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16] 세계 석유시장도 손질할 때가 된 것인가?
[제언-16] 세계 석유시장도 손질할 때가 된 것인가?
  • 에너지데일리
  • webmaster@energydaily.co.kr
  • 승인 2008.10.31 1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재도 / 주(駐) 제네바대표부 공사참사관

세계 석유시장 현황

월가를 초토화시킨 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장기 침체에 돌입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인 가운데, 국제 원유가격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불과 3개월 전에 배럴당 147달러를 넘어서자 곧이어 200달러를 상회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는데, 이제는 6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서 50달러가 깨지는 것도 시간문제처럼 보인다.

올해 초 부시 미국 대통령이 중동 산유국을 방문해 증산을 요구하고, 사우디가 OPEC 합의 이상으로 증산을 단행해도 거침없이 오르던 유가가 며칠 전에 OPEC이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무려 150만배럴이나 감산을 하기로 결정했음에도 하락하고 있다.

한편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국제유가의 안정을 위한 리더쉽 발휘 차원에서 사우디 국왕, 리비아 카다피 수반 등 주요 산유국과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소비국의 정상을 12월에 런던으로 초청하여 세계정상회의를 개최하려 했으나, 이제는 슬그머니 격을 낮춰 장관급 회의로 조정 중이라 한다. 그야말로 금융위기의 쓰나미 앞에서 석유시장을 논하는 것이 한가로워 보일 정도이다.


그간의 석유시장 평가

1970, 1980년대 초 1, 2차 석유파동 때만 해도 석유거래가 메이저 손에서 산유국 정부 손으로 넘어 가면서 국제석유시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거래가 정부간 양자거래로 이뤄졌고, 그러다보니 일부 지역에서 원유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 국제사회 모두가 원유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었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1980년대에 뉴욕, 런던 등 주요 거래소에 국제 석유 현물, 선물 시장이 개설되었고, 국제 원유거래 가격도 자연스럽게 현물시장 가격에 연동되는 등 국제석유시장이 형성되었다. 그 후 여러 차례의 지정학적 돌발 사태에서도 원유 공급은 차질이 없이 이뤄져 비교적 성공적으로 작동되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국제 석유수요가 급증하는데 여유 공급능력이 줄어들어 수급사정이 어려워지자 시장에 투기자본이 합세하면서 가격을 급등시켰다. 석유시장이 공급 차질 문제는 완화시켰지만 수요와 공급의 비탄력적인 특성을 이용한 투기 세력의 활동여지를 키운 문제가 노출되었다. 또한 가격이 상승하면 당연히 공급을 늘리기 위한 투자가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주요 산유국들은 오히려 자원 국유화에 앞장서면서 투자를 못하게 하고 가격 인상을 부채질하였다. 따라서 현재의 시장은 거래를 원활하게 하고 수요와 공급이 가격 기능에 의해 조절되어 수급에 안정을 가져오는 본래의 시장 기능을 수행하는데 한계를 보였다.

석유 공급 카르텔인 OPEC의 역할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우 위력적으로 보였지만 요즈음 상황에서는 시장 안정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급격한 가격 변동 상황에서 자국의 경제 운용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사회 불안과 극단주의 세력이 활동할 여지가 커지는 좋지 않은 결과를 우려하는 것 같다.

선진 소비국들의 모임인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역할도 매우 제한적으로 보인다. 전략비축을 확대하고, 2005년 미국 남부를 강타했던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때 비축유 공동방출을 통해 석유 제품 시장의 실질적인 안정을 가져오는 긍정적인 성과도 있었지만 대부분 활동이 석유시장의 예측과 같은 포럼 성격에 치우쳤고 정작 가격 급등 상황에서 공동 대응에는 미흡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한 최근 세계석유수요 증가의 1/3을 차지하는 중국 그리고 인도, 브라질 같은 신흥 개도국이 빠진 상태에서 정책 공조는 실효성을 갖기도 어려웠다.


향후 국제 질서 개편에 적극 동참

부시 대통령은 세계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11월 중순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20개국의 정상을 워싱턴에 초청하여 공동대응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다. 여기서 금융시장의 투명성 제고 및 금융 감독 기능의 강화 필요성, 그리고 IMF, 세계은행 등 국제경제기구에서 중국 같은 신흥 개도국들의 역할 제고 방안 등 소위 45년 세계 2차 대전후 경제 질서를 규정한 ‘브레튼 우즈 체제’의 개편방안이 주로 논의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 석유시장도 비슷한 노력이 기우려질 필요가 있다. 국제 석유시장이 보다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석유거래가 WTO 등 다자무역규범에 보다 완전한 형태로 편입될 필요가 있다. 또한 국제 석유시장에서 투기자본의 활동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필요성에 대한 검토와 석유자원 개발에 투자가 원활히 되도록 자원보유국 투자 제도의 투명성 제고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대책은 소비국 또는 산유국 일방의 노력만으로는 달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산유국과 소비국 간의 협력이 우선되어야 하며, 중국 등 신흥 에너지 대량 소비국이 국제무대에서 경제력에 상응하는 역할과 책임을 지도록 IEA 등 국제에너지기구도 개편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현 위기 상황이 지금까지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내오던 산유국과 소비국간의 공동 대응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자연스럽게 이루도록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이런 국제 노력에 우리가 절대로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 세계 경제가 제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지구촌 전회원국의 합의에 의한 기존의 대응 방식 보다는 주요 국가 간의 행동 계획 중심의 신속한 논의가 활발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우리나라도 여기에 동참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 경제력에 상응하는 책임을 적극적으로 질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명칭 : (주)에너지데일리
  • (우)07220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38길 13-7 주영빌딩 302호
  • 대표전화 : 02-2068-4573
  • 팩스 : 02-2068-45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병훈
  • 제호 : 에너지데일리
  • 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06719
  • 등록일 : 1999-07-29
  • 인터넷등록번호 : 서울 아 01975
  • 등록일 : 2012-02-16
  • 발행일 : 1999-09-20
  • 발행인 : 양미애
  • 편집인 : 조남준
  • 에너지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너지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nergydaily.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