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12] 유가 130달러 '에너지전쟁' 시대
[제언-12] 유가 130달러 '에너지전쟁'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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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6.0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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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도 / 주(駐) 제네바대표부 공사참사관
200달러 상승설

국제유가가 130달러를 상회하면서 일각에서는 머지않은 장래에 150달러를 넘어 200달러 시대를 점치기도 한다. 유가가 50달러를 넘나들자 골드만삭스가 100달러를 상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을 때 다소 과장된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우세했었는데 이제는 '200달러 상승설'에도 대비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 대선에서도 높은 유가가 큰 관심사이다. 우선 물러나는 부시 대통령에 대해 국제유가 안정을 위해 노력하라는 민주당의 정치적 반격이 만만치 않다. 사실 부시 대통령이 2000년 선거 유세에서 유가가 30달러를 넘나드는데도 클린턴 대통령이 산유국에 제대로 말도 못하고 끌려만 다닌다는 비판을 했었으니 인과응보 성격도 짙다. 지난 5월 중순 부시 대통령이 중동지역을 방문했을 때 사우디에 산유량을 늘려줄 것을 주문했지만, 현재 석유가격 상승은 공급이 아니라 투기수요 등 소비 측면의 문제이기 때문에 대규모 증산을 하기 어렵다는 차가운 대답을 들어야 했고, 당시 국제 석유 가격이 오히려 치솟았으니 딱할 노릇이다.

미 의회에서도 그냥 있을 수만 없었던지 4월과 5월에 엑슨 모빌 등 메이저 회사의 최고 경영진을 불러내어 청문회를 열었지만 시원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들은 현재의 대규모 이익도 매출액 대비 이익률로 따지면 타제조업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향후에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악화되는 채굴여건 등을 고려한 대규모 투자 자금이 필요한데 이 정도 이익은 합당한 것이란 설명만을 들어야 했다. 급기야 석유시장에서 투기세력의 시장 조작 혐의가 있었는지 감시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하니 미국정부로서도 이만저만한 고민이 아니다.

그럼에도 미국의 휘발유 값이 갤런당 4달러 가까이지만 리터로 환산하면 1달러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에 불과하니, 2000원 언저리의 소비자 가격을 부담하고 있는 우리나 유럽, 일본의 소비자에 비해서는 아직 싸게 기름을 쓰고 있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수요와 공급 법칙

국제 유가가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상승하는 것은 중국, 인도 등 신흥 개도국의 수요증가라는 탄탄한 수요기반에 비해 산유국의 공급능력은 점점 타이트해지는 근본적인 시장 상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다보니 여기에 투기 세력이 활동할 여지도 생기고, 메이저 회사들의 담합 의혹도 제기되는 것이다. 논란이 된 금융회사, 메이저 모두가 과거에도 국제시장에서 주요 플레이어였음에도 이 같은 고유가 상황이 오지 않았던 것은 당시 석유시장 수급 상황이 여유가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한편 지난 70년대 석유파동과 차이가 있는 것은 당시에는 국제석유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소위 산유국과 소비국 정부간 거래가 보편화되었기 때문에 중동지역의 금수 조치로 물량 자체를 구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국제 석유 시장이 형성되어 가격 조절 기능이 작동하므로 높은 가격을 내면 물량은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역시 석유 수입의존도가 높은 동아시아지역 국가들이다. 우리나라도 금년 1/4분기에 에너지 수입금액이 총수입에 차지하는 비중이 80년 당시의 30% 수준에 달하였으니 경제 운용에 노란 불이 켜지는 것도 당연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증산에 소극적인 산유국이나 국제투기세력, 정유회사의 독과점 구조만을 탓하고 있을 수는 없다. 사실 세계적인 현고유가 상황에 그대로 노출되도록 에너지다소비 경제구조를 운용해온 우리 자신의 과거 행동이 가장 비난받아야 할 큰 요인이란 자기반성도 필요하다.


장단기 '병렬대책' 필요

이런 상황에서 현재의 고유가 상황을 대응하는 대책은 소위 장단기의 '병렬대책(Two Track Approach)'을 취할 수밖에 없다.

현재 고유가가 전 지구적 현상이며 선진국에서도 가격안정을 위한 단기대책에는 신중한 상황임을 감안하여, 보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에너지안정 공급능력 확보, 원전 추진, 신재생에너지 개발, 에너지 효율 개선 노력 강화와 같은 장기대책의 고삐를 당기는 기회로 삼아야겠다. 고유가로 인해 최저 생활 자체가 위협받는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 정책적 차원에서 배려는 지금 당장 모색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사회 대책에는 막대한 신규 재원이 소요되고, 한번 시작하면 거두어들이기 힘든 불가역적 특성을 감안하여 지원이 꼭 필요한 부분에 가도록하는 정책의 유효성 제고 노력이 배가되어야 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책임 있는 에너지 정책의 근본요소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다만 그 저변에 깔린 엄청난 정치가 무시무시한 것이다"라고 이야기한 70년대 미국 포드 정부* 당시 대통령 에너지보좌관을 한 프랭크 자브의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에너지 정책 시행과정에서 각 경제주체들이 부담을 지지 않으려는 엄청난 정치적 저항을 극복하고 인기없는 대책을 추진하는 꾸준한 노력 없이는 지금의 ‘에너지전쟁’을 항구적으로 극복할 경제구조를 건설하기 어렵다.

※주 : 포드 정부는 미 역사상 인기없는 정권으로 알려져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원전건설 등 석유의존도를 낮춘 에너지시스템을 정비한 대통령으로 재평가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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