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거론한 이후 ‘녹색성장’ 열기가 뜨겁다. 주식 시장이 바닥을 갈 때도 녹색성장 테마주는 2~3배로 고속성장 했다. ‘모든 길은 녹색으로 통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정부 부처, 공기업 너나 할 것 없이 각종 개발사업에 ‘녹색’을 붙이는 우스운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의미한다. 즉 지구온난화에 대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며 성장하는 것이 저탄소 녹색성장의 본질이고, 국가·사회의 화석연료 사용량을 줄여나가는 것이 녹색성장 실현을 위한 정책과제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은 이것과는 거리가 멀다. 녹색성장이 아니라 왜곡 변질된 ‘회색성장’에 가깝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지난 1월6일 정부 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녹색뉴딜 사업만 보더라도 온갖 개발사업을 녹색으로만 포장했습니다. 4대강 살리기 사업, 교통망 확충사업, 정보인프라 구축사업, 수자원 개발사업 등은 녹색성장이 아닌 저탄소사회에 역행하는 회색성장일 뿐이다.
정상적인 녹색성장 추진이라면 국가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데 정책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일례로 조선·철강·반도체·석유화학·기계 등 대표적인 굴뚝산업의 에너지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녹색전이(G 트랜스포메이션)’사업이 당연 시급한데도 정부 예산은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반해 일본, 미국 등 에너지 선진국들은 에너지절약과 효율성 개선 위주의 저탄소 사회 만들기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우리보다 먼저 저탄소사회를 위한 정책을 발표한 일본의 녹색성장 전략은 A에서 Z까지 모두 에너지 절약·에너지효율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미국 역시 오바마 대통령의 ‘New Apollo Project’를 통한 Clean Energy 프로젝트를 추진, 2009년부터 향후 10년 동안 1500억달러를 재생가능한 청정에너지원 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피할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다. 세계 각국이 이산화탄소 감축에 발 벗고 나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저탄소 사회가 ‘녹색’이라는 이름만 붙인다 해서 달성될 수 있는 것이라면 좋겠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녹색성장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니 멀쩡한 산을 깎아 풍력시설을 설치하는 황당한 정책들이 나오는 건 아닐까 우려된다.
최철국 /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민주당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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