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승강기 범죄예방 내부환경 개선이 중요
[기고] 승강기 범죄예방 내부환경 개선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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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8.1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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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석 /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장
최근 엘리베이터 내부에서 발생하는 성범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특히 우려가 되는 것은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나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많다는 것이다.

사실 엘리베이터는 꽤 많은 사각지대를 갖고 있다. 사람들의 시선이 잘 머물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는데다, 내부도 흐릿한 조명과 폐쇄된 분위기가 대부분이다. 오래된 아파트나 건물의 경우 이동 중 또는 멈출 때 '덜커덩' 하는 소리가 나면 왠지 모를 공포감마저 든다.

요즘 엘리베이터 안에서 발생하는 범죄들 역시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다. 절도나 퍽치기는 이제 흔한 일이고,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 성추행을 하거나 사람들이 꽉 찬 옴짝달싹할 수 없는 때에도 이성의 몸을 더듬거나 비비는 성추행 범죄도 자주 경험하는 유형들이다. 간혹 앙심을 품고 피해자를 기다리다 삽시간에 흉기를 휘둘러 사람을 크게 다치게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어린이 유괴, 성폭행 심지어는 살인까지도 발생한다.

일련의 범죄 발생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릴 때 여러 사람들과 같이 이동하고, 탑승 전에 한번쯤 엘리베이터 주변을 살피고, 낯선 사람들을 조금은 경계하고 범죄자들이 노리는 시간대는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이 같은 일들은 현실에선 실천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현대들에게는 일상생활의 하나처럼 되어버린 승강기를 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경각심 없이 무심코 타고 내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엘리베이터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독 엘리베이터범죄가 빈발하는 장소가 있는데 이는 엘리베이터 설치장소가 잘못되었거나 엘리베이터 내외에 방범장치가 허술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건축설계사나 건축주가 건축물의 활용공간만 극대화하다보니 정작 중요한 엘리베이터가 한쪽 구석의 으슥한 공간에 배치된 경우가 종종 있다. 어쩌면 엘리베이터는 그저 오르내리기만 하면 된다는 인식이 범죄자를 증가시킨 원인인지도 모른다.

▲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주는 메시지

미국 범죄학에서 연구되고 정리된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입증한 실험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적지 않다. 1969년 '스탠포드 대학'의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치안이 비교적 허술한 골목을 골라 두 대의 자동차를 보닛(차량 앞쪽의 엔진룸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는 덮개)을 열어놓은 채로 1주일간 방치해 두었다. 다만 그 중 한대는 보닛만 열어놓고, 다른 한 대는 고의적으로 창문을 조금 깬 상태로 놓았다.

일주일 후, 두 자동차에는 확연한 차이가 나타났다. 보닛만 열어둔 자동차는 일주일간 특별히 그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차의 유리창을 깬 상태로 놓아둔 자동차는 그 상태로 방치된 지 겨우 10분 만에 배터리가 없어지고 연이어 타이어도 전부 없어졌다. 그리고 계속해서 낙서나 투기, 파괴가 일어났고 일주일 후에는 완전히 고철 상태가 될 정도로 파손되고 말았다.

이 실험을 근거로 미국의 뉴욕시에선 지하철 흉악 범죄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낙서를 철저하게 지우는 것'을 제안했다. 낙서가 방치되어 있는 상태는 창문이 깨져있는 자동차와 같은 상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뉴욕시의 교통국에선 이 제안을 받아들여서 치안 회복을 목표로 지하철 치안 붕괴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낙서를 깨끗이 청소했다.

이후 뉴욕시의 지하철 치안은 어떻게 되었을까? 믿기 어렵겠지만, 그때까지 계속해서 증가하던 지하철에서의 흉악 범죄 발생률이 낙서 지우기를 시행하고 나서부터 완만하게 되었고, 1994년에는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고 한다.

뉴욕시의 결과에서 봤듯이 엘리베이터 내부환경이나 디자인을 변경하는 것은 범죄실행을 어렵게 하거나 또는 범죄의 불안을 감소시키기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예를 들면 엘리베이터에 이르는 시원한 진입로, 사각지대를 최소화한 설계, 조도가 높은 엘리베이터 내외부, 방범용 호출기나 최근 법으로 의무화된 CCTV의 설치, 기타 엘리베이터 내부를 감시할 수 있는 장치들이 바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들일 것이다.

만약 이같은 방법이 어렵다면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 질 것 같은 예술작품 하나를 엘리베이터 안에 걸어 놓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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