지를 건설하고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특수선으로 도입한 극저온의 액화가스를 다시 상온에서 천연가스 상태로 전환하여 배관망을 통해 전국 소비지로 보내는 프로젝트이다.

그런데 천연가스로 통칭되는 LNG와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LPG는 탄화수소 물질로 근본에 큰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늦게 보급되기 시작한 LNG가 천연가스란 보다 좋은 이름을 받고 일반인에게도 한 단계 질 좋은 에너지로 인식되는 것은 다소간의 마케팅 전략이 가미된 후발 주자로서의 장점이라 생각된다.

이처럼 언어가 일반인에게 주는 인식이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다 준 사례는 다른 데서도 찾을 수 있다.

어느 고등학교 교과서에 김재철 동원산업 회장께서 초기 참치 원양 어업에 대해 쓴 글이 생각난다. 60, 70년대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참치가 생소한 어족이었고 학명으로는 '가다랭어'였다고 한다. 그런데 남태평양 원양어선으로 이 고기가 잡아보니 돈도 되고 맛도 좋아 참치라고 붙였는데 이제는 '가다랭어'보다 참치가 보다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한다.

사실 모든 에너지는 인류에게 빛과 문명을 안겨주었다는 점에서 좋은 에너지이다. 동시에 각자 나름대로의 단점을 가지고 있어 인류가 잘못 다루면 나쁜 폐해를 부산물로 안겨주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다양한 에너지원을 쓰면서 에너지별로 생산이나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부작용을 없애거나 최소화하는 적절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앞에서 예로든 LNG도 보급 초기에 경쟁 연료에 비해 좋은 에너지로 인식되었었지만 90년대 중반의 대형 폭발 사고로 인해 다른 에너지와 마찬가지로 위험한 에너지로 받아들여지게 되었고 안전관리 노력도 강화되었다.

원자력발전소도 우리나라에서 초기에 첨단 에너지를 생산하는 국가기간시설로 모든 지역이 유치에 적극적이었으나, 체르노빌 사고 이후 방사성 피폭 위험에 대한 우려로 기피시설로 전락하는 롤러코스터 신세가 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거기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위상 또한 국민 경제에 크게 공헌한 첨단 기술자에서 신·재생에너지 등 소위 '좋은 에너지' 보급을 반대하는 사람들처럼 일부 비쳐지기도 한 시절이 있었다.

모든 에너지가 잘 이용되면 인류에게 편리함과 풍요로움을 가져다준다. 그런데 이용이나 관리 시스템의 미흡으로 인해 자칫 나쁜 에너지로 비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선입관을 버리고 모든 에너지가 시장에서 편익과 비용에 상응하는 적절한 대우를 받도록 세제나 지원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시도가 추진되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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