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에너지 기업 미래 준비 나서야
[특별기고] 에너지 기업 미래 준비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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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1.02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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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도 / 주(駐) 제네바대표부 공사참사관
국내·외 경제동향


지난해 11월15일 세계 주요국가의 정상들이 워싱턴에 모여 현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공동보조를 취하고 구체적인 행동방침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새해 세계 경제는 회복의 기미보다는 깊은 침체 가능성을 예상한다.

지난해 11월에 미국의 실업자 증가가 무려 53만3000명에 달한다는 기사를 필두로 금융, 제조업, 유통업체 모두가 감원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 같다. 12월초에 세계적인 광업회사인 Rio Tinto사가 자원 소비 감축에 따라 1만4000명을 해고하기로 했다는 기사도 있다.

시계를 10년 전으로 돌려놓고 장소만 바뀐 우리나라의 1997년 외환위기 상황을 연상시킨다. 미국 자동차 업계 빅3는 우리 자동차 회사의 어려움을 생각하게 하고, Bank of America, CitiBank 등의 감원 소식은 당시 한국을 대표하던 시중은행들의 구조조정을 떠올리게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세계가 주가 상승,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 가치 고평가에 도취되어 소비 규모를 늘리는 등 확대위주로 운영해 왔는데 일순간에 평가이익이란 거품이 사라지자 혼돈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제조업체는 생산과 투자를 줄이는 대신 장기침체에 대비한 현금 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고, 소비자 들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지갑을 꽁꽁 닫고 있다. 경제 성장의 양대 축인 소비와 투자가 당초 기대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가라앉고 있다.

각국 정부도 종전에 경제의 펀더멘탈 운운하며 소비자들과 투자가들의 심리적 안정을 기하려던 노력에서 벗어나 어려움에 처한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구제 금융과 국내 수요 진작을 위한 경기활성화 프로그램 등 보다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년도 세계경제 성장 전망치가 계속해서 하향 조정되고 있어 잘해야 제로 성장에 머물고, 우리나라 성장 전망치도 낮아지고 있다. 우리 성장을 이끌던 수출이 주요시장의 소비 감소로 지난해 11월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는데 국내 소비마저 위축된다면 성장률은 더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주요 경제 예측기관도 현재의 경기침체가 언제까지 지속되고, 주식시장이 언제 회복될지에 대해 선뜻 답을 내지 않고 있다. 그만큼 해외시장 의존성이 큰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고, 우리가 쓰라리게 경험했던 외환위기 때보다도 경기침체가 더 장기화되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


에너지 분야의 세계적인 투자 확대


그러나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도 희망을 가져볼 분야가 있다.

지난 90년말 신흥시장의 외환위기를 세계적인 IT분야의 호황으로 빠르게 극복했었다면 이번에는 세계적인 에너지와 환경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로 이를 극복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선진국, 개도국 막론하고 모든 국가에서 금리인하 조치와 함께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 확대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어 새해에는 세계적으로 경기 진작을 위한 대규모 공공 사업이 적극 추진될 예정이다. 재정 확대에 다소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하반기부터는 각국이 구체적인 행동에 돌입할 것이고 이때 투자의 우선 순위가 에너지와 환경 분야에 주어질 것이 확실하다.

사실 그동안 경제 호황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 대한 투자가 상당히 미흡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국제 원유가격이 배럴당 147달러까지 상승한데는 수요급증에도 불구하고 투자가 부족해서 석유제품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현재의 국제유가 하향 국면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가 회복될 시점에 에너지 가격의 재급등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또한, 이 분야에 대한 투자는 민간에 맡겨서는 충분히 이뤄지기 힘들어 정부 차원의 선도적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에 따라 미국의 새로운 정부는 화석에너지에 대한 의존을 낮추고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책을 보다 가시화할 것이며, 그 일환으로 에너지 효율 개선 및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 갈 것이 기대된다. 벌써 오바마 당선자는 역사적인 불황기에 대비하여 이 분야에 매년 15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여 소위 녹색 일자리(Green Jobs) 창출을 약속하고 있다.

EU도 현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및 기후변화에 대한 정책을 계획대로 추진키로 하였고, 스위스 경제부도 지난 11월에 발표한 경기 활성화 대책에서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대대적인 건물분야 개조 계획을 포함하였다.

우리나라도 이미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하고 구체적인 정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상황이다.


희망을 가지고 미래를 준비해야


세계가 이번 금융위기를 기화로 녹색 성장을 위한 또 다른 경쟁에 돌입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세계 경제가 다시 정상화되었을 때 각국의 경쟁력이 녹색성장에 대한 효과적 대응여부에 따라 재편될 가능성을 예상해 본다. 얼마 전부터 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무역규범 협상에서 현재 진행 중인 DDA협상이 마무리되면 에너지와 환경 이슈를 어떻게 무역 규범에 담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키워 오고 있다.

그러므로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세계적인 에너지와 환경에 대한 투자 확대 및 국제 규범 마련에 대응하여 우리도 필요한 준비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산업의 역량이나 정치적 리더쉽, 국민의 호응 등 여러 분야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강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잘만 대응하면 가장 경쟁력 있는 국가 대열에 끼일 것으로 확신한다.

이를 위해 우리 에너지 분야가 새해에 명심해야 할 일을 정리해 본다.

첫째, 에너지 기업들이 국내 수요 중심의 마켓팅 전략에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더구나 우리는 플랜트, 조선과 같은 종합 시스템 산업과 IT분야에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으므로 에너지 분야가 이런 기술력과 연계하여 세계적인 공공투자 확대에 적극 임하면 절호의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각국이 보호주의적 경향으로 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물론 G-20 정상이 무역제한적인 추가조치를 1년 동안 취하지 않기로 합의하긴 했으나, 현 규범 내에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덤핑 판정 등 보호주의적 조치 확대에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둘째, 경제가 어렵다고 기술개발과 인력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면 미래 경쟁력을 상실하기 쉽다. 과거 외환위기 시절 기술력이 부족한 기업일수록 정부의 지원에서도 소외되었으며, 기업 M&A시에도 제값을 받지 못하고 헐값에 매각되거나 청산되었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또한 향후 세계 경쟁력의 척도가 녹색성장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여부에 의해 좌우될 것이므로 이에 대비한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 여건 변화에 대응한 구조조정은 신속하고 과감하게 이뤄져야한다. 다만 과거 외환위기 당시에 많은 국내 기업들이 해외자산 매각에 치중한 결과 자원개발 프로젝트에서 철수한 후 얼마 안 되어 자원 값이 올라가면서 통탄했던 사례를 잊어서는 안 된다.

한편 급격한 판매 위축으로 경영난에 처한 기업은 기업주, 거래업체, 근로자가 함께 신뢰를 가지고 자구책을 강구하고 필요하면 외부에서 지원방안을 강구하도록 해야겠다. 지난해 말 미국 자동차 업계의 정부 자금 지원 요청에 대해 미 의회는 CEO들이 자가용 비행기로 워싱턴을 여행한 것까지 문제 삼으며 업계가 경쟁력 회복을 위해 자구책을 우선 제시하도록 요구했다. 또한 상원에서는 자동차 노동계의 즉각적인 임금 삭감을 공식 요구하고 지원 대책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 자구책이 없는 곳에 국민세금을 함부로 쓸 수 없다는 미 하원 펠로시 의장의 단호한 한마디는 우리 기업에게도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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