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스위스 에너지 정책이 시사하는 바는?
[특별기고] 스위스 에너지 정책이 시사하는 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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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4.14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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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도 / 주(駐) 제네바대표부 공사참사관
에너지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미래선택
- 스위스 에너지 정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고유가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에너지가 세계 각국의 경제에 주는 파급효과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인구 746여만 명이 사는 작은 나라 스위스에서도 에너지는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경제생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대부분의 화석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면서도 이들이 고유가와 지구온난화라는 범지구적 과제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안다면 우리의 미래 대응 노력에 좋은 시사점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스위스 프랑화는 왜 계속 오를까?

금년 들어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3개월 연속 적자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무역수지가 1월에 37.9억달러, 2월에 12.5억달러, 3월에 6.7억달러로 계속해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국제 원유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함에 따라 국내 원유 도입 단가가 3월 들어 전년에 비해 60%나 높아져서 두 자릿수의 높은 수출 증가율에도 불구하고 흑자로 반전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지난 몇 년간은 원유가격이 올라도 국내에서 원유를 정제하여 생산한 석유제품의 국제가격 상승으로 인한 석유제품 수출의 급증과 중동지역의 기록적인 플랜트 수주 증가 등으로 이를 만회하여 왔으나 이제는 다소 힘겨워 보인다.

이런 현상들이 반영되어 환율이 3월에 1달러당 1000원을 훌쩍 넘기도 하였다. 특히 국제원유가 상승과 원화 환율 상승이란 이중고가 국내 휘발유 소비자가격을 계속해서 올리고 있다. 정부의 석유류에 대한 특별소비세 10% 인하조치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가격이 다시 상승하니 서민이나 정책당국의 어려움은 가히 짐작할 만하다.

이에 반해 스위스 프랑화는 금년 3월 들어 사상 처음으로 미화 1달러 대비 1.0프랑 미만으로 하락하는 사상 초유의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스위스는 국내총생산(GDP)대비 무역액 비중이 2005년에 83.1%로 우리나라의 69.3%보다도 높은 대외 무역의존 국가이다. 따라서 국제경쟁력 유지 차원에서 프랑화의 초강세 현상은 그리 바람직스런 현상이 아니다. 지난해 10월12일 대미환율이 1.1852프랑이었는데 금년 3월17일에는 0.986까지 하락하였으니 반년 남짓한 짧은 기간 동안에 20% 가까이 프랑화 가치가 급등한 것이다. 아마도 많은 스위스 기업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고, 장기적으로 비용저감을 위한 구조조정이나 공장의 해외 이전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에 대한 스위스 국민의 불만이나 우려를 다루는 언론 보도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처럼 스위스가 고유가와 미 달러 환율 하락이란 지구적 현상에서 남들보다 상대적으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산업의 경쟁력과 에너지 소비구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첫째, 스위스 산업은 주력수출 분야인 정밀기계 및 전자(독일에서는 MEM산업), 화학, 시계 등이 총 수출액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제품들은 정밀도와 품질, 브랜드 가치에서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을 달리고 있다. 화성탐사장비인 Pathfinder의 소형엔진을 스위스 Maxon사가 만들었고, 볼펜의 정밀도를 결정하는 팁(tips)의 90% 이상이 스위스산 기계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세계적인 초고가의 시계들이 대부분 스위스 제품이다. 아직까지 가격경쟁력에 많이 의존하는 우리 주력 제품과는 달리 환율 강세에 따른 국제가격 상승 압력에도 불구하고 상당기간 이들 스위스 제품의 국제 시장 점유율은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다.

둘째, 스위스는 석유, 가스, 석탄 등 대부분의 에너지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2004년 기준으로 에너지 수입이 전체 수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 미만이어서 급격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이 크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스위스 프랑화가 강세를 유지함에 따라 국제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휘발유 소비자 값은 리터당 1.7~1.8 프랑에서 안정되어 있다. 산업부문의 에너지 소비가 20%로 우리나라의 55.4%에 비해 매우 낮은 에너지저소비형 산업구조가 기록적인 국제 고유가 상황에서도 스위스 경제의 안정을 가져오는 핵심 요인으로 평가된다.


오염 없는 에너지 공급

스위스하면 맑은 공기와 알프스로 대변되는 깨끗한 자연 환경이 우선 떠오른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 5만3686달러(2004년)로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자연과 이를 이용한 관광산업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스위스는 2006년 기준으로 관광산업을 통해 125억 프랑을 번 대신, 스위스 사람들이 외국 여행에서 지출한 금액이 111억 프랑으로 흑자 규모가 크지 않으며, 이는 시계 한 품목에서 매년 160억 프랑을 수출하는 것을 고려하면 그리 큰 금액은 아니다.

오히려 제조업에 종사하는 인구비중이 2006년에 23.8%에 달할 정도로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더구나 스위스는 교토의정서에 비준을 한 국가로 201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하여 10% 이상 감축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스위스의 에너지 소비는 2005년에 1.6% 증가하였으나, 2006년에는 오히려 0.5% 감소하는 등 성숙단계에 접어들어 있다. 한편 수송부문의 에너지 소비비중이 32.9%에 달해 우리나라의 21.1%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어서 최종에너지 소비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도 56.1%로 매우 높다. 그리고 석탄은 20세기 초반에는 소비 비중이 70%에 달할 정도로 주요한 에너지였으나 이제는 시멘트와 유리공장에서만 일부 사용하여 그 비중이 1% 미만으로 떨어져 있다. 전력은 소비가 현재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풍부한 수력을 활용하여 60% 정도를 공급하고 35%이상을 5개의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하여 충당하고 있다.

그러면 스위스 경제에 필요한 에너지의 안정공급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스위스 국민은 어떠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일까?

스위스 정부는 2001년에 에너지 효율 향상과 신재생 에너지의 획기적인 보급을 위한 국가에너지 프로그램(Swiss Energy)을 수립하여 2010년까지 화석연료 소비를 2000년 대비 10% 이상 줄이고, 전력 소비 증가를 5% 미만으로 억제하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0년 대비 10% 이상 줄이기로 하였다. 또한 전력과 열 생산에서 각각 5%, 3%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기로 목표를 정하였다.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에너지 효율형으로 건물을 개조하는데 매년 2억 프랑 정도를 재정지원하고 있으며, 전기기기, 열계통 및 전기모터 제품에 최소에너지효율 기준을 설정하고, 수송부문에서 에너지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계획이다.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우리와 마찬가지로 신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전력회사에서 의무 구입토록 하고 원가 차액을 재정으로 보전해주고 있다. 그러나 대형 수력을 제외한 신재생 보급율이 2006년에 7.8%로 EU 평균인 8.5%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수송용 바이오 연료를 1996년부터 보급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활발한 바이오디젤이 전체 경유 사용량의 0.5%에 불과하여 아직은 초보 상태이다. 최근 들어서는 바이오 연료의 생산과정에서 산림훼손에 따른 환경파괴, 비료 사용에 따른 추가적인 부담까지 감안하면 이의 환경 개선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국제적인 여론에 따라 정부가 세제감면 기준을 오히려 강화할 계획으로 있어 단기간에 획기적인 보급 확대가 예상되지는 않는다.

이에 따라 꾸준히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비하여 원자력과 천연가스 발전소가 미래의 친환경적 에너지 안정공급을 위한 선택으로 재차 부각되고 있다. 특히 원자력은 1998년에 가동 중인 5개에 대해 폐쇄 방침을 확정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으나, 2003년에 이를 철회하였으며, 2007년에는 신규원전 건설을 미래의 선택 가능한 옵션으로 정부 에너지 정책에 포함하였다.


스위스를 통해 바라본 우리나라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스위스를 통해 어떠한 점을 배울 수 있을까?

첫째, 에너지공급을 해외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 해외자원개발 노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하겠지만 공급 확대 노력만으로는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 구조 달성에 한계가 있다. 스위스가 우리와 비슷한 제조업 인구 비중을 가졌음에도 산업부문의 에너지 소비 비중이 우리의 55.4%에 훨씬 못 미치는 20%에 불과한 점을 감안할 때 에너지저소비형 경제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효율 향상 및 산업구조 개선 노력이 병행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둘째, 에너지 소비가 성숙되더라도 고급에너지인 전력의 소비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다. 최근 수도권에 신도시 조성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공장 규제 완화 조치가 가시화될 경우 수도권의 전력 소비는 여타 지역에 비해 급속히 늘어날 것이다. 석탄, 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소 건설은 수도권 대기오염 강화 조치로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원거리 송전선로 건설에 따른 비용 증가나 민원 문제를 감안하면 대형 원자력발전소를 수도권에서 먼 해안에 건설하여 전력을 송전해 오는 기존 방식도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수도권 내륙은 어렵더라도 인근 도서 지역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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